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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노래를 할 수 있다면 어디든 무대죠"... 거리에서 만난 미술 선생님의 이중생활
종합/공지
[KAN: Focus]

[르뽀] "노래를 할 수 있다면 어디든 무대죠"... 거리에서 만난 미술 선생님의 이중생활

류우강 기자
입력
부천 영화의 거리, 삶과 음악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부천=코리아아트뉴스 류우강 기자】=  한 손엔 마이크, 다른 손엔 삶의 무게. 부천 영화의 거리 한켠, 조용히 노래를 시작하는 한 사람이 있다. 40살의 김도영 씨.  

그는 현재도 고등학교에서 간간히 미술을 가르치는 기간제 교사이자, 주말 밤이면 스피커를 메고 거리로 나서는 거리의 가수다. 교실과 거리, 붓과 마이크. 그는 두 개의 무대를 오가며 자신만의 예술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집에서 부르면 어머니가 시끄럽다고 하셔서요. 그래도 노래는 멈출 수 없었어요.”
 

그렇게 거리로 나온 지 벌써 3년. 인천 송도에서 첫 버스킹을 시작했고, 지금은 부천 영화의 거리와 인천 시내 일대까지 무대를 넓혔다. 그의 작은 소망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홍대 앞에서 노래해보는 게 오랜 꿈이에요.”


지금 김 씨는 상가 운영위원회의 정식 허가를 받아 버스킹을 이어가고 있지만, 거리의 무대는 늘 불안정하다. 예고 없는 민원과 경찰의 제재.  26일 밤 10시 30분 경 기자가 버스킹을 구경하는 동안에  마이크를 꺼야 했다. 경찰이 민원이 들어왔다며 중단을 요구한 것이었다.  “항상 조심스럽게 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겐 여전히 시끄러운 소음이겠죠.”

26일 밤 부천 영화의 거리에서 버스킹하는 김도영 가수 [ 사진 : 류우강 기자]

하지만 정작 거리 분위기는 다르다. 밤마다 영화의 거리에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나누며 웃고 떠든다. 그 소란은 거리의 배경처럼 스며든다. 그런 틈에서 울리는 김 씨의 노래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 지나가던 관객들이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들어 촬영을 하거나, 함께 가사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팁을 주는 분도 계시지만, 사진 같이 찍자며 말을 걸어주거나 과자를 건네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게 정말 큰 힘이 되죠.”


기자는 생각한다. 언제까지 거리의 예술은 ‘조심스러운 손님’이어야 할까. 영화의 거리가 축제의 공간이라면, 그 풍경 속엔 노랫소리도 자연스레 자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뉴욕 맨허턴 거리에서 펼쳐지는 버스킹 공연이 한국의 곳곳의 거리에도 정식 무대 하나쯤 만들면 어떨까. 누구도 쫓겨나지 않고, 예술가들이 안심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거리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김도영 가수의 홍보물 [ 사진 : 류우강 기자]

김도영 씨에게 노래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누군가에겐 그것이 삶이고, 살아 있음 그 자체이니까.
 

오늘도 그는 거리에서 노래한다. 마음껏 울려 퍼지는 하루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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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킹무대#코리아아트뉴스르뽀#김도영가수#미술선생님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