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설] 이광소의 "순장의 역사"
순장의 역사
이광소
무안 공항 비행기 추락 사고가 있었다
비행기는 관이다
179명이 순장되었다고 한다
순장된 사람들은 순장의 이유를 모르고 죽었다
비행기가 새들의 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이란다
사람의 정체도 모른 채, 새 떼들도 순장하였다
십 년 전 세월호 사건 때 바다에서 304명이 순장된 후
십 년이 지났는데
죽음이여,
왕족 시대부터 시작한
순장의 역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가
ㅡ『빙하역에서』(도서출판 상상인, 2025)

[해설] 고대 사회의 순장 풍습이 지금도
순장(殉葬)이란 고대 사회에서 왕이나 귀족 등 고위층이 사망했을 경우 처자나 노비(때때로 가축)를 장례식을 치른 뒤 함께 매장하던 일이다. 왕이 죽었을 경우 그 수하의 시녀나 내관을 함께 매장하기도 했다. 고대 인도나 메소포타미아는 물론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도 순장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상나라나 은나라 같은 고대 중국에서는 어린이 또한 산 채로 또는 죽여서 순장하였다.
이광소 시인은 2014년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침몰 사건과 2024년 12월에 있었던 무안공항 활주로 이탈 사고를 함께 다루고 있는데 두 사건이 모두 고대 사회에서의 순장과 다를 바 없다고 보았다. 비행기 사고 때는 생존자가 2명이었으니 이들의 경우는 가히 기적이었다.
“순장된 사람들은 순장의 이유를 모른 채 죽었다.”고 전제하고서 사고가 과연 새들 탓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비행기가 새들의 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이 아닐까 의구심을 가져보고 새 떼의 죽음에도 애도의 마음을 가져본다. 새들이 사실 무슨 죄가 있는가. 인간의 죄를 새가 뒤집어썼다고 볼 수도 있다. 억울한 것은 승객과 새 떼였다. 그럼 가해자는? 문명이나 기계, 혹은 장벽을 설치한 사람?
희한하게도 2014년의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10년 뒤인 2024년에 무안 공항 비행기 사건이 일어났다. 시인은 고대의 왕족 시대부터 시작된 순장 제도가 21세기까지 살아남은 것으로 간주하고는 통탄하고 있다.
세월호를 탔던 단원고의 아이들과 제주항공 2216편을 탔던 분들에게 애도의 인사를 올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광소 시인]
1942년 전주 출생. 서라벌예술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컨설턴트를 전공했다. 1965년 제4회 대한민국 문공부 주최 신인예술상(시부문)에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약속의 땅, 서울』『모래시계』『개와 늑대의 시간』『불타는 행성이 달려온다』가 있으며 평론집으로 『착란의 순간과 중첩된 시간의식』이 있다. 《미당문학》 편집주간이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shpoe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