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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 사설]

[사설] 법이 운영하는 한국미술협회는 의미가 없다

KAN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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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협회 4만 5천 명 회원은 물론 미술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오는 1월 28일 법원의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특정 후보의 당락을 가르는 법적 판단을 넘어, 협회 운영의 정상화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한국미술협회 로고를 중심으로 내홍에 빠진 예술단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혼란과 갈등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요소 포함.

한국미술협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 단체로, 2025년 6월 28일 전국 10개 지역에서 제25대 이사장과 부이사장을 선출하는 직접선거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5월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력 후보였던 황OO 후보의 등록을 거부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황 후보는 이에 ‘선거중지 지위보전 가처분’을 신청했고, 6월 2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선거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리며 선거 절차는 사실상 중단됐다. 오는 1월 28일 1심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이번 판결 결과가 황후보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임시 이사장이 이끄는 협회의 주장을 인정할지는 불투명하다. 만약 어느 한쪽이 판결에 불복해 항고한다면, 최종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협회는 임시 이사장 체제로 운영되는 파행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최종 판결까지 3~4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그럴 경우 2021년부터 법적 분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한국미협의 존재 이유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사태가 벌어 질 것이다.

협회는 본래 회원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한국 미술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는 공동체다. 그러나 지금은 법원의 판결과 소송 결과에 따라 운영 방향이 결정되는 기형적 구조에 놓여 있다. 이는 협회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회원들의 권리를 법적 절차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번 사태 속에서 전직 이사장 등이 나서 지난 1월 21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바람직하다. 이는 협회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회원들의 목소리를 모아 법적 공방을 넘어 자율적 운영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다. 그러나 비상위원회가 제시한 방향이 실제로 실행될지는 판결 이후 협회와 후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결 결과에 승복하고, 더 이상 법적 다툼에 매이지 않는 것이다. 협회는 회원들의 참여와 합의 속에서 공정한 선거를 치러야 하며, 그것이야말로 협회의 자율성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예술은 법정에서 다투는 권력 게임이 아니다. 협회가 법적 분쟁에 매달릴수록 젊은 세대 작가들은 신뢰를 잃고, 협회 가입을 꺼리게 된다.


따라서 한국미술협회는 법적 분쟁을 종식하고, 회원 중심의 자율적 운영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공정한 선거 관리 기구를 내부에 마련하고, 외부 법적 개입 없이도 회원들이 스스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한국 미술계 전체에 경종을 울린다. 더 이상 법이 운영하는 협회는 없어야 한다. 협회는 법정이 아닌 회원들의 손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그것이야말로 예술 공동체의 본질을 회복하는 길이다. 한국미협이 이번 혼란을 계기로 자율성과 투명성을 회복한다면, 이는 단순한 정상화가 아니라 한국 미술 생태계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KAN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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