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독자가 완성한다. 강개준 시인 시집 『바람이 가는 길』 출간
끝내 알지 못한다 내가 길 위에 있는지 길이 나를 지나가고 있는지.
— 「바람이 가는 길」 중에서
강개준 시인의 시집 『바람이 가는 길』(시음사)이 지난 5월 출간됐다. 표제작은 위와 같은 물음으로 끝난다. 답을 내리는 대신 물음을 남기는 이 마무리는, 시집 전체의 정서를 그대로 보여준다.

보이지 않지만 삶을 이끄는 힘, '바람'
시인은 제목에 담긴 뜻을 이렇게 설명한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고, 사람의 삶도 그와 같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꿈과 희망, 사랑과 그리움 같은 것들이 삶을 이끌어 간다고 그는 믿는다.
그래서 이 시집이 그리는 길은 바람처럼 자유롭고 때로는 흔들리면서도 결국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이다.
시집은 자연과 계절의 풍경에서 출발해 사랑과 연정, 삶의 자리와 고향의 기억을 지나 침묵과 기도의 성찰로 이어진다. 한 사람이 지나온 시간과 내면의 사유를 서정적 언어로 길어 올린 기록인 셈이다. 화려한 수사에 기대기보다 절제된 언어와 사유의 여백에서 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 시집의 방식이다.

독자가 완성하는 시
시인은 시를 '영혼의 언어'라고 부른다. 말로는 다 담아내기 어려운 감정과 삶의 진실을 가장 압축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담아내는 예술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그에게 시는 한 사람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건너가는 다리다.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잠시나마 같은 감정을 나누게 하는 통로라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이 완성되는 자리는 결국 독자의 영역이다. 시는 작가의 이야기를 넘어 독자의 삶과 맞닿을 때 비로소 완성되며,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과 해석이 모여 작품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여러 작품이 시낭송으로 제작되어 온 과정도 같은 맥락에 있다. 같은 시라도 낭송자의 호흡과 감정에 따라 전혀 다른 결이 만들어지는 데서 그는 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본다.
대한문인협회 윤리위원장으로 활동해 온 그는 문학인이 작품 이전에 올바른 인성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글은 결국 사람을 향해 쓰이는 것이기에 그 바탕에 상호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시집은 그가 말해 온 그 문학관이 작품으로 놓인 자리다.
시인은 대한문학세계 여름호 인터뷰에서, 시집 출간을 함께 축하해 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자리로 출판기념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독자의 생각과 감정을 직접 듣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 그가 말한 취지다.

어떤 시인으로 남고 싶은가
강 시인은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다. 거창한 말보다는 누군가의 하루 끝에 조용히 머물면서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 시인이고 싶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지치고 흔들리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자신의 시가 잠깐이라도 숨을 고르게 해주고 다시 한 걸음 내딛게 하는 힘이 된다면 좋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인생을 한 편의 시로 표현한다면 어떤 제목을 붙이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바람 따라 걷는 길」이라고 답했다. 인생이란 정해진 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부는 바람을 맞으면서 자기만의 방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개준 시인
대한문학세계 시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윤리위원장 대한문인협회 서울지회 정회원
※ 본문에 인용된 시인의 발언은 『대한문학세계』 여름호 인물탐방 인터뷰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