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아카데미] "시의 해부학"_김강호
[ 김강호 시조 아카데미 8 ]
시의 해부학
메스의 날 끝에서 비명이 떨어진다
시마다 색다르게 뿜어내는 찬연한 피를
투명한 비평 그릇에 조심스레 받는다
어떤 시는 단단해서 메스를 튕겨내고
어떤 시는 메스를 피해 정신없이 달아나고
또 어떤 주눅 든 시는 지레 먼저 자폭했다
무성했던 군더더기 말끔하게 잘라낸 뒤
절개한 시편들의 몸통을 봉합하자
침묵은 움켜쥐었던 긴장의 끈 놓는다
문장의 지느러미 날렵하게 뒤집으며
여운의 바다로 가는 등 맑은 시를 볼 때
난 잠시 반가사유상, 엷은 미소 짓는다
_김강호 졸시

「시의 해부학」은 시를 생명체로 간주하고, 이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의 메타포를 담기로 했다. 이 시는 시를 구성하는 요소를 의술적인 시각과 창작가의 시각에서 중의적인 기법을 조망하여 독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시의 문장, 단어, 운율, 이미지 등을 신체의 조직, 장기, 세포로 비유할 수 있다. 이는 시의 형식적 요소가 각각 독립적으로 기능하지만, 전체적으로 통합되어 생명력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유기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주기로 했다.
시에도 흐르는 혈류가 있다. 시어와 구절이 독자에게 전달되는 흐름은 혈액이 몸속을 순환하듯, 감정과 사상이 독자의 마음속에 퍼져나가는 과정을 암시한다.
시의 심장은 시의 핵심인 주제와 같으며, 시 전체를 관통하는 리듬과 힘의 원천이다. 시를 창작하는 행위를 외과 수술에 비유함으로써 단어와 문장을 세심히 선택하며, 마치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치료하고 완성해가는 과정과 유사하다.
중의적으로 해석하면, 「시의 해부학」은 시의 본질을 탐구하고, 독자가 시와 상호작용하며 의미를 추출하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담고 있다.
시가 해부된다는 것은 단순한 분석이 아니라, 그것이 살아 숨 쉬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과정이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한국의 빛나는 시조를 들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