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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의 수필향기] 공감과 교감 - 김영희

수필가 김영희 기자
입력

공감과 교감

 

김영희

 

    어서 내려오라는 눈빛이다. 잠시 손을 뻗어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바로 일어나지 않으면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일어날 때까지 지키고 기다리겠다는 듯, 녀석의 애틋한 마음이 내 가슴에 찌릿하게 전해진다. 

    

    아침에 기지개를 켜면 제일 먼저 달려와 반기는 루! 작은 움직임에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재빨리 달려와 꼬리를 흔들며 나를 빤히 쳐다본다. 하루를 시작하며 요가를 하는 동안 '시간이 좀 걸리겠다' 싶으면 나갔다가 잠시 후 '끝났나?'하고 다시 들어오기를 몇 차례 한다. 루는 운동하는 나를 위해 참을성 있게 기다려준다. 

 

    루와 아침 인사는 공식 일과처럼 쓰다듬어주고 안아주는 일인데, 조금이라도 늦는다 싶으면 빨리 나오라고 소프라노로 짖어댄다. 식탁 아래로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하면서 빨리 놀이를 시작하자고 눈짓과 몸짓으로 나를 부른다. 나는 몸을 숙여 "어~흥! 어~흥!" 하면서 루의 입과 머리와 다리를 만져준다. 입을 만지고 가슴의 털과 등을 쓰다듬으며 "루! 손! 손!"하면 앞다리를 '척!'하고 들어준다. 그렇게 루와 나는 재미있게 놀이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루는 화장실 문 바로 앞에 엎드려 있거나, 등을 깔고 벌러덩 누워 배를 내민 채 쓰다듬어 달라는 듯 일어날 생각이 전혀 없는 표정으로 말똥말똥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는 협박 같다. 루의 눈동자는 내 눈동자를 따라오며 빨리 만져 달라는 눈빛을 애타게 보낸다. 그런 일이 계속 있다 보니 루에게 너무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루를 만질 수 없었던 나는 용기를 내어 조금씩 쓰다듬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머리 살짝, 등 살짝. 

   

    루가 내게 주는 사랑에 답하기 위함이었다.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런 루를 보면 그냥 웃음이 터진다. 보통내기가 아니다. 이길 재간이 없다. 누가 이 애교 덩어리를 쓰다듬어주지 않을 수 있을까? 루가 떼쓰는 모습은 빨리 관심 가져 달라는, 간절한 사랑을 기다리는 오직 한마음인 게다. 

 

    '전생에 너는 무엇이었니? 늘 사랑을 갈망하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너, 루!'

 

    루는 큰아들이 돈을 모아 새끼 때 데리고 온, 털이 하얗고 등에 옅은 베이지색 점이 있는, 동그랗고 까만 눈이 청순한 포메라니안종 암컷이다. "분양 받으러 갔을 때 재롱을 부리면서 문살에 매달려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꺼내 달라고 사인을 보냈다."라며, 그래서 아들은 루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때부터 루는 애교쟁이였던 거다. 아들은 며칠 고민하더니 이름을 '루'로 정했다. 그런 루는 애교가 많고,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또 요구한다. 

 

    루가 가족 모두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때까지 나는 강아지를 만지지 못했다. 강아지가 반갑다고 달려들면 나는 만질 수 없어서 몸이 얼음처럼 되어 움직이지 못했다.  

 

    출근하려고 옷을 차려입고 신발을 신으면 루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내가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기 싫다는 듯 얼굴을 돌리고 서있다. 가슴이 싸하게 아려온다. 그냥 갈 수 없어서 "루, 이리 와!"하면 다가와서 꼬리를 흔들고 배웅 인사를 한다. 나는 루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고 "루! 갔다 올게. 집 잘 보고 있어." 그렇게 당부하고 집을 나선다. 

 

    하루를 바삐 보내고 퇴근하여 엘리베이터로 올라가 문이 열리고, 내려서 한 발 두 발 걸으면 루의 우렁찬 짖음은 시작된다. 빨리 집안으로 들어오라는 뜻 같다. 내 발걸음 소리를 아는지 옆집에 미안할 정도로 우렁찬 루의 짖음은, 그만큼 떨어졌다가 만나는 기쁨이 커서 그러는 게다.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달려 나와 마치 원반 위의 하얀 솜사탕처럼 빠르게 뱅글뱅글 몇 바퀴를 돌고 높이 뛰어오른다. 어지러울까 봐 걱정될 정도다. 바로 쓰다듬어주면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한다. 그만 눈물이 핑 돈다. '고마운 녀석, 또 가여운 녀석 루!'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었을 루가 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퇴근 인사를 한다. "집 잘 보고 있었지, 루?" 

 

    루가 우렁차게 때로는 격하게 짖어대는 것은 빨리 안아주지 않아 섭섭하다는 표현이다. 하루 종일 힘들게 기다렸다는 듯 원망처럼 짖어댄다. 미안한 마음에 얼른 다가가 안아준다.

 

    앞으로 루는 우리와 몇 년을 더 같이 살 수 있을까. 벌써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들이 분가하면 루도 데리고 가야 할 텐데... 보통 강아지는 10여 년을 산다고 하지만,     "루야! 너는 더 오래 살아야 돼!"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날이 오고 말겠지. 품속으로 와락 달려와 안기는 따듯한 너의 체온과 너의 반가움.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걸 일깨워준 루에게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 외로움, 네 안의 나인 것을. 그리고 점차 생명 앞에 무력한 내 작은 그림자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심향 단상]

 

    우리 집으로 온 '루'는 동그란 까만 눈이 아주 순수하며 귀엽고, 똘똘하고, 정이 많으며 대소변 가림도 잘하고 신발도 물어 뜯지 않으며, 말썽부리지 않고 의젓하여 귀여움을 독차지합니다. 
 

    그 전의 새끼 강아지를 데리고 왔을 때는 제가 만지지 못하여 며칠을 지내다 결국 어머니 댁으로 갖다 드리면 어머니는 키우지 못하신다며 다시 누군가에게 주시곤 하셨지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큰아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걱정을 했는데 잘 적응시키며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강아지를 기르며 얻는 행복감은 참 많습니다. 


    가장 먼저 달려와 반기고, 많은 사랑을 주어 자연스레 가까운 관계가 됩니다. 그래서 일까요? 요즘 유모차에 강아지를 태우고 산책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자식들이 독립하고 텅 빈 집이 쓸쓸해져서 그런지, 가까이에서 가장 빠르게 반응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사랑을 줄 수 있어서 반려동물로 인기가 많습니다

 

    요즘은 '강아지 천국시대'라고 합니다.


    아이를 많이 낳지 않으면서 강아지도 가족처럼 생각하고 신경을 많이 써줍니다. 

    우스갯소리로 젊은이들이 부모보다 반려견을 더 챙긴다고 하여 말들이 많습니다. 부모님께 신경 쓰는 것보다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더 많이 신경 쓴다고 하여 생긴 말들입니다. 


    밥을 꼬박꼬박 챙겨주고, 목욕 자주 시켜주고, 아프면 바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각종 검사며 예방접종도 해주고, 맛있는 간식과 좋은 용품들로 관리도 잘해주며 끔찍이 아껴줍니다.


    강아지 옷(밝고 귀여운 옷, 레이스 달린 원피스, 우비 등)과 턱받이,신발과 샴푸, 각종 목줄은 물론이고 목줄에 형광 불빛이 달려서 밤길을 밝게 비춰주기도 합니다. 


    요즘은 애견 장례 문화가 성황을 이루고 반려동물장례지도사까지 있어서 마지막까지 잘 배웅해줍니다. 부모님께 이렇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마도 최고의 효자가 될 것입니다.  

    

    강아지가 사람에게 주는 사랑의 크기가 대단하기도 합니다.     개의 특성상 주인을 항상 살피고 보호하며, 믿고 잘 따르며 사교적이고, 주인만 따르는 듬직함이 있지요. 그래서 사람과 교감하며 살아가기에 가장 적합한 동물인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집 밖 마당에서 살았는데 이제는 집안에서 따뜻하게 함께 살고 많은 것을 함께 누립니다.

 

    슈퍼도 같이 가고 산책도 같이 다니고 카페(애견용)에도 가고 주인 따라 음악도 듣고 늘 가까이에서 함께 지냅니다. 

    강아지를 키우다가 버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유기견이 생기지 않도록 책임은 끝까지 져야겠습니다. 

    

    아무튼 한 세상 살아가면서 서로 아끼고 정을 나누며 행복한 삶을 산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김영희 수필가 

수필가 서예가  캘리그래피 시서화 

웃음행복코치 레크리에이션지도자 명상가 요가 생활체조

 

수필과비평 수필 신인상 수상

신협-여성조선 '내 인생의 어부바' 공모전 당선 - 공저 < 내 인생의 어부바>

한용운문학상 수필 중견부문 수상 - 공저 <불의 시詩 님의 침묵>

한국문학상 수필 최우수상 수상 - 공저 <김동리 각문刻文>

한글서예 공모전 입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과비평 작가회의회원                                     

코리안드림문학 편집위원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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