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 개인전 《빛이 머무는》…색점으로 되살린 삶의 기쁨과 평온
‘행복을 전달하는 화가’로 알려진 김덕기 작가가 오는 8월 13일부터 9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화랑에서 개인전 《빛이 머무는(Where Light Linger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덕기가 2016년 노화랑 개인전 이후 10년 만에 같은 공간에서 선보이는 개인전으로, 가족과 자연, 여행에서 발견한 삶의 기쁨을 오랜 시간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 구축해온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다. 전시는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한다.
마음속에 오래 남은 빛을 그리다
김덕기의 화면에는 햇살을 머금은 집과 정원, 나무와 꽃, 물가를 거니는 사람들, 함께 여행하는 가족의 모습이 등장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풍경이지만, 작가의 손을 거치면 현실의 한 장면을 넘어 기억과 감정이 머무는 이상적인 공간으로 변화한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한 김덕기는 가족과 자연,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을 밝고 화려한 색채로 표현해왔다. 화면을 촘촘히 채우는 수많은 점과 선은 단순히 외부 풍경을 재현하기 위한 조형 요소가 아니다. 작가가 경험한 빛과 공기, 행복했던 시간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다시 불러내는 기억의 단위다.
작가는 실제 풍경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그날의 빛과 공기, 마음속에 오래 남은 감정을 화면 위에 다시 그린다고 말한다. 작은 색점들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이루듯, 소소한 일상과 따뜻한 인연이 모여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믿음이 작품의 바탕을 이룬다.
혈연을 넘어 삶에서 만나는 모든 존재로 확장된 ‘가족’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바라보는 ‘가족’의 의미는 더욱 넓어진다. 기존 작품에서 가족은 한 집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혈연 공동체로 표현됐다. 그러나 신작에서는 여행지에서 마주한 사람과 풍경, 같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경험한 존재들까지 삶의 또 다른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익숙한 일상과 낯선 여행지가 교차하는 작품 속 풍경은 작가가 간직해온 따뜻한 기억을 품고 있다. 화면 속 작은 인물들은 꽃밭을 걷고, 다리를 건너고, 호수에서 배를 타거나 나무 아래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이들의 모습은 특별한 사건보다 함께 머무르고 바라보는 평범한 순간이 행복의 본질임을 이야기한다.

대표작 중 하나인 2026년 작품 〈사이프러스 길을 따라〉에는 붉은 지붕을 얹은 집과 하늘을 향해 곧게 솟은 사이프러스 나무,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과 그 길을 걷는 가족의 모습이 담겼다. 화면 전면에 펼쳐진 붉고 노란 꽃과 푸른 들판은 강렬한 색채의 대비를 이루면서도 평화롭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렌토, 오렌지 나무 아래의 하루〉는 주황색 대지와 알록달록한 나무, 꽃으로 가득한 남부 유럽의 풍경을 통해 태양 아래 충만한 생의 에너지를 전달한다.

〈센트럴 파크의 휴일–보트 연못가의 사람들〉에서는 물과 나무, 작은 요트와 인물들이 어우러지며 도시 속 휴식과 평온을 보여준다. 주요 출품작은 모두 아크릴로 제작된 2026년 신작들이다.
정적인 색점에서 살아 움직이는 ‘운동의 점’으로
김덕기의 작품은 점묘법을 떠올리게 하지만, 전통적인 서구 점묘와는 다른 회화적 특징을 갖는다. 작가의 점은 빛을 과학적으로 분할하거나 사물을 정확하게 재현하기 위한 점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 자연의 생명력을 화면 위에 축적하는 붓질이다.
미술평론가 김노암은 이번 신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로 화면에 더해진 역동적인 에너지를 꼽았다. 과거 수직과 수평의 방향성을 유지하던 색점들이 비정형적으로 확산되고 응축되면서, 나무와 숲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특히 신작의 점들은 정적인 질서에 머무르지 않고 작가의 내면과 자연의 생명력을 분출하는 ‘운동의 점’으로 변화한다. 한국화의 필묵적 전통과 현대적 색채 감각이 결합하면서, 화면에는 기운생동하는 리듬과 표현주의적인 동세가 함께 나타난다.

이 같은 변화는 〈셰필드 파크 앤 가든–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에서 두드러진다. 연못과 나무, 정원과 다리를 구성하는 붓질은 이전 작품의 정돈된 점묘보다 자유롭고 활달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풀, 수면 위로 번지는 빛은 자연을 고정된 대상으로 묘사하기보다 살아 숨 쉬는 존재로 느끼게 한다.
김노암 평론가는 김덕기의 최근 화면에서 질서정연했던 색과 점의 방향성이 해체되고, 숲과 나뭇가지가 유기적인 생명체처럼 다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는 계절의 순환과 생로병사의 운동성을 품는 동시에 한국화 특유의 기운생동하는 운필을 현대적으로 되살린다.
여행의 풍경에서 발견한 생의 충만함
김덕기의 최근 작업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영국과 미국 등 여러 여행지에서 경험한 자연과 도시의 풍경이 반영돼 있다. 그러나 여행지는 단순한 배경이나 관광지로 제시되지 않는다.
작가는 낯선 장소의 햇빛과 공기, 나무의 움직임과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기쁨과 평화의 의미를 다시 발견한다. 지중해의 강렬한 태양과 색채, 스페인 대지의 생명력, 영국 정원의 깊은 녹음과 미국 공원의 여유는 작가의 기억 속에서 새롭게 배열된다.
이러한 여행의 경험은 화면을 이전보다 복잡하고 음악적인 구조로 변화시켰다. 색면과 점들은 강물처럼 흐르고, 대지와 나무, 집과 인물들은 서로 리듬을 주고받는다. 작가가 말하는 기쁨은 단순히 인물의 밝은 표정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과 자연이 현재의 사랑과 평화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기뻐하는 영적인 충만함으로 확장된다.
변화 속에서도 이어지는 가족과 평화의 서사
김덕기는 199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포스코미술관, 갤러리현대, 소울아트스페이스, 여주박물관 등 국내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꾸준히 개인전을 열었다. 최근에는 아이패드 드로잉과 NFT 등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며 작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포스코미술관,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사라마 빈트 함단 알 나얀 재단 등 국내외 주요 기관과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김덕기의 회화가 오랫동안 지켜온 가족과 가정의 미덕,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주제를 유지하면서도 표현의 형식에서는 새로운 변화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수없이 축적된 색점은 빛과 시간, 기억의 흔적이 되고, 풍경 속 작은 인물들은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도 삶의 중심을 잃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작가의 화면에서 빛은 한순간 스쳐 지나가지 않는다. 집과 나무, 들판과 물, 사람들의 기억 위에 오래 머물며 삶의 가장 평범한 순간을 다시 빛나게 한다.
《빛이 머무는》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 각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가족과 여행, 사랑과 위로의 순간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전시다. 김덕기의 색점들이 만들어낸 작은 빛들은 서로 이어져 하나의 풍경이 되고, 그 풍경은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의 기쁨과 충만한 평온을 건넨다.







전시 개요
전시명: 김덕기 개인전 《빛이 머무는(Where Light Lingers)》
기간: 2026년 8월 13일~9월 10일
관람시간: 화요일~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휴관: 매주 일요일·월요일
장소: 노화랑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4
문의: 02-732-35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