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의 수필 향기] 시외버스터미널 2층 정형외과 - 민병미
시외버스터미널 2층에 자리 잡은 정형외과는 작은 도시 면 단위에서 장을 보러 나오면서 치료를 받고 가려는 어르신들로 주 중 내내 붐빈다. 팔꿈치가 아팠던 나는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인대를 많이 쓰지 말라는 주의를 받고 정기적으로 검진과 치료를 받는다. 일찍 접수하려고 해도 새벽잠 없는 어르신들의 부지런함에 밀려, 나는 늘 뒷번호가 된다. 진료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처음 보는 어르신들도 어디가 아프고 뭘 하다 아픈지 과거와 현재의 지병을 고스란히 알게 된다.

정형외과의 위치 특성상 새벽부터 접수해 놓고 장을 보러 내려갔다가 늦게 올라와 진료 순서를 놓치고 접수 창구로 가서 큰소리로 "ㅇㅇㅇ왔대이"하고 확인하는가 하면, 다행히 순서를 놓치지는 않았지만 불룩한 장바구니를 어디에다 둘지 물색하다가 본인의 이름이 불리면 조금 전까지 소중했던 장바구니를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허둥지둥 급히 진료실로 들어가기도 한다. 노상에서 장을 보고 들어와 차례를 놓친 한 어르신은 같은 마을에서 왔는지, 한 무리에게 가더니
"세일 하는데 뭐하노 싶어 갔다가 장독 뚜껑 한 개 사고 올라 왔디만서도 벌써 내 이름 불렀다 카네. 앉아서 기다리란다. 자리도 없구만, 아이고 무시라."
"아버님, 오늘은 어디가 안 좋아? 지난번에 주사 맞고 좀 나아졌다 했잖아."
"으음, 어깨가 아파. 팔도 안 들리고 밤에 누울 때 등허리도 아프고 뒷목도 찌릿찌릿 해여, 아파 여."
"또 어디 아파? 그것 말고 다른 데 아픈 데는?"
"발목이 아파여."
"어깨, 등허리, 뒷목 아픈 것하고 발목은 이유가 딴 거라, 발목 다친 적 있어요?"
"어릴 때 소 끌고 와서 헛간에 넣다가 부딪치고 삐었었지."
"아이고 어릴 때 말고 최근에. 요 며칠 사이에 다친 적 없어? 부딪쳤거나."
"요새는 안 그랬고, 그라마 주사 안 주나?"
"발목 사진을 찍어봐야 아니까 일단 사진부터 찍고 와요, 사진 보고 주사 줄게."
그렇게 좌충우돌 시끌벅적하지만 일사불란하게 접수, 대기, 진료, 처치, 정산까지 질서 있게 유지되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하다.
아픈 어르신들에게 가족이 보호자로 함께 동행하고 있는 경우는 제 삼자 입장이지만 참 보기 좋고 고맙고 안심이 된다. '잘 살아오셨구나. 집안의 어르신으로서 대접 받고 계시는구나.'하는 마음이 들고 보호자들이 든든해보여 보는 마음까지 훈훈해진다. 한편, 어르신 부부 서로 보호자인 경우는 그분들의 살아온 세월이 보이고 서로 믿고 모든 걸 맡기는, 또 모든 걸 받아주는 모습에서 운명까지 같이 해온 동지애가 느껴지고 사람 답게 참 잘 살아내셨구나 싶다. 물론 내가 본 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아프지만 멀리 있는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알리지 않고 홀로 속수무책 앓는 어른들도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모든 어르신들이 현재의 가족 관계 속에서 삶의 질과 품위를 잃지 않고 존중 받고 아플 땐 병원을 자주 찾고 예방하고 더 나빠지지 않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분위기가 일상화 되길 바라게 된다. 몸이 탈 나고 병이 들었다는 건 살아온 세월과 함께 몸도 마음도 혹독하게 견뎌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어르신들의 희생과 노고 덕분에 그 가족과 후손이, 우리가 모두 지금 건강하고 삶의 질이 높아진 사회에서 풍요롭게 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집으로 향하는 어르신들의 뒷모습은 가물가물 내 부모님의 모습이고 그 모습이 이제 곧 내 모습이다. 걸음이 좀 절뚝대고 느려도 마음만은 가볍고 평안하시길, 버스에 무사히 오르시길 바라게 된다.

[수필 읽기]
어르신들이 주 고객인 시골의 병원 풍경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수필입니다. 우리의 부모님이시기도 하고, 우리의 모습이기도 한 이야기는 그래서 가까이에서 보는 듯하고, 애잔한 마음도 듭니다.
나이가 들면서 몇 십 년 동안 사용해온 뼈와 근육들이 닳고 틀어져 문제가 생기면서, 여기저기에 통증이 생기니 고통도 따라 아픈 곳이 없을 수가 없지요. 젊었을 때는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만, 나이 들어서는 모든 관절들이 약해져서 상황에 따라 빨리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마음이 없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못하게 되는 겁니다. 몸이 약해지니 병원 갈 일은 많아지고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아서 주사도 맞게 되고, 한의원에서 침도 맞고 통증 있는 부위에 찜질을 받기도 합니다. 아프면 적당한 치료를 빨리 받아서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번 접질린 발목은 약한 곳이니 다시 접질리기 쉬워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의사는 어르신들에게 나이에 따라 아들, 딸 같기도 하고 동생 같게도 느껴져서 어르신들은 의사의 말에 잘 따르고 치료를 맡기게 됩니다. 의사는 또 그런 어르신들이 부모님 같고 형님이나 누님 같기도 하여 애교 한 스푼 얹어서 반말로 말을 놓기도 합니다. 서로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이겠지요. 서로 믿음이 있으면 치료도 더 잘 될 테니까요.
어르신들은 병원에 가는 일도 큰맘 먹고 나와야 되니 병원 가는 김에 장도 보고, 동네 사람들을 만나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로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기도 하고, 또 서로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몸은 과거에 다쳤던 상처를 기억하고 그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평생을 간다고 합니다. 사고로 손이나 발, 머리 등 몸의 어느 부위를 다쳤던 사람들의 통증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 년이 지났어도 비 오는 날이나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 다시 심하게 통증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오지에 사시는 분들을 위해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팀을 꾸려 방문하여 진찰과 처방을 해주는 분들의 수고는, 그곳 어르신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자식들이 가까이에서 도와드리지 못하는 일들을 대신 해주는 천사 같은 분들입니다. 지역사회에서 하는 의료활동이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의사와 간호사들이 시간을 따로 내어 방문 진찰을 해드리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병원과 거리가 멀고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아 병원에 가기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그곳으로 의료봉사를 다니는 분들은 그분들께 자식보다 나은 효자이고 효녀입니다.
요즘은 건강 관리를 잘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십 년 이상을 더 젊게 사시는 것도 사실입니다.
옛날에 비해 의료시설의 발달과 식생활 개선 및 운동을 꾸준히 하며 건강하게 사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 앞으로는 신체적 장애를 갖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계의 도움을 받아 생활 속에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변화되고 있습니다. 그런 시대가 오고 있으니 앞으로는 지금 예상보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수명이 연장되리라 생각됩니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음식과 운동은 20% 차지하고 마음 관리가 80%를 차지한다고도 합니다.
긍정적인 말과 생각, 행동으로 건강 관리 잘하셔서 백 세를 누리시기를, 행복한 나날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아무리 힘들어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고 하니까요.
김영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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