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47] 노강의 "하지마비, 그 아이"
하지마비, 그 아이
노강
나이 7세, 성별 남아, 종 리트리버
교통사고로 하지마비가 왔다는 그 아이. 동물 공감 광고사진에 올라온 아련한 눈빛을 잊지 못해 밤잠 설치다가 전화기를 들었다.
그 아이 입양 문의 있나요. 왜요? 눈빛이 너무 가련해서 제가 입양될 때까지 봉사라도 하고 싶어서요. 목욕과 청소라도…… 아니요, 값싼 동정은 사절합니다. 데려다 키우세요. 입양신청자 없으면 안락사밖에ㅡ
아! 안 돼요. 오줌 똥 가리고 사료도 잘 먹이고 돌보아 주면 얼마든지 살아갈 아이를ㅡ 말하는데 뚝! 전화를 끊어버린다.
살려달라는 그 아이의 눈망울. 눈이 마주치면 웃고 뒷다리로 엉덩이를 끌면서 졸졸 따라오고 기저귀 위에 있어 하면 기저귀 위로 가서 있던 아이. 보호소 담당자가 이런 말 하면서 본인도 힘들다고 안내 공고에 덧붙인 칭찬이라니,
눈빛으로 애원하는 눈물 고인 저 아이. 가족이 치료비 감당이 어렵다고 보호소 앞에 데려다 놓고 사라졌다니
마당이 있는 집이었다면 데려와서 제 명대로 살게 해주고 싶은데 부끄러운 변명을 하면서 인간과 같은 느낌과 사랑이 있는 그 아이 안부 전화를 할 수 없는 나는 오늘도 유기견 동물 공감을 기웃거린다.
—『나뭇잎 물고기』(문학나무, 2021)

[해설]
강아지야 잘 자고 있니?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전국 유명 관광지에 버려지는 강아지의 수가 부쩍 늘어나는 때가 왔다. 보험이 안 되는 강아지인지라 병이 생기면 치료비, 입원비, 수술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집이 있다. 게다가 할아버지, 할머니 나이가 된 개는 귀엽게 굴지도 않고 아프다고 낑낑대거나 잠이 많아진다. 옛정은 생각하지 않고 쓰레기처럼 처분(?)하는 집이 그렇게 많다고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언론에 보도된다.
화자의 집이 아파트인지라 교통사고를 당해 하지가 마비된 리트리버를 데려와 키울 여건이 되지 못하나 보다. 사이트에 올려놓은 사진을 보니 눈빛이 아련한 것이 너무 불쌍하다. 그런데 ‘유기견 동물 공감’의 직원은 지나치게 사무적이다. 사람도 입양을 보내기 전에 위탁모가 돌보는 경우가 있으니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임시보호라도 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직원은 “값싼 동정은 사절합니다. 데려다 키우세요. 입양신청자 없으면 안락사밖에ㅡ”라고 말한다. “아! 안 돼요. 오줌 똥 가리고 사료도 잘 먹이고 돌보아 주면 얼마든지 살아갈 아이를ㅡ”이라고 말하자 중간에 전화를 끊어버린다. 화자가 사진을 통해 보았던 일곱 살 리트리버는 그때 주인이 나타나 데려가지 않았다면 정말 안락사로 처리되었을 것이다.
사람과 오랜 세월 동안 같이 지내온 개는 약자다. 게다가 개는 사람을 잘 따르고 충성심이 대단하다. 사납지 않고 착한 종이 많다. 주인이 귀가하면 좋아서 꼬리를 흔들고 난리를 친다. 그런데 못된 사람들이 동물을 괴롭히면서 쾌감을 느끼기도 하는지! 6개월 전에 13년 키운 요크셔테리어를 먼 세상으로 보낸 나를 울게 한다. 언론에 제발 동물 학대 기사가 안 나오면 좋겠다.
[노강 시인]
본명 노정남.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2021년 《문학나무》로 등단하였다. 율목독서회, 가톨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