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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의 시조 아카데미 63] 이종문의 “밥도”

시인 김강호 기자
입력
“절제된 언어로 빚은 큰 울림”

밥도

 

이종문

 

나이 쉰다섯에 과수가 된 하동댁이 남편을 산에 묻고 땅을 치며

돌아오니, 여든 둘 시어머니가 문에 섰다 하시는 말

밥도 _ 이종문 시인 

이종문의 「밥도」는 짧은 시조이지만, 한 인간의 죽음 앞에서도 멈출 수 없는 삶과 가족의 운명을 절제된 언어로 담아낸 작품이다. 특히 ''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생명과 사랑, 책임과 슬픔을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흔든다.

 

첫걸음에서 "나이 쉰다섯에 과수가 된 하동댁"이라는 '과수'는 이제 바람도, 비도, 외로움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이어지는 "남편을 산에 묻고 땅을 치며 돌아오니"에서는 하늘과 땅이 모두 슬픔의 무대가 된다. 산은 삶의 끝이고 땅은 남겨진 자의 절규다. '땅을 친다'는 표현은 실제 행동인 동시에, 운명을 향한 절망의 외침이다. 아무리 땅을 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사람 앞에서 인간은 자신의 무력함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환된다. "여든 둘 시어머니가 문에 섰다 하시는 말." 여기서 문은 단순한 출입구가 아니다. 죽음에서 다시 삶으로 건너오는 경계이며, 슬픔에서 책임으로 넘어가는 문턱이다. 더욱이 문에 서 있는 시어머니의 모습은 마치 집 자체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져 공간에 생명감을 부여한다.


마지막 "하시는 말"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거대한 제목이 이를 암시하고 있다. 독자는 이미 그 말의 무게를 짐작하게 된다. 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살아야 한다는 명령이며, 남은 사람들의 생명을 이어 주는 사랑이고, 무너질 수 없는 일상의 의무이다. 아들의 죽음을 까맣게 모르는 시어머니가 던진 돌덩이 같은 말이 이 시를 관통하는 주어가 된다.

 

결국 이 작품은 화려한 수식보다 절제된 언어 속에서 더 큰 울림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밥도」는 죽음을 말하는 시이면서 동시에 끝내 살아내야 하는 인간의 숭고한 생명력을 노래하는 작품으로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김강호 시인 

김강호 시인

1960년 전북 진안 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당신 생각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외 다수

2024년 44회 가람문학상 수상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 「초생달」 수록

코리아아트뉴스 전문기자

시인 김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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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시인#이종문시인#코리아아트뉴스시조해설#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