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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 이슈분석] 서정아트 사태 이후… 꽁꽁 얼어붙은 미술시장, 정부의 미술계 구조개혁, 더는 늦출 수 없다
종합/공지
[KAN: Focus]

[KAN 이슈분석] 서정아트 사태 이후… 꽁꽁 얼어붙은 미술시장, 정부의 미술계 구조개혁, 더는 늦출 수 없다

큐레이터 김정은 기자
입력
한국미협은 무력, 시장은 정지… 리더십 공백의 그림자

국내 대표 갤러리 중 하나로 꼽히던 서정아트갤러리가 수조원대 아트테크 사기 의혹에 휘말리며 미술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갤러리K 사태로 이미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또다시 반복된 유사수신형 사기 사건은 미술시장에 대한 신뢰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서정아트갤러리

미술계, 연이은 사기 사건에 ‘패닉’


서정아트갤러리는 작가의 그림을 구매하면 매달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원금도 보장한다는 구조로 투자자를 모집해왔다. 그러나 최근 수익금 지급이 중단되고 대표가 잠적하면서, 피해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공유하며 집단 고소에 나서고 있다.
 

이 사건은 2023년 발생한 갤러리K 아트테크 사기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당시에도 고수익과 원금 보장을 내세운 투자 상품으로 수백억 원대 피해가 발생했고, 대표는 해외로 도피한 바 있다. 미술계는 “예술로 포장된 금융사기”라는 비판과 함께, 아트테크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Create an image that represents the crisis in the Korean art market, showing elements like empty galleries, distressed artists, and a sense of financial instability. Avoid using text in the image.
[이미지 : 김정은 기자]

부풀려진 가격의 뿌리, ‘호당가격제’ 폐지 목소리 커져
 

이번 서정아트센터 사태의 핵심 배경에는 작품의 실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가격이 부풀려지는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호당가격제’는 이러한 왜곡된 가격 형성의 중심에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호당가격제는 작품의 예술성이나 시장 수요와는 무관하게, 작품의 크기(호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작품의 질보다 크기와 작가의 명성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를 고착화시켰고, 결과적으로 작품의 실체 없이도 고가의 투자 상품으로 포장되는 사태를 낳았다.


실제로 서정아트센터의 투자 계약서 다수에는 작품명조차 명시되지 않은 채 금액만 기재된 사례가 있었으며, 작가 본인도 저작권료 계약 사실을 몰랐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작품의 실재성과 가격의 정당성 모두가 불투명한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로, 호당가격제의 폐해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미술계 안팎에서는 호당가격제 폐지와 함께 경매제도 도입, 작품성 기반의 가격 산정 모델 구축 등 시장 유통구조 전반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미술평론가는 “호당가격제는 한국과 일본 외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제도로, 국제 미술시장과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라며 “이제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미술협회는 내홍 중… 리더십 부재

관련 코리아트뉴스 칼럼 참조   https://koreaartnews.com/post/gBA3QCJs

이런 상황에서 한국미술협회는 이사장 선거를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 수년째 내홍을 겪고 있다. 2021년 실시된 제25대 이사장 선거는 모바일 투표 부정과 정족수 미달 문제로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고, 재선거마저 법원 가처분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국내 최대 미술인 단체가 리더십 공백에 빠진 가운데, 미술계는 사실상 자율적 대응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꽁꽁 얼어붙은 미술시장… 정부 개입 요구 커져


잇따른 사기 사건과 협회 내홍으로 인해 한국 미술시장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신진작가의 작품 거래는 사실상 중단됐고, 갤러리와 딜러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미술품을 통한 자산 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며, 예술 생태계 전반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차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미술계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가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미술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응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다음과 같은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 아트테크 관련 법률 제정: 유사수신행위 규제 강화 및 미술품 투자상품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 마련 미술시장 투명성 확보: 미술품 감정·거래·보관 시스템의 공공성 강화
  • 예술가 보호 장치 마련: 작가의 저작권, 계약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  ▲한국미술협회 정상화 지원: 공정한 선거와 운영을 위한 외부 감시 및 제도 정비


한 미술계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한 갤러리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미술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는 위기”라며 “정부가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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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아트갤러리#한국미협#한국미협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