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훈 개인전 《공존의 경계에 흐르다》… 파괴와 생성 사이에서 마주한 존재의 시선
오는 9월 1일부터 10일까지 부산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 4일 작가와의 만남
부산의 대안적 문화예술 거점인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머지)와 문화창작공간 ARTinNATURE가 공동 기획한 ‘원로작가 다큐레이팅 프로젝트’의 2026년 첫 전시가 열린다.

이세훈 작가의 개인전 《공존의 경계에 흐르다: 파괴와 생성, 그리고 시선의 궤적》이 오는 9월 1일부터 10일까지 부산 금정구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원로작가 다큐레이팅 프로젝트’는 평생 예술에 매진해 온 원로작가의 창작 활동과 삶의 궤적을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로 기록하고 아카이빙하는 사업이다. 전시와 기록을 결합한 ‘다큐레이팅(Docu-Rating)’을 통해 작가가 축적해 온 예술세계와 철학적 사유를 재조명한다.
이번 전시에서 이세훈은 인간 내면의 깊은 기원과 묵상, 생명의 순환을 다뤄온 ‘영성의 고리’ 연작과 함께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인다. 조각과 회화, 파괴와 생성, 평면과 입체, 추상과 실재가 교차하는 경계에서 인간과 사회,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탐구한다.

전시의 중심에는 머리와 몸통이 완전히 분리된 채 설치된 ‘세라믹 벅수(장승)’가 자리한다. 박물관이나 산사에서 접한 머리 없는 불상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떨어져 나온 머리가 멀리서 자신의 몸통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 구조를 형성한다.

분리된 두상이 자신의 몸을 집요하게 바라보는 모습은 정체성을 응시하는 자화상이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파편화된 초상으로 읽힌다. 작가는 이를 통해 나와 타인, 인간과 자연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과 균열을 드러낸다.
이세훈은 과거의 ‘깨는 작업’을 자신을 얽매고 있던 모순된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화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깨뜨리고 비우는 행위는 단순한 파괴에 머물지 않는다. 새로운 형상을 탄생시키고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내는 생성의 출발점이 된다.
흙 본연의 질감을 끌어올리는 연마와 샌딩, 레이어링 과정 역시 이번 작업의 주요 조형 언어다. 재료를 덜어내고 표면을 거듭 다듬는 과정을 통해 도예 조형의 전통적 범주를 넘어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이어간다.
작품에 등장하는 새는 인간 사회의 모순과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존재의 모습을 상징한다. 작가는 인간과 새의 관계를 통해 인간 중심으로 규정된 ‘공존’의 허구성을 풍자적으로 드러내며, 우리가 말하는 공존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한다.
회화 작품 ‘공존’ 연작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어진다. 검은 바탕 위에 서로 맞닿거나 기대고 누운 듯한 인물들은 독립된 존재이면서도 관계 안에서 얽혀 있다. 화면을 구성하는 반복적인 사각의 흔적과 두텁게 쌓인 물감, 긁고 밀어낸 선들은 존재 사이의 거리와 충돌, 기억의 파편을 떠올리게 한다.

이세훈은 부산공예학교와 동아대학교 미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부산현대아트홀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김재선갤러리, 인사아트센터, RAW Gallery, 제뉴인갤러리, 세종갤러리, 아트지앤지갤러리 등에서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16번째 개인전이며, 그동안 국내외 비엔날레와 다수의 기획·단체전에 참여하며 도예 조형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작가는 “깨어짐과 비움을 거쳐 탄생한 형상들은 인간과 사회, 자연과 문명 사이의 긴장을 조용히 드러낸다”며 “‘공존의 경계에 흐르다’는 파괴와 생성, 평면과 입체, 추상과 실재가 만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깨고 덜어냄으로써 오히려 풍요로워진 공간에서 관객들이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수한 흐름을 느끼고, 도예 조형이 전하는 깊은 사색의 울림과 마주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작가와의 만남은 9월 4일 오후 5시에 진행된다. 전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부산광역시와 부산문화재단의 2026년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 지원으로 마련됐다.
전시 개요
- 전시명: 이세훈 개인전 《공존의 경계에 흐르다: 파괴와 생성, 그리고 시선의 궤적》
- 기간: 2026년 9월 1일~9월 10일
- 작가와의 만남: 2026년 9월 4일 오후 5시
-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
- 장소: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
- 주소: 부산광역시 금정구 부산대학로50번길 49
- 공동 기획: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 문화창작공간 ARTinNATURE
- 지원: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 문의: 051-527-8196
작품 캡션
이세훈, ‘공존1’, 120×120cm, 캔버스에 유채, 2026.
이세훈, ‘공존2’, 50×50cm, 캔버스에 유채, 2026.
이세훈 개인전 《공존의 경계에 흐르다: 파괴와 생성, 그리고 시선의 궤적》 포스터. 사진=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