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이벤트
전시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 ‘이슬람실’ 신설 — 특별전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개막

류우강 기자
입력
2025년 11월 22일 ~ 2026년 10월 11일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적인 이슬람 박물관인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과 협력해 상설전시관 3층 세계문화관에 ‘이슬람실’을 새롭게 개관했다. 이번 특별전은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2025년 11월 22일부터 2026년 10월 11일까지 약 11개월간 이어지며, 초기 쿠란 필사본을 비롯해 총 83건의 소장품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잠금장치가 있는 귀중품 상자, 아타베그 왕조 13세기

이번 전시는 세계문화관 최초의 이슬람 주제 전시로, 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이슬람 미술의 흐름을 종교미술, 문화의 포용과 확장, 궁정 문화와 필사본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구성했다. 단순한 연대기적 전개가 아니라 이슬람 문화의 다양성과 폭넓은 미감을 중심으로 전시가 펼쳐진다.

천 송이의 꽃과 벽감무늬 카펫, 무굴 제국 18세기 북인도,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1부에서는 신앙과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종교미술을 다룬다. 초기 쿠란 필사본과 티무르 제국의 대형 필사본은 이슬람 문자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며, 미흐랍 석판과 모스크 램프, 기도용 카펫, 타일 등은 종교 공간을 장식했던 건축 부재로서 아라베스크와 기하학적 무늬, 서예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전시 공간은 돔 지붕과 팔각형 구조로 꾸며져 관람객이 모스크에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됐다.

『샤나메(왕들의 책)』 필사본 삽화, 사파비 제국 1525~1540년경

2부는 이슬람 문화가 아라비아반도에서 출발해 다양한 지역과 만나며 역동적이고 융합적인 문화로 발전한 과정을 보여준다. 천구의와 아스트롤라베 같은 천문 관측 도구는 학문적 탐구의 상징으로, 유리·도자기·금속공예품은 교류와 확장의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지역의 예술 전통과 기술이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보여준다.


3부에서는 오스만, 사파비, 무굴 제국의 궁정 문화를 조명한다. 화려한 카펫과 직물, 장신구는 제국의 권위와 품격을 드러내며, 왕실 후원으로 제작된 필사본은 종교와 문학, 역사, 과학이 어우러진 종합 문화유산으로서 이슬람 예술의 정교함을 보여준다. 

미흐랍 석판,일한국 14세기 초, 이란, ,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전시실에는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아하! 배움공간’, 촉각 체험 ‘아하! 감상포인트’, 기하학 무늬를 조합하는 디지털 체험 등은 관람객이 이슬람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의 대표 공간인 ‘다마스쿠스 귀족의 응접실’을 미디어로 재현해 당시의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대형 쿠란 필사본, 티무르 제국 15세기 초,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시대와 지역을 넘어 찬란하게 꽃피운 이슬람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의 샤이카 나세르 알-나스르 관장은 “예술은 국경을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을 지닌다”며 이번 협력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특별전은 한국 관람객들에게 이슬람 세계의 종교적·예술적·학문적 깊이를 경험할 수 있는 드문 기회로, 세계문화관의 새로운 장을 여는 뜻깊은 자리로 평가된다.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