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시집] 전홍구 시인, 여든의 삶을 시로 엮다 — 『80송이』 시집 발간
2025년 8월, 전홍구 시인이 여든의 삶을 시로 엮은 여덟 번째 시집 『80송이』를 출간했다. 『80송이』는 긍정과 상생의 시학, 그리고 기독교적 상상력으로 꽃피운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인이 걸어온 삶의 궤적과 문학적 성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홍구 시인은 194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기계 기술 분야에서 30년,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서 15년을 근무한 뒤, 1991년 문예사조를 통해 시와 수필로 문단에 데뷔했다.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이력은 그의 시적 언어에 현실적 감각과 일상의 깊이를 더해주었고, 가난과 고독, 그리고 신앙의 울림은 그의 시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시인의 말: “입김으로 바위를 녹이는 마음으로”

『80송이』의 서문에서 전 시인은 “굶어도 좋을 만큼 좋아서, 입김으로 바위를 녹이는 마음으로” 시를 써왔다고 고백한다. 그는 시를 잘 모르고, 시다운 시를 지은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배우고 연습하며 ‘동냥 그릇 같은 수첩’을 들고 스쳐가는 생각들을 모아 시로 다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의 시는 줄거리 없는 허망함 속에서도 삶의 진실을 포착하려는 저항의식과 풍자적 시풍을 담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더 생각나게 하는 여운의 작품을 지향한다. 명심보감의 “화호화피난화골(畵虎畵皮 難畵骨)”과 “지인지면부지심(知人知面不知心)”을 좌우명 삼아,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인의 자세가 시편 곳곳에 스며 있다.
『80송이』의 시학: 흔들리는 나무에도 꽃이 핀다
『80송이』는 총 여섯 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흔들리는 나무에도 꽃이 핀다」, 「나는 오늘 강도를 만났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등 상징적이고 서정적인 제목의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길’이라는 상징은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이미지로, 시인의 삶의 역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시인은 후천적 장애로 인해 ‘걷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으며, 그로 인해 ‘길’은 단순한 이동의 경로가 아닌, 존재의 흔적이자 삶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그의 시는 고독보다는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하며, 현실의 고통을 시로 승화시켜 독자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문학적 자부심과 순수한 창작
전홍구 시인은 60여 년 동안 시와 수필을 써오면서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이나 책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밝힌다. 이는 외부의 영향 없이 순수한 내면의 울림으로 창작해왔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그의 시는 문학적 기교보다는 삶의 진정성과 감정의 밀도를 중시하며, 짧은 글 속에 깊은 의미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80송이』는 단순한 시집을 넘어, 한 인간의 삶과 철학, 그리고 문학적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 시인은 “나의 시로 아픔을 달래며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즐거운 시간으로 채우고 가시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의 시는 독자에게 따뜻한 위로와 함께, 삶을 긍정하는 힘을 건넨다.
『80송이』는 현재 알라딘과 교보문고 등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시인의 80세를 기념하는 뜻깊은 작품집으로 문학 애호가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