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호의 시조 아카데미 37] 김영재의 "아기미라"
아기미라
김영재
실크로드 박물관에
강보에 싸인 아기미라
유리관에 누운 모습
요람인듯 평온하다
엄마는 비단길 가셨나
혼자서 잠들었네

「아기미라」는 짧은 행 속에 역사와 모성, 침묵의 시간을 절제된 언어로 겹쳐 놓은 시다. ‘실크로드 박물관’이라는 장소는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생과 사가 동시에 머무는 경계의 자리로 기능한다. 유리관 안에 누운 아기는 보존된 유물이면서, 멈춰 선 시간 그 자체다. 관람자는 그 앞에서 과거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시간의 깊은 정면을 마주한다.
‘강보에 싸인 아기미라’에서 강보는 본래 보호와 탄생의 상징이지만, 이 시에서는 생을 지키는 천이 아니라 죽음을 봉인하는 시간의 껍질이 된다. 유리관은 요람처럼 보이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요람이며, “요람인듯 평온하다”는 진술은 안온함이 아니라 너무 오래 지속된 고요를 가리킨다. 이 평온은 생명의 리듬이 사라진 자리에서만 가능한 정적이다.
시의 정서적 중심은 “엄마는 비단길 가셨나”라는 물음에 있다. 실크로드는 문명의 교차로이자 이동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수많은 이별을 낳은 길이다. 엄마의 부재는 역사적 사연으로 설명되지 않고, 질문의 형태로 남는다. 그 물음은 끝내 대답되지 않으며, 아기의 곁에 남겨진 모성의 공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마지막 행 ‘혼자서 잠들었네’는 죽음을 직접 말하지 않고 잠으로 치환함으로써 깊은 애도를 이끌어낸다. 아기는 홀로 잠들었고, 그 잠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이름 없이 사라진 존재들의 역사적 침묵을 상징한다. 이 시는 고요한 이미지 속에 문명의 화려함 뒤편에 놓인 상실을 조용히 드러내며, 보는 이의 마음에 오래도록 잔향을 남긴다.
김강호 시인

1960년 전북 진안 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당신 생각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외 다수
2024년 44회 가람문학상 수상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 「초생달」 수록
코리아아트뉴스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