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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만화로 읽는 시조 10] 수탉의 반란 _ 여한민
류우강 기자
입력
부부싸움의 풍자극

수탉의 반란
여한민
암탉은 클럽가고
여한민
암탉은 클럽가고
나 홀로
집 지키며
졸고 있는 병아리들
토닥여 재워놓고
나도야 나이트 가서
비벼보자
꼬기오!
시조 「수탉의 반란」, 부부싸움의 풍자극
시조 「수탉의 반란」, 부부싸움의 풍자극
- 류안 시인
여한민 시인의 「수탉의 반란」은 단순한 닭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현실적인 부부 갈등의 풍자가 담겨 있다. 암탉과 수탉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현대 부부의 상징이다.
첫 장면은 아내의 외출로 시작된다. “암탉은 클럽가고”라는 구절은 단순한 유흥이 아니라, 아내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탈출이다. “애 좀 봐봐라”는 말이 생략된 듯 들리고, 암탉은 더 이상 참지 않고 클럽으로 향한다. 이는 육아와 가사에 지친 아내의 반란이다.
그 뒤를 잇는 수탉의 모습은 묵묵히 집을 지키는 남편이다. 병아리들을 달래며 재우는 수탉은 피곤하지만 책임감 있는 가장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내 반전이 일어난다. “나도야 나이트 가서 비벼보자! 꼬기오!”라는 외침은, 남편의 억눌린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아내가 클럽에 갔다면, 나도 못 갈 이유가 없다는 반격이다.
이 시조는 단순한 유머를 넘어, 부부 사이의 감정적 균열과 역할 갈등을 풍자한다. “꼬기오!”라는 닭의 울음소리는 단순한 의성어가 아니라, 수탉의 감정적 외침이자 반항의 상징이다.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안에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담겨 있다.
결국 이 작품은 시조라는 전통 형식 안에 현대적 갈등과 엉뚱한 상상을 담아낸다. 시조는 고리타분한 형식이 아니라, 기상천외한 현실을 담아낼 수 있는 유연한 그릇이다. 부부싸움이라는 일상적 갈등을 통해, 시조는 오늘날의 세태를 날카롭게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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