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20】 과락 받은 자연 점수
과락 받은 자연 점수
김선호
노인 서넛 놀빛에 섞여 학창시절 곱씹는디
그 옛날 국민핵교 적 시간표 안 있드나 국어 산수 사회 자연 니 과목이 으뜸이고 어쩌다 음악 미술도 구색 맞춰 들었데이 공부할 책 챙긴다고 시간표 외울 적에 앞만 골라 국산사자 입에 척척 붙었는디 지금 와 생각해 보니 그기 인생 시간표라 엄마 아빠 입 떼면서 말 배운 기 국어라면 구구단 시작해서 방정식 푼 기 산수레이 살라꼬 부대낀 시월이 사회 아니면 뭐라드나
이도 저도 다 끝나고 마지막은 자연인 기라 빽빽하던 정수리가 민둥산처럼 드러나고 갈수록 허리도 자꾸 땅으로만 굽는데이 모처럼 길에서 만난 옛날 친구 반가운디 뭐하노, 어찌 지내노 호들갑을 떨면서도 입에만 뱅뱅 돌다가 그 이름을 못 불렀데이 친구한테는 미안타만 자연스레 여겨야제 가진 기나 아는 기나 하나둘씩 비워 내야 새처럼 훨훨 날아서 그래 가지 않겠나
말이사 천상유순디 움켜쥔 손은 와 못 펠꼬!

‘그거, 그거’하며 지시대명사 쓰는 빈도가 점점 는다. 머릿속에선 선명한데 말로 바뀌는 과정은 아득하다. 한참 후에 생각나거나 아예 잊힌 경우도 허다하다. 나이 들면 다 그렇다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자위하지만 마뜩잖다. 이러다 정말 치매라도 오면 어떡하지? 두려움이 심사를 어지럽힌다.
「2023년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9.25%,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8.42%다. 추이로 보아 2025년도 치매 환자 수는 97만 명이고 2026년 100만 명, 2044년에는 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치매 위험성이 높은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는 2025년 298만 명, 2033년에는 400만 명대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년의 삶이 주목받는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관건이다. 노인복지관이나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건강 다지러 찾아드는 발길도 이어진다. 육체도 정신도 함께 건강하면 좋겠는데, 노년이 길어질수록 질병도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 걱정이다.
생로병사라 써놓고 자꾸만 무병장수로 읽는다. 놓아도 좋을 나이에 재물 앞에서 비굴하다.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다가 혼쭐나거늘, 이놈의 집착을 어찌할까. ‘국산사자’가 입에 붙었는데 자연을 자연스레 들이지 못하다니! 자연 점수는 보나 마나 엉망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