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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FunnyCut]
[FunnyCut] 《벽틈 속의 인생 상담소》
세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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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홍이 만난 재밌는 세상 27]

벽은 말했다. “나는 단단하고, 무너지지 않으며, 아무것도 통과할 수 없다.” 하지만 식물은 웃었다. “응? 그래도 나 자란다?”
한낱 콘크리트 벽이 자신의 영원불멸함을 자랑하던 날, 어딘가에서 스르르 피어난 작은 초록잎 하나. 그 존재감은 모기보다 작았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저 벽돌담에 생긴 균열 틈새에서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자신의 공간을 넓혀갔다.
“이봐, 여긴 내 구역이야!” 벽이 화를 냈다. “알았어, 나도 잠깐만 바람 좀 쐬고 갈게.” 식물은 미소지었다. 그 미소엔 약간의 광기와 무한한 생존 의지가 섞여 있었다.
며칠 뒤, 동네 아이가 이 벽을 보고 말했다. “엄마, 벽에서 나무 자라!” “에이, 그런 게 어딨어.” 하지만 엄마도 봤고, 사진도 찍었고, 인스타에 #생명력대박 태그를 달았다.
이제 벽은 포기했다. 자신의 존재 이유가 “튼튼함”이 아니라 “배경”이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이미 그 식물은 잎을 여섯 개나 달고 셀럽이 되어 있었다.

세라홍 기자
말랑하지만 단단한 감성을 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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