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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시조] 폭설/이옥진
KAN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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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이옥진
용서받을 자격 없어
애써 외면해도
여지없이 찾아와
모든 걸 묻어버렸다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하얀 용서 큰 사랑
(친구와 함께 시조 읽기/류안)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스스로 용서하지 못할 잘못이 있지요. 자신만이 아는 가슴 한켠에 숨겨 놓은 회한이 있지요. 누구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은 프로급이지만, 그래도 누군가로부터 용서받고 싶은 게 있지요.
모든 것을 덮어 버리도록 눈이 내리는 날, 이옥진 시인은 모든 것을 용서받았겠지요. 아니 스스로 자신에게 사과하고 용서한 것이겠지요.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용서를 받았기에 스스로 용서한 것이겠죠. 용서는 저항할 수 없도록 주는 큰 사랑이어야 한다고 시인을 말하고 있지요.
하얗게 세상을 덮어버린 폭설을 보면서 스스로를 용서하고, 세상을 용서하는 길을 찾아낸 시인의 눈빛이 빛납니다.
오늘, 하늘에서 큰 사랑 펑펑 내려 하얗게 세상을 덮어버리길 바래봅니다.
KAN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