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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 Focus]

판화 위 덧칠·금칠, 예술인가 전략인가?

류우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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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손길이 더해진 에디션 판화, 그 가치와 논란

최근 미술 시장에서 판화 작품에 덧칠이나 금박을 더해 고가에 판매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복제 예술의 한계를 넘기 위한 시도이자, 작가의 개입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방식이 예술적 진정성을 높이는지, 단순한 상업적 포장인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커지고 있다. 

디지털판화에 덧칠하는 상상 장면 

덧칠된 판화, 가격은 어떻게 달라지나?


판화는 본래 복제 가능한 예술 형식이다. 그러나 작가가 직접 덧칠하거나 금박을 입히는 경우, 해당 작품은 ‘에디션 중 유일한 개체’로 간주되며 가격이 상승한다.

  • 동일한 실크스크린 판화 중 일부에만 금박을 입힌 경우, 일반 에디션보다 2~3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존재한다.  덧칠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 맥락을 반영한다면, 원화에 가까운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해외 사례: 작가 개입이 가치를 만든다
 

  • 이배 작가의 Brushstroke 시리즈는 디지털 프린트 방식(Piezography)으로 제작되었지만, 작가 서명과 넘버링, 일부 덧칠이 포함된 에디션은  상당한 가격에  판매되었다.
     
  •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동일한 판화에 색상이나 텍스처를 다르게 덧칠해 ‘변형 에디션’을 만들어 고가에 판매한 사례도 있다.

  • Takashi Murakami 역시 일부 판화에 금박이나 형광색 덧칠을 더해 한정판으로 판매하며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었다.
 

예술성과 진정성에 대한 논쟁


덧칠된 판화는 작가의 손길이 닿았다는 점에서 원화에 가까운 가치를 주장하지만, 일부 컬렉터는 이를 “복제품에 화장한 것”이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덧칠이 작품의 본질을 바꾸지 않는 경우, 가격 상승이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덧칠이 기계적이거나 반복적인 경우, 예술적 개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의 시각

 

예술평론가들은 “덧칠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 맥락을 반영한다면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반면 “판매 전략으로만 활용된다면,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덧칠의 방식, 위치, 재료가 작품의 해석을 바꾸는 경우, 그 개입은 창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가격 상승을 위한 장치라면, 오히려 작품의 진정성을 해칠 수 있다.

 

법적·보존적 관점도 중요하다 

 

덧칠된 판화는 보존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며, 금박이나 혼합재료는 시간이 지나며 변색이나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작품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때, 덧칠이 작가의 직접 개입인지, 제3자의 가공인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덧칠·금칠된 판화는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의 경계에 서 있다. 작가의 개입이 작품의 의미를 확장하는 방식이라면, 그 가치는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가격 상승을 위한 장치라면,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


작품을 지키는 것은 결국 작가의 손길이 진정성을 담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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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칠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