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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70] 문봄의 "우쭐하는 기계들"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70] 문봄의 "우쭐하는 기계들"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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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해설]

우쭐하는 기계들

 

문봄

 

여름 해가 모든 창문을 열어젖혀도

에어컨이 재빠르게 닫아버리지

 

장맛비 때문에 꿉꿉한 날에는

건조기와 제습기가 한몫한다고 야단이라네

 

겨울바람이 문틈을 기웃거리면

온풍기가 콧방귀로 막아버리지

 

너희들이 나 없으면 사시사철 어쩌려고?

공기청정기는 목에 힘을 주는데

 

기다렸다는 듯 AI 로봇이 생수 배달하러 가고

드론도 피식 웃으며 피자 배달 나가

 

고객님이 요청하신 대로

기계들은 저마다 일을 하고, 우쭐한다네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출판그룹 상상, 2023)

 

우쭐하는 기계들_문봄 [ 이미지: 류우강 기자] 

[해설]

 

   기계들아 사람을 무시하지 마라

 

  이세돌이 알파고한테 완패한 것이 20163월의 일이었으니 어언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에서, 이스라엘과 인근 지역과의 분쟁에서 드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계를 무시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이번 여름에 전국에서 가장 많이 운 것이 매미와 에어컨이었다. 7월에 열대야가 계속되었을 때 에어컨 실외기 돌아가는 소리가 아파트 단지를 쩌렁쩌렁 울렸다. 장마철에는 건조기와 제습기가, 겨울이 오면 온풍기가 작동을 한다. 사시사철 공기청정기가 돌아간다. 5연에 가서 문봄 시인의 유머센스가 작동을 한다. “기다렸다는 듯 AI 로봇이 생수 배달하러 가고/ 드론도 피식 웃으며 피자 배달나간다니 배달부들은 다 실업자가 되었겠다.

 

  문봄 시인은 기계들이 우쭐한다고 했는데 생성형 AI인 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꽤 겸손하다. 사과를 깎듯이 잘해서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일을 많이 시켜도 싫어하는 기색 없이 열심히 한다. 한마디로 말해 착하다.

 

  작년과 올해, 문인들이 모인 곳에 가면 반드시 등장하는 주제가 인공지능(AI)과 챗GPT에 대한 것이었다. 전에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능력을 과연 넘어설 것인가가 주된 토론 내용이었는데 지금은 인공지능이 사람의 능력을 넘어섰으므로 인공지능과 사람이 얼마나 잘 협력하고 공존할 것인가가 주제가 되었다. 최대한 활용해서 쓰자는 것이 대다수 논의의 결론이었다. 이제 사람이 기계를 이길 수 없으니 잘 보여서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슬픈 일이지만 어쩌랴. 지금 바로 주변을 둘러보라. 온통 기계다. 지금 내 발을 툭 건드리고 가는 녀석이 있다. , 로봇청소기다.

 

  [문봄 시인]

 

  대학에서 독일어교육학을 공부했다. 2017년 《어린이와 문학》에 「백제의 미소」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으며, 2022년 제14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동시집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로 2024년 창원아동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창작지원금과 상패를 받았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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