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의 세상 보기 : 시 ] 사랑하는 이여! _ 홍영수

사랑하는 이여!
홍영수
사랑하는 이여!
오늘도 당신의 생각 속에 따스한 영혼을 느낍니다.
내 삶은 늘 보고 싶음이요 기다림입니다.
당신이 곁에 없어도 당신으로 흘러넘치고
내 안에서 당신을, 당신 안에서 나를 발견합니다.
한 잔의 사랑을 마시고 싶어서 빈 잔의 가슴이 되고
그리움에 흘린 눈물자리는 보금자리가 됩니다.
사랑하는 이여!
불타오르는 나의 기쁨은
당신과의 눈맞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름 석 자는 지문으로 남아 지워지지 않고
그림자마저도 심장을 뛰게 합니다.
당신의 모든 것은 눈동자에 담겨 있고
눈망울에 맺힌 사랑은 별빛처럼 반짝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눈빛으로 당기면 고즈넉이 다가와 맞잡아 준 두 손
부디 붙잡은 손길 거두지 마시고
당신의 품 안에 고이고이 머물게 해주세요.
슬픈 그림자는 내가 휘두르고
그리움의 옷자락엔 비단 빛 수를 놓아
순연한 당신께 살포시 입혀드리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한밤중에 먹빛 그리움으로 부화한 향기는
이성의 담장을 무너뜨리고 감성으로 피어오릅니다.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당신의 사랑
설렘이요, 기쁨이요, 말하는 꽃송이입니다.
당신의 꽃송아리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은
황홀경에 도취한 나의 절정입니다.
―『지구의 유언』(자연과인문, 2025)

시작 노트
누군가를 절실히 사랑해 본 자에게는 고통의 상흔이 있게 마련이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그 곁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그래서 누구나 떠나게 되어있다.
누군가를 지독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내 안의 모든 것을 비워내는 일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당신이라는 존재를 채우기 위해 스스로 빈 잔의 가슴이 되어야 한다.
물리적인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이름 석자는 눈을 감아도 선명히 떠오르고, 지문처럼 가슴에 새겨진 존재는 어느새 내 삶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밤이 깊어 갈수록 이성의 담장은 허물어지고, 오직 그대를 향한 향기만이 비록 한밤중일지라도 먹빛 그리움으로 짙게 피어오른다.
기다림의 슬픔은 내가 휘둘러 입고, 그리움의 옷자락엔 비단 빛 수를 놓아 당신에게 입혀주고 싶다. 당신이라는 꽃송아리에서 비로소 나의 존재를 발견하는 일, 황홀한 절정의 순간이 아니겠는가. 사랑하는 이여!
홍영수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 한탄강문학상 대상
- 아산문학상 금상
-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지구의 유언장』, 자연과 인문,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