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그림 12] 공병 작가의 "사랑하는 사이"– 아크릴 입자 속에 깃든 정서의 교차점
[좋은 그림] 사랑하는 사이 – 아크릴 입자 속에 깃든 정서의 교차점

투명한 아크릴판에 깎이고 파인 수많은 입자들. 그 입자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두 개의 실루엣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관계라는 복잡한 정서를 응시한다. 공병 작가의 신작 「사랑하는 사이」는 산업 재료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 안에 감성의 깊이를 새겨 넣는 놀라운 작업으로 관람자를 마주한다.
공병 작가는 아크릴이라는 현대산업의 부산물을 예술적 상상력으로 전환시키는 독보적인 창작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조각도와 전동 공구를 이용해 아크릴판을 파고 깎으며, 회화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투명한 판 뒤에서 생성된 음각 이미지는 빛의 작용에 따라 양각처럼 보이며, 감정의 결을 입은 조형미로 거듭난다.
작품 속 이미지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지는 다층적인 성질—교감과 거리감, 공존과 분열—을 입자라는 형식으로 표현한다. 깎인 자국들이 집적되어 만들어낸 시각적 패턴은 마치 기억의 조각들이 결합해 만들어낸 감정의 지도처럼 보인다. 작품의 중심에서 방사형으로 뻗는 입자들은 서로를 향한 시선과 감정을 암시하며, 관계의 시간과 공간을 시각화한다.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의 작업에서 느끼는 거대한 존재감은, 무수한 별의 집적으로 이루어진 은하에서 받아들이는 집합의 아름다움과도 같다.”
「사랑하는 사이」는 단순히 감각적 아름다움을 뛰어넘는다. 그것은 아크릴이라는 물성이 조형의 언어로 변화하는 찰나의 순간이며, 관계의 복잡성과 감정의 진폭을 예술로 응축한 결과물이다.
코리아아트뉴스는 이 특별한 작품을 ‘좋은 그림’으로 선정하며, 공병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이며,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