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호의 시조 아카데미 76] 김강호의 “꼴에”
꼴에
김강호
엉겅퀴가 백합인 양
교만에 빠져 럽미 럽미
수탉이 지붕에 올라
홰를 치며 픽미 픽미
멀리서 키득거리다가
뒤집어진 생쥐 생쥐

「꼴에」는 보이는 모양새를 뜻하는 ‘꼴’과 ‘분수에 맞지 않게’라는 뜻의 관용적 표현을 겹쳐 풍자적 의미의 압축해 보았다. ‘꼴에’는 무엇인가를 닮고 싶어 하는 욕망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인간의 기만을 가리킨다. 결국 이 시에서 문제 되는 것은 엉겅퀴나 수탉이나 생쥐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꼴’을 꾸미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보면 좋겠다.
초장의 “엉겅퀴가 백합인 양”에서는 ‘엉겅퀴’와 ‘백합’의 대비를 핵심적으로 인용했다. 소박하고 거친 들꽃인 엉겅퀴가 고결하고 아름다운 백합인 것처럼 자신을 착각하는 순간, 자연의 본래 모습과 스스로 믿고 싶은 모습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 이어지는 “럽미 럽미”는 이 간극을 익살스럽게 확대시켜 보았다.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영어의 유행어처럼 반복함으로써, 자기애와 인정 욕구에 사로잡힌 모습을 희화화했다. 여기서 ‘럽미’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나를 사랑해 달라’는 인간의 결핍과 욕망을 압축한 언어가 된다.
중장의 수탉은 한층 노골적인 의인화의 대상이다. “수탉이 지붕에 올라 / 홰를 치며, 픽미 픽미”라는 장면에서 수탉의 울음과 인간의 자기 과시를 포갰다. 지붕이라는 높은 자리에 올라 자신을 드러내는 수탉은 자신이 누구보다 돋보인다고 믿는 허영의 상징이다. 특히 “픽미”는 선택받고 싶다는 욕망과 스스로를 내세우는 경쟁 심리의 압축이다. ‘럽미’가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라면 ‘픽미’는 선택받고 싶은 욕망이다. 사랑과 선택이라는 서로 다른 욕망이 사실은 타인의 인정에 기대어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려는 하나의 욕망임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마지막 종장 “멀리서 키득거리다가”는 시선의 전환이다. 앞에서 우쭐대던 존재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존재를 등장시키면서, 시의 풍자를 한 단계 더 깊게 했다. 그런데 그 웃음의 주체인 생쥐마저 “뒤집어진, 생쥐 생쥐”가 된다. 여기서 ‘뒤집어진’은 단순한 동작이면서 가치와 관점의 전복이다. 남의 허영을 비웃던 자 역시 언제든 웃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판단하는 순간 자신 또한 타인의 판단 아래 놓인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순히 동물에게 인간의 행동을 부여하는데 그치지 않기를 원했다. 엉겅퀴는 자기를 과장하고, 수탉은 자신을 내세우며, 생쥐는 타인을 비웃는다. 그러나 마지막에 생쥐 역시 뒤집힘으로써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의 경계가 사라진다. 인간은 타인의 허영을 비웃으면서도 자신이 가진 허영을 보지 못하는 존재라는 역설이 발생한다.
결국 「꼴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보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존재의 본질보다 외양과 인정에 집착하는 순간, 인간은 자신의 ‘꼴’을 잃어버린다. 엉겅퀴와 백합, 수탉과 생쥐는 서로 다른 존재처럼 보이지만, 그들 모두에게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려는 인간의 모습이 겹쳐 있다. 짧은 시어 속에 허영과 인정 욕구, 자기기만과 존재의 역설을 담아낸 것은 현재 우리 곁에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풍자를 강하게 드러내 보고 싶은 시인의 심리적 욕망이라고 보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