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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뉴욕 첼시에서 개인전…수천의 인물로 그려낸 ‘그리움에서 우리로’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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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부터 11월 6일까지 Marie Gallery…기억·상실·관계의 흔적을 ‘인간 군집’으로 풀어내 10월 10일 오프닝 리셉션, 17일 아티스트 토크…‘무한한 존재의 빛’으로 이어지는 인간 풍경

인체를 통해 인간의 기억과 존재, 관계와 시간의 흔적을 탐구해온 김영미(Young Mi Kim) 작가가 미국 뉴욕 첼시에서 개인전을 연다.

김영미 개인전 포스터

김영미 개인전은 2026년 10월 8일부터 11월 6일까지 뉴욕 첼시의 Marie Gallery에서 개최된다. 오프닝 리셉션은 10월 10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열리며, 10월 17일 오후 5시에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가 마련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개인적 기억에서 출발한 ‘그리움’이 수많은 인간의 형상을 통해 ‘우리’라는 공동의 풍경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영미는 캔버스 위에 수천 개에 이르는 작은 얼굴과 인체를 반복적으로 그려 넣고, 이 작은 존재들을 하나의 거대한 얼굴과 몸, 풍경으로 다시 조직한다.

 

멀리에서 바라보면 작품은 푸른색과 청록색, 자주색 등이 층층이 쌓인 추상적 색면처럼 보인다. 그러나 화면 가까이 다가가면 풍경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무수히 많은 인간의 얼굴과 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하나의 형상 속에 수많은 존재가 들어 있고, 각각의 작은 존재가 다시 전체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김영미 회화의 중요한 미학적 특징이다. 추상과 구상, 개인과 집단, 기억과 현재, 하나와 전체의 경계가 끊임없이 교차한다. 관람자가 작품과 맺는 물리적 거리 역시 작품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요소가 된다.

 

뉴욕 Marie Gallery의 Rhee Yun Jung 디렉터는 이번 개인전을 “그리움에서 출발해 ‘우리’에 이르는 여정”으로 설명한다.

 

그는 김영미의 작품에 등장하는 수천의 작은 인물에 대해 각기 다른 얼굴과 몸짓을 지닌 개별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서로 모이고 겹쳐 하나의 얼굴과 풍경을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멀리에서는 거대한 푸른 물결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설수록 그 안에 수많은 삶과 기억의 시간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작업은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에서 중요한 출발점을 갖는다. 개인적 기억과 감정의 파편이 수많은 인간의 형상으로 변환되고, 그 형상들은 다시 서로를 끌어안듯 하나의 거대한 존재를 만들어간다.

 

지난 작업에서 움직임과 춤을 통해 ‘혼돈에 대한 응답’을 보여줬다면 이번 개인전에서는 ‘군집’이 ‘그리움에 대한 응답’으로 등장한다. 흩어진 기억을 다시 모으고 서로의 존재를 붙들며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부재한 존재를 되살리는 행위이자 인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Rhee Yun Jung 디렉터는 “김영미의 군집은 그리움의 기록이자 사랑이 만들어낸 ‘우리’의 풍경”이라며 “작은 존재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거대한 형상은 흩어지지 않기 위해 서로를 품는 관계의 풍경”이라고 전했다.

 

수천 개의 작은 인간이 만든 하나의 존재

전시포스터

김영미의 회화에서 인체는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다. 작가는 한 사람의 몸 안에 지나온 시간과 기억, 상처와 침묵,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삶의 에너지가 층층이 쌓여 있다고 바라본다.

 

김영미는 작가노트에서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닌 고유한 생의 에너지와 서로 다른 삶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거대한 존재의 흐름을 ‘무한한 존재의 빛’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작품 속 작은 인간 형상은 하나의 점처럼 기능한다. 작가는 이 형상들을 수없이 반복하고 중첩해 큰 이미지를 완성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작은 얼굴들은 개별적으로는 서로 다른 인간이지만, 한 걸음 물러서는 순간 하나의 인물이나 풍경으로 통합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극도로 작은 존재인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품고 있는 존재라는 역설을 드러낸다.

 

작가는 “멀리서 하나의 풍경으로 보이는 화면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무수한 인간으로 해체된다. 그리고 다시 멀어지는 순간 그 인간들은 하나의 빛과 하나의 풍경으로 돌아간다”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한다.

 

미술비평 최연하 “유전되지 않는 삶의 초상”

 

미술비평가 최연하는 김영미의 작업을 ‘유전되지 않는 삶의 초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최연하는 김영미의 회화가 인체를 그리고 있지만 결국 몸 그 자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고통, 사유의 흔적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을 탐색한다고 분석한다. 특히 화면에서 반복되는 모친의 형상은 개인적 가족사의 기록을 넘어 인간의 탄생과 관계, 상실과 기억을 환기하는 상징적 존재로 확장된다.

 

수많은 얼굴과 몸이 겹쳐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가는 장면 역시 개인의 고독과 집단적 기억이 만나는 지점이다. 타인의 얼굴을 그리는 행위가 곧 작가 자신의 흩어진 기억과 감정을 다시 불러 모으는 과정이 된다는 해석이다.

 

최연하는 김영미의 회화를 “사라짐에 대한 애도인 동시에 존재를 지속시키려는 의지”로 바라본다.

 

인간은 무엇으로 남는가, 한 사람의 삶을 시간 너머로 이어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김영미는 혈연이나 생물학적 계보가 아닌 기억과 이미지, 흔적이라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억과 상실에서 시작된 ‘존재의 흔적’

 

김영미의 작업에는 기억과 상실이라는 개인적 경험이 깊숙이 자리한다.

 

가족과 관계 속에서 경험한 시간은 인간이 무엇으로 이어지고 무엇으로 남는지를 고민하게 했고, 이러한 질문은 오랜 시간 그의 회화를 이끌어왔다.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사라지는 것을 물리적으로 붙잡는 행위라기보다 사라진 뒤에도 존재가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를 묻는 과정에 가깝다. 몸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그림 속의 인간은 타인의 시선과 만나는 순간 다시 새로운 시간을 얻는다.

 

그래서 김영미의 화면에서 기억은 과거에 고정되지 않는다. 기억은 반복해 그려지고 겹쳐지고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이미지로 재구성된다. 한 사람의 얼굴은 수많은 얼굴로 해체되고, 수많은 사람은 다시 하나의 인물로 결합한다.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관계라는 점도 이 과정에서 드러난다.

 

푸른색에서 펼쳐지는 고독과 생명의 풍경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에서도 김영미 특유의 깊은 블루 계열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김영미, 〈발현되는 여인〉, Oil on Canvas, 72.5×90.8cm, 2026

〈발현되는 여인〉에서는 화면을 가득 메운 작은 인물들 사이에서 하나의 인체가 서서히 떠오른다. 구체적인 형상은 명확하게 고정되지 않고 마치 기억 속에서 한 사람이 되살아나는 것처럼 색층 사이에서 출현한다.

김영미, 〈침묵의 초상〉, Oil on Canvas, 116.3×90.5cm, 2026

〈침묵의 초상〉은 짙은 블루와 청록의 층위를 통해 말로 표현되지 않는 인간의 감정과 내면의 깊이를 드러낸다. 수많은 작은 인간의 형상이 하나의 장면을 이루지만, 개별적인 존재의 목소리는 화면 내부에 조용히 잠겨 있다.

김영미, 〈내면의 산〉, Oil on Canvas, 162×130cm, 2026

대작 〈내면의 산〉에서는 인간 군집이 거대한 산과 계곡, 인체를 연상시키는 형상으로 이어진다. 하나의 자연 풍경처럼 보이는 화면이 사실 수많은 인간의 집합이라는 점에서 인간과 세계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김영미, 〈메디치블루 쉼〉, Oil on Canvas, 54.3×78.8cm, 2026

〈메디치블루 쉼〉에서는 보다 구조화된 색면과 인체의 형태가 교차한다. 청색과 자주색의 깊은 색채 속에서 형상들은 하나의 기념비적인 존재처럼 떠오르며, ‘쉼’이라는 제목과 함께 내면으로 침잠하는 시간을 암시한다.

김영미, 〈그리움의 군도〉, Oil on Canvas, 72.5×90.8cm, 2026

〈그리움의 군도〉는 개인의 기억과 관계의 흔적을 섬과 군도의 이미지처럼 펼쳐낸다. 각기 떨어져 있는 듯한 존재들은 화면 전체에서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이루며, 이별과 연결이 동시에 존재하는 인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김영미, 〈푸른고독—만개의 숨결〉, Oil on Canvas, 72.5×90.8cm, 2026

〈푸른고독—만개의 숨결〉 역시 수많은 작은 인간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초상을 만들어낸다. 한 명의 인간이 수많은 인간으로 구성되고, 다시 그 한 사람이 또 다른 공동체의 일부가 되는 순환적 구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뉴욕에서 다시 이어지는 김영미의 작업 세계

 

김영미는 홍익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30여 회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그룹전 및 초대전에 참여했으며, KIAF를 비롯해 국내외 국제 아트페어에도 50여 차례 작품을 선보였다.

 

뉴욕 첼시를 비롯해 룩셈부르크, 상하이,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몬트리올,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오사카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전시 활동을 이어왔다.

 

2024년에는 뉴욕 첼시 Crossing Art Gallery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2022년과 2020년에는 룩셈부르크 Artskoco Gallery, 2020년 미국 뉴저지 Onyx Gallery, 2019년 중국 상하이 윤아르테, 2018년 미국 뉴욕 Space 776 Gallery와 Bergen PAC의 Sandy Bennett Art Gallery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4년에는 주캐나다 대한민국대사관 초대전을 열었으며, 2013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Königstein의 Gallery Uhn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 활동과 함께 영상 작업도 이어왔다. 김영미의 작업 세계를 담은 다큐멘터리 〈Painter & Mom〉은 2019년 런던 Tate Modern에서 열린 London East Asia Film Festival을 시작으로 2020년 제37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부문, 2021년 Swiss Flying Festival, 강원국제트리엔날레 등에서 소개됐다.

 

김영미는 1990년 동아미술대전, 1991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수상했으며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아트뱅크, 전북도립미술관, 중국 상하이 장가항 시립미술관, 외교부,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 주워싱턴 한국문화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도서관, 독일 본대학교 등 국내외 여러 기관에 소장돼 있다.

 

이번 뉴욕 개인전은 김영미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인간은 무엇으로 남는가’라는 질문을 한층 응축해 보여주는 자리다.

 

한 사람의 그리움에서 시작된 작은 인간들은 화면 위에서 수천, 수만의 존재로 증식한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얼굴과 몸, 풍경이 된다.

 

김영미의 회화에서 인간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기억 속에서 타인을 부르고, 서로의 흔적을 품으며,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푸른 화면을 채운 수많은 작은 존재들은 바로 그 관계를 증언한다.

 

그리움에서 ‘우리’로 향하는 이번 전시는 개인의 상실을 넘어 인간이 서로에게 어떤 흔적으로 남을 수 있는지를 묻는 김영미 회화의 새로운 장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포스터

전시 개요

전시명: Kim Young-Mi Solo Exhibition in New York
작가: 김영미(Young Mi Kim)
기간: 2026년 10월 8일 ~ 11월 6일
오프닝 리셉션: 2026년 10월 10일 오후 5시~8시
아티스트 토크: 2026년 10월 17일 오후 5시
장소: Marie Gallery
주소: 137 W 25th St, 5th Floor, Chelsea, New York, NY 10001,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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