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임의 시조 읽기44】 변현상의 "말복"
말복
변현상
이열치열 한자성어 삶아 먹는 찌는 말복
컹컹 짖던 소리까지 가마솥이 다 삼키고
삼세판 마지막이라 땀 뻘뻘 용을 쓰는
경찰과 실랑이하는 탕 집 앞 1톤 트럭
늘어진 목소리까지 그을려서 갈색이다
“그마, 마! 맘대로 햇뿌소! 벌금을 때리시던지”
《釜山時調》 (2025. 하반기호)

여름 더위는 언제나 언어보다 앞서온다.
말(言)은 생각의 형태를 빌려 우리에게 찾아오지만, 더위는 그 모든 과정을 무력화 시키며 몸과 숨으로 온다.
시의 첫 장면인 “이열치열 한자성어 삶아 먹는 찌는 말복” 살을 찍어 누르는 가마솥처럼 달궈진 더위이며 살아있는 뜨거움이다.
“컹컹 짖던 소리까지 가마솥이 다 삼키고” 더위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소리를 삼켜 소리의 근원을 압박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극한의 더위 속에 언어조차 생존본능 아래로 가라앉는다.
“삼세판 마지막이라 땀 뻘뻘 용을 쓰는” 마지막 더위인 말복은 삶을 버티기 위해 마지막 인간의 몸짓처럼 읽힌다. 더위는 판단을 흐리고, 숨 쉬는 것을 힘들게 하며, 말의 근육을 늘어뜨린다.
“경찰과 실랑이하는 탕 집 앞 1톤 트럭” 더위에 지친 이들은 몸보신용으로 탕들을 먹게 된다. 식사하기 위해 잠깐 세운 트럭이 주차위반 상황에 놓인다. 보통 딱지를 떼기 전에 봐 달라고 사정을 하겠지만, 달궈지는 더위 속에 몸과 목소리는 늘어지고 그을려져 흘러간다.
마지막 두 구는 이 시의 숨통이자 절정이다. “그마, 마! 맘대로 햇뿌소! 벌금을 때리시던지” 실랑이는 격렬해야 하지만, 더위는 그 격렬함을 무디게 만든다. 화자의 눈앞에 있는 이의 목소리는 분노와 피로, 체념의 경계에서 흔들린다. 그러나 그 발화의 온도는 뜨겁지 않다. 차라리 더위에 녹아버린 마지막 발화, 지친 삶의 숨결처럼 느껴진다.
「말복」의 가장 큰 특징은 ‘더위’를 추상적 상태가 아닌 물질적인 힘으로 바꾸고 있다. ‘가마솥이 다 삼키고’ ‘늘어진 목소리’ ‘그을려서 갈색이다’처럼 더위를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질감을 바꾸는 사물로 등장한다. 또한 둘째 수 초장처럼 현실을 돌처럼 툭툭 튀어나오게 설정하여, 더위의 힘을 강조하면서 시 전체에 일그러진 사실을 부여한다. 수채화는 종이에 물과 색이 느리게 스며들어 멋진 그림으로 탄생한다. 이「말복」작품도 더위를 과장 없이 묘사해, 변형의 순간을 만들어 내는 것도 이색적이다.
더위가 만든 공기는 사람의 존재가 선명하지 않다. 마지막 여름인 말복은 언제나 뜨겁지만, 그 뜨거움이 지나간 자리에는 참아내고 견뎌낸 시간의 결이 물빛처럼 남아 있는 12월 중순이다.

2022년 고산문학대상 신인상
2025년 제1회 소해시조창작지원금 수상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편집자주: "강영임의 시조 읽기"는 매주 수요일 아침에 게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