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전문경영인 출신 성영소 시인 - “늙는다는 것은 엄청난 일”
다채로운 인생과 치열한 생존의 기록, 세 번째 시집을 통해 노인의 삶을 노래하다
[코리아아트뉴스 류안 기자] 올해 82세의 전문 경영인 출신 성영소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늙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을 발표하며 독자들 앞에 인생의 굴곡과 노년의 성찰을 담은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성시인은 동아일보 사회, 외신, 경제부에서 1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하며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사건, 울진·삼척 무장 공비 침투, 포항 영일만 석유 사건과 같이 중대 사건들을 생생하게 취재했다. 그 와중, 동아 광고 사태에서 회사가 농성 중인 기자를 강제로 내보내는 모습을 목격한 후 기자 생활을 접고 쌍용그룹 무역회사 (주) 쌍용 기획과장으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기업인으로 전향한 이후 그는 뜻밖의 기회를 맞아 그룹 회장이 맡은 명예영사 업무를 겸임하게 된다. 에콰도르 정부의 요청에 따라 동경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영사 업무를 익히고, 회사 건물 내 영사관을 설치해 비자 발급 및 인증 업무를 수행하는 등 국제 업무에도 발을 넓혔다. 이어 쌍용그룹이 가봉 정부와 합작해 설립한 SOGACCO에서 부사장으로 임명, 15층 건물을 배경으로 한 백화점·임대업 경영에 참여하며 젊은 나이에 경영권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현대 자동차 차량 판매를 위한 신설 기업의 대표와 그룹 홍보실장, 자동차 기획본부장, 쌍용 부사장, 회장 비서실장 등 여러 기업 최고위직을 역임한 후, IMF 위기와 구조조정 경험을 거쳐 KT 부사장의 역할도 맡으며 ICT 산업의 전환기를 몸소 체험했다.

한편, 그는 은퇴 이후에도 그의 복잡하고 다면적인 인생 경험을 시로 승화했다. 첫 시집은 2013년, 고희(老희)를 맞아 내놓은 작품으로 시작되었으며, 6년 후 2019년에는 심장마비 후 스텐트를 심은 가슴으로 쓴 두 번째 시집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 세 번째 시집 “늙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은 올해 교회로 향하던 길에 폭설로 쓰러져 머리를 다치는 위기를 겪은 뒤 8일간의 치료를 마치고 출간되었다.
시집 제목에서 드러나듯, 성영소 시인의 작품은 노년의 신체적 한계와 함께 삶 속에서 내려놓은 욕심, 그동안 쌓인 고통과 외로움을 노래한다.
“욕심의 근육도 늙어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찬란한 한낮의 햇빛보다 더 아름다운 저녁놀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시구는, 인생의 마지막 변혁을 오히려 설레는 기대감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철학을 대변한다.
그의 시는 아이들이 둥지를 떠나고 부부만이 남은 적막한 하루 속, 잊혀진 노인들의 외로움과 그들이 겪는 고통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사회에서 소외받는 노년층의 현실을 아련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은 성시인의 표제시를 코리아아트뉴스 칼럼을 통해 해설한 바 있다. 이 해설에서 '성영소 시인은 노년으로 비탄에 잠겨 한숨을 내쉬고 있지 않고, 소년처럼 씩씩하고 청년처럼 용감하다' 며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순천자가 되었으니 마음을 편히 갖고서 최후의 날을 기다린다면 늙는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엄청난 일" 이라고 평했다.
성시인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앙 고백과 함께 잘못된 신앙생활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시집 곳곳에 녹여냈다. 그의 시에는 인생의 바다에서 침몰하지 않으려 안간힘으로 헤엄치다 온몸의 힘을 잃으며 결국 죽음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을 통해 욕심이라는 인간 본성을 성찰하도록 유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전문 경영인과 기자, 그리고 기업 최고위직의 자리에서 다양한 국제 업무와 경영 위기를 겪으며 다져진 그의 인생 경험이 이번 시집에 고스란히 투영되었다는 평가다. 성 씨의 시집은 단순한 개인의 건강 위기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서 노인들이 겪는 육체적, 정서적 고통과 사회적 소외, 그리고 인생과의 화해를 시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성영소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늙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은 삶의 마지막 전환점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노년의 시선과 철학을 담고 있으며, 변화무쌍한 인생 여정이 시와 함께 다시 한 번 독자들 앞에 날개짓하고 있다.
코리아아트뉴스는 앞으로도 그의 삶과 작품이 전하는 진솔한 메시지에 주목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 ; https://koreaartnews.com/post/L8DTfc0M 코리아아트뉴스 2025. 3. 28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8 "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