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50】 낙선 위무사(慰撫辭)
낙선 위무사(慰撫辭)
김선호
방문 닫고 훌쩍이는 손녀 불러 캐물으니
새 학기 시작되자 반장 새로 뽑는대서 식구 몰래 출마하여 놀래주고 싶었는데 오늘이 선거일인데 보기 좋게 떨어졌다네 공약도 잘 만들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어제까지 판세로는 확실하다 믿었는데 그래서 당선 소감도 밤새워 연습했는데 막상 뚜껑 열어보니 엉뚱한 애 당선되고 뒷소문 들어보니 초콜릿을 돌렸다는데 자기는 가만히 있다 뒤통수를 맞은 거라네 닭똥 같은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붓고 분기를 누르지 못해 안절부절 나대기에 어쩌지 어쩌지 하다 위로라고 툭 뱉기를 아가 아가 뚝 그치고 할배 말 좀 들어보레이 크나 작으나 선거판은 진흙탕 싸움이라서 너처럼 해맑은 애는 견뎌내기 힘든 데라 아무리 착한 사람도 한번 발을 들였다가는 거미줄에 나방처럼 헤어나지 못한데이 까마귀 우짖는 골을 백로가 와 굳이 가노
이런 말 좀 뭣하다만 걔는 출판도 했다드나?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초등학교 반장부터 신협이사장,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까지 다양하다. 이미 끝난 것도 있고 이제 시작인 것도 있다. 지방선거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출판기념회 초청 문자가 쇄도한다. 투표권이 없거늘 다른 지역 출마자한테서도 문자를 받는다.
선거는 늘 시비를 부른다. 방식부터 과정, 결과를 놓고 대립한다. 경선 규칙 놓고 유불리를 따지면서 갈등한다. 수많은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당선이 취소되기도 한다. 외국이 개입했다는 현수막이 걸리는가 하면, 계엄군이 중앙선관위로 출동하는 등 해괴한 사건들도 연출한다. 의혹을 차단하려고 선관위는 이번 선거부터 사전투표함을 투명하게 만들기로 했다.
집단의 대표자나 공직자를 투표로 뽑는 선거의 선(選) 자는, 쉬엄쉬엄 갈 착(辶)과 유순할 손(巽) 자를 합친 글자다. 손(巽) 자는 탁자 위에 무릎 꿇고 앉은 사람을 상징하므로, 선거는 공손한 사람 중에 누구를 보낼지 고른다는 뜻을 지닌다. 선거에 나가려면 최소한 사심 없고 공손해야만 하는 것이다.
4할 사전투표, 3·5인조 공개투표, 완장부대 활용, 야당 참관인 축출 등 4대 행동지침으로 치른 이른바 3.15 부정선거는 4.19를 촉발했고, 주동자 최인규 내무부장관은 처형됐다. 66년이나 지난 그야말로 고릿적 일이고, 지금은 언감생심이다. 이보다는 공손한 사람, 불순 의도가 없는 사람을 가려야 한다. 출판기념회를 의식한 ‘되고말고식’ 출마는 지탄받을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