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설] 최종진의 "나무"
나무
최종진
나무는 하늘을 만나야 한다는
오직 한마음으로 살아간다
손을 들어 간절히 기도하는 것도
하늘을 만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해마다 허물을 벗고 다시 살아
한 뼘씩 한 뼘씩 하늘 가까이 간다
나무는 하늘을 닮아 마음이 푸르고
비바람으로 씻어 몸이 깨끗하다
—《녹색평론》(2009년 9-10월)
나무
최종진
그는 신이다
더위에 지친 사람에게
그늘을 드리울 때
톱을 들이대는 사람에게
산소를 뿜어줄 때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
장작불로 타오를 때
그는 신이다
—《녹색평론》(2008년 5-6월)

[해설]
나무에게 감사를 표하다
같은 제목으로 두 편의 시를 쓴 최종진 시인은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 3년을 마친 후 고향인 김해에서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하면서 오랫동안 연애하던 여성과 결혼하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교사생활이 단조롭다고 여겨 이직을 모색하던 중 의료보험조합에 자리가 나서 그곳으로 옮겼다. 지역의료보험 보급을 위해 열심히 일하던 중인 1989년 1월 어느 날이었다.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여느 때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한적한 국도길을 따라 출근하던 길에 그가 탄 오토바이를 덤프트럭이 덮친 교통사고가 일어나 최종진은 전신 마비가 되었고 결국 척수장애인이 되었다.
장애인이 되고 나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이 땅에서 씌어진 수많은 생태환경시 가운데 이 시 이상의 절창이 있을까? 주의-주장을 펴는 거창한 주제의식이 없으면서도 저 나무들을 본받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은근슬쩍 날리고 있다.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고 산을 푸르게 한다. 차를 타고 가면서 초록 색깔이 선명한 산을 보면 나무들에게 경외심을 갖게 된다. 오래오래 푸르게 이 지상에 존재하라고 말을 건네고 싶다.
나무는 유실수로도 인간에게 도움을 주고 생애 내내 산소를 내뿜는다. 죽어서는 건축자재가 된다. 살신성인의 표본이다. 키가 큰 메타세쿼이아도 보기 좋고 몸을 뒤틀면서 자라는 소나무도 보기 좋고 느티나무, 버드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이팝나무 등 나무들은 다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최종진 시인이 쓴 시이기에 더욱더 이 시의 가치가 돋보인다.
나무는 제 자리를 지킬 뿐만 아니라 지극히 이타적이다. 베풀기만 할 뿐이다. 나무야말로 인간에게 줄기차게 베푸는 신 같은 존재인데 인간은 나무를 베어 건축자재로 쓴다. 펄프를 만든다. 화장지를 만든다. 인간의 실화로 방화로 산불이 나면 몽땅 죽는다. 시인은 착한 나무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시를 썼을 것이다.
[최종진 시인]
장애인들의 문예지 《솟대문학》에 그의 시가 처음 실린 것은 1994년이고, 솟대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1997년이다. 이 문예지의 발행인 방귀희 씨는 『2022년 장애인예술수첩』을 제작하면서 수소문한 결과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을 뿐 언제 어떻게 눈을 감았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그는 《녹색평론》에 1996년부터 2011년까지 21회에 걸쳐 근 100편의 시를 발표했다. 2001년에 출판사 ‘내일을 여는 책’을 통해 시집 『그리움 돌돌 말아 피는 이슬 꽃』을 펴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