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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의 시조 아카데미 54] 김강호의 “무서운 일상”

시인 김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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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통해 들여다보는 전쟁의 섬뜩함과 시가 내포한 유머"

 무서운 일상

 

 김강호

 

폭탄세일 주문하자
로켓 택배 날아왔다

핵가족 총알택시에
술집은 또, 대폿집

무서운 일상 _ 김강호 시인 [ 이미지: 류우강 기자] 

이 시조는 양장시조다. 「무서운 일상」은 내가 살아내고 있는 오늘의 풍경을 가장 익숙한 말들로 위장한 , 가장 낯설고 섬뜩한 감각으로 드러내고자 한 시도다. 나는 일부러 일상의 언어를 빌려왔다. ‘폭탄세일’, ‘로켓 택배’, ‘핵가족’, ‘총알택시’, ‘대폿집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는 말들이다. 그러나 이 단어들의 뿌리를 더듬어 보면, 그것들은 모두 폭력과 전쟁의 어휘에서 흘러나온 것들이다. 나는 그 점을 끌어올려, 우리가 얼마나 무감각하게 위험한 세계 속에 살고 있는지를 드러내고 싶었다.

 

초장, - ‘폭탄세일 주문하자 / 로켓 택배 날아왔다에서 나는 소비의 속도와 과잉을 부풀렸다. ‘폭탄은 더 이상 파괴의 상징이 아니라 가격의 파격을 뜻하고, ‘로켓은 우주를 향하던 추진력을 이제는 택배 상자 하나에 쏟아붓는다. 이때 택배는 단순한 물류가 아니라, 욕망이 날개를 단 존재가 된다. 주문하는 순간 이미 날아와 버리는 이 속도는 편리함이 아니라 일종의 공포다. 인간의 욕망이 시간마저 압도해버리는 지점이다.

 

종장 - ‘핵가족 총알택시에 / 술집은 또, 대폿집에서는 관계와 공간마저 무기화된 세계를 드러낸다. ‘핵가족이라는 말은 본래 사회학적 용어지만, 여기서는 ()’의 이미지를 은근히 작동시켰다. 가족은 더 이상 따뜻한 공동체라기보다, 최소 단위로 축소된 채 폭발 직전의 긴장을 품고 있는 존재다. 그 가족이 타고 있는 총알택시는 속도와 위험을 동시에 내포하며, 마치 삶 자체가 어디론가 쏘아져 가는 탄환처럼 묘사했다.
 

마지막 대폿집은 가장 위트 있는 동시에 가장 씁쓸한 장치다. 술집을 대폿집이라 부르는 우리의 언어 습관은, 취기를 빌려 발사되는 감정들을 암시한다. 말들은 포탄처럼 터지고, 웃음은 폭음처럼 번진다.
 

우리는 과연 안전한가, 아니면 안전하다고 믿으며 살아가는 것뿐인가. 가장 익숙한 단어들을 던짐으로써, 독자가 웃다가도 문득 섬뜩해지기를 바랐다.

김강호 시인 

김강호 시인

1960년 전북 진안 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당신 생각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외 다수

2024년 44회 가람문학상 수상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 「초생달」 수록

코리아아트뉴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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