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10】신화푸드 이모
[사설 시조]
신화푸드* 이모
김선호
내사 마 오늘부로 일본지사 발령 났데이
고무장갑 벗은 손에 습진기가 어린 여자
농조로 뱉은 한숨이 주방 창에 서린다
가서 마 회나 썰고 여기보담 훨씬 낫제 점잖은 신사 들면 가끔 팁도 지를 테고 낯설어 맴은 쓰이는디 워떡하노 따라야제 몇 해 전에 중국에선 고생깨나 했더니라 쏼라쏼라 떠드니께 혼이 쏙 빠져나가데 벨에벨 요리가 다 있어 어안이 벙벙했니라
지나고 보니 그래도 본사가 젤로 편하드만 평생 먹어 안 거슬리제 식구들 가까이 있제 설거지 그깟 거야 뭐 인이 칵 백였으니께 요즘 들어 생뚱맞게 미국지사가 그리우니라 빵부스러기에 우유 한잔 치울 것도 벨로 없고 어깨에 은근한 힘도 한번 실어 볼 테고
비자를 내야겠는데, 참 여권도 있어야제?
* 한·중·일·양식당을 한 건물 내에 각각 두고 종업원을 주기적으로 교차 배치한다.

100억 불 적자!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관광수지 통계다. 올해 1분기 해외여행 보험 개인 가입자 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지난해 인구 대비 해외여행 비율은 중국 10, 일본 16, 미국 26인데 한국은 56%다. 코로나로 위축됐던 해외여행 증가세가 가파르다. 일본말보다 한국말을 더 많이 들었다는 일본 여행 체험기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이상하다. 살림살이는 팍팍해지는데, 너도나도 해외로 갔단 말인가? 통계는 늘 허점이 있다. 절반 이상인 해외여행 비율에는 몇 차례씩 드나든 상류층의 중복값이 반영된 결과일 테다. 먹고살기 급급한데 해외여행이라니….
“내사 마 일본 간다.”따르던 잔에 술보다 먼저 담긴 한마디가 부풀던 여행담을 밀어냈다. 일식당으로 근무가 바뀐다며 고기 굽던 이모가 던진 농담이다. 식당만 전전하며 잔뼈 굵은 그녀다. 고기는 굽는 맛이라며 정성 다하는 이모에게 단골이 끓는다.
걸쭉한 농담만큼 한식이든 중식이든 거침없이 소화하는 그녀지만, 해외는 제주뿐이란다. 그런 이모들이, 서민들이 적지 않으리라. 여권과 비자가 로망인 그들이다. 농담 속에 동경과 원망도 담았으리라. 이모의 그 한마디가 왠지 신성神聖한 신화神話처럼 매달린다.
김선호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신춘문예(1996)에 당선하여 시조를 쓰고 있다. 시조를 알면서 우리 문화의 매력에 빠져 판소리도 공부하는 중이다. 직장에서 <우리 문화 사랑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으밀아밀』등 네 권의 시조집을 냈다.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충청북도 지역 문화예술 분야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