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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규 칼럼] 청년은 복지가 아닌 사다리를 원했다 - 6.3 지방선거

조선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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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정치 변화의 구조, 세대론의 함정, 그리고 우리가 놓친 질문

2026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개표 결과와 함께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수치 하나가 다시 논쟁의 불씨를 지폈습니다. 20대 남성의 55.8%가 국민의힘 후보를, 20대 여성의 66.4%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30대에서도 같은 구도가 반복됐습니다. 30대 남성은 국민의힘 48.6% 대 민주당 42.1%, 30대 여성은 민주당 63.5% 대 국민의힘 32.5%였습니다.

언론은 이미 예측된 수순처럼 청년 표심 성별 양극화 재확인 이라는 헤드라인을 뽑아냈습니다. 그러나 이 해석은 절반만 맞습니다. 성별 분화는 분명 실재하는 현상이지만, 그것이 청년 정치의 전부인 양 호명하는 순간 우리는 더 중요한 질문을 놓칩니다. 2030은 정당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보다 후보의 자질이나 정책에 관심을 더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18~29세의 적극 투표 의향은 51.2%로, 2022년 지방선거 당시보다 무려 11.1%포인트 상승 했습니다. 청년들은 등을 돌린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의 장으로 더 많이 걸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데이터와 구조 속으로 들어가 보아야 합니다.
 

아파트가 바꾼 정치 지형도, 2030세대의 정치적 선택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들이 살고 있는 물질적 조건을 직시해야 합니다. 2025년 12월 29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사상 최초로 15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누적 8.98% 상승했으며, 이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의 8.03%를 넘어선 수치로 2013년 공식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기록입니다.
 

수치를 청년의 눈높이로 환산해 보겠습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초반 사회인이 연봉 4,000만 원을 받으며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한다고 가정하면, 15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37년 이상이 걸립니다. 그 37년 동안 아파트값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전제까지 붙습니다. 이것이 2026년 서울 청년의 현실입니다.
 

주거 상황도 악화 일로입니다. 청년층의 고시원 등 취약 거처 이용 비중은 2010년 5.6%에서 2023년 11.5%로 두 배 이상 확대됐습니다. 최저주거기준(14㎡)에 미달하는 면적에 거주하는 비중도 2023년 6.1%에서 2024년 8.2%로 상승 전환했습니다. 수도권 1인 가구는 급증했지만 소형 비아파트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월세 시장 전반이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주거비는 이제 단순한 생활비 문제가 아닙니다. 가처분소득 대비 실제 주거비 비중은 청년층이 약 9% 수준으로, 전체 연령 평균인 약 3%의 세 배에 달합니다. 주거비가 1% 상승할 때 총자산은 0.04% 감소하고, 주거비 지출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날 경우 교육비 지출 비중은 0.18%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거비 과부담이 자산 형성과 인적 자본 축적을 동시에 잠식하는 이중 구조입니다.
 

부채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청년층 부채가 전체 연령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23.5%에서 2024년 49.6%까지 급증했습니다. 1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이 수치는 청년 세대가 얼마나 깊숙이 부채의 구조 속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자산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노후 준비의 수단이고, 결혼과 가족 형성의 물질적 조건이며, 세대 간 자산 이전의 핵심 채널입니다. 부모 세대가 보유한 아파트 한 채와 그렇지 않은 가정 사이의 출발선 차이는 이미 수억 원입니다. 이 격차는 노력으로 좁혀지는 속도보다 자산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사회학에서는 이를 "자산 기반 계층화"라고 부릅니다. 소득 격차보다 자산 격차가 불평등을 더 강하게 규정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 속에서 청년들이 기존의 복지 담론에 냉담해지는 것은 논리적으로 자연스러운 귀결입니다. 복지는 현재의 빈곤을 완화 하지만, 지금 이들에게 더 절실한 것은 미래의 자산 형성 경로 이기 때문입니다.
 

불공정한 복지가 만들어낸 역설입니다. 여기서 청년 정치의 핵심 역설이 등장합니다. 청년들이 분노하는 것은 복지 자체가 아닙니다. 복지 제도의 설계 방식에 대한 구조적 불신입니다.
 

노동시장 현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첫 취업 소요기간이 1년 이상인 비중은 2004년 24.1%에서 2025년 31.3%로 상승했습니다. 청년 고용률 등 거시지표는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오히려 길어지는 역설적 상황입니다. 19~34세 '쉬었음' 인구는 2003년 20만 명대에서 2024년 4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고용률 수치가 개선돼도 청년이 체감하는 일자리의 질과 진입 장벽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와 수시채용 확대가 신입의 초기 진입 문턱을 높이면서, 취업 지연이 이후 임금과 경력 전반에 영구적인 흔적을 남기는 이른바 상흔 효과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현행 청년 지원 정책의 설계 문제가 부각됩니다. 청년 주거급여,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각종 청년 수당 등은 대부분 소득 기준 선별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저소득 청년을 우선 지원하는 합리적 설계처럼 보이지만, 실제 작동 방식에는 구조적 모순이 내재합니다.
 

첫째, 소득과 자산의 괴리 문제입니다. 부모가 다주택자이더라도 본인의 소득이 기준선 이하라면 지원 대상이 됩니다. 반면 지방에서 상경해 아르바이트로 월 150만 원을 버는 청년은 소득 초과로 탈락합니다. 수급 기준이 실질적 필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역선택의 구조입니다. 복지학에서는 이를 소득 중심 선별의 한계"라고 정의합니다.
 

둘째, 제도 활용 능력의 불평등 문제입니다. 복잡한 신청 절차와 서류 요건은 정보력과 시간 여유가 있는 계층에게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대도시 청년, 행정 경험이 있는 가정 출신, 온라인 정보에 능숙한 청년이 더 많은 혜택을 가져가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보다 제도를 잘 아는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간다"는 정서는 근거 없는 불만이 아닙니다.
 

셋째, 세대 내 불공정의 가시화 문제입니다.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수급 사례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불공정하게 느껴지는 수혜 사례 하나는 정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증폭됩니다. 이는 제도의 실제 규모와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훨씬 큰 파장을 낳습니다.
 

이 문제의식은 주택 공급 정책에 대한 청년의 태도와도 연결됩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도심 역세권 용적률 상향, 재정비촉진사업 확대 등의 정책이 청년층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는 이유는 이념적 보수화 때문이 아닙니다. 공급이 늘어나면 내가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지극히 직접적인 이해타산의 결과입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6년 들어 재정비촉진사업의 법적 상한 용적률을 최대 1.2배로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단기적 청년 주거 해법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사업 인허가 지연, 공사비 급등, 금융비용 부담이라는 현실적 변수 때문에 신규 공급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5년에서 10년이 걸립니다. 재건축이 활발해질수록 기존 집주인의 자산 가치는 먼저 오르고, 무주택 청년의 진입 문턱이 함께 높아지는 역설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이 정책 방향을 지지하는 것은, 완벽한 해법이어서가 아니라 현재의 고착된 구조를 바꾸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다리 복원'이라는 새로운 정치 의제, 6·3 지방선거의 출구조사 수치를 다시 보겠습니다. 단순한 성별 분화 이면에서 더 중요한 신호가 감지됩니다. 경기 평택을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18~29세에서 53%, 30대에서 34%로, 다른 연령대를 압도했습니다. 2030세대는 특정 정당에 고착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조건부 지지자 입니다. 정책과 후보가 자신들의 구조적 요구에 응답하는지를 매번 계산하고 있습니다.
 

그 요구는 이제 비교적 명확하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원금을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열심히 일하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으로 기회를 나눠 달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해 달라는 요구입니다. 

청년들이 요구하는 열심히 일하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으로 기회를 나눠 달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해 달라는 요구이다.

이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청년 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첫째, 복지 기준을 소득 중심에서 소득·자산 복합 기준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가구의 실질적 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서류상 소득 기준은 역선택을 구조화합니다. 건강보험료 기반의 소득 산정에 금융재산과 부동산 자산을 합산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으나, 정책 현장에서의 실질적 적용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둘째, 주택 정책은 단기 수요 억제에서 중장기 공급 구조 혁신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공공임대 확대, 도심 역세권 고밀 개발, 청년 지분 공유형 주택 등 다양한 실험적 모델이 병행 추진되어야 합니다. 특히 소형 비아파트 공급이 원가 상승과 수익성 저하로 충분히 늘지 못하면서 청년층 월세 시장이 빠르게 압박을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소형 주택 공급 생태계 전반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시급합니다.
 

셋째, 노동시장 구조 개혁과 청년 정책의 유기적 연계가 필요합니다. 한국은행 거시분석팀은 청년층의 고용과 주거 문제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를 통한 일자리 질적 이중구조 개선과 소형 주택 공급 확대를 근본적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좋은 일자리 없이 주거 지원만으로는 청년의 자산 형성 경로가 열리지 않습니다.
 

넷째, 청년 내부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정밀한 정책 설계가 요구됩니다. 서울의 대기업 직장인, 지방 소도시의 취업준비생, 결혼을 앞둔 무주택 부부, 고시원에 거주하는 청년 프리랜서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집니다. 이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획일적 정책을 적용하는 한, 실질적 수혜는 일부에 편중되고 나머지는 다시 소외됩니다.
 

결국 2026년의 정치 경쟁은 세대 간 대립보다 자산을 가진 사람과 자산을 만들고 싶은 사람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 이라는 구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진보도 보수도 아직 충분히 답하지 못한 질문입니다. 어제의 6·3 지방선거에서 2030세대가 성별로 갈렸다는 표면적 사실 너머에는, 어느 쪽도 자신들의 구조적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냉정한 판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987년 이후 한국 민주주의를 이끈 핵심 가치가 '자유와 평등'이었다면, 2026년의 새로운 정치적 요구는 공정한 기회와 복원된 사다리로 수렴되고 있습니다. 이 요구에 어느 쪽이 먼저, 더 진정성 있게 응답하느냐가 향후 한국 정치 지형의 향방을 결정할 것입니다.
 

청년들은 정치를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단지, 아직 아무도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조선규 | 칼럼니스트  

조선규 칼럼니스트

 

35여 년간 교육과 기업 경영, 그리고 지역 사회 발전의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성장해왔다. “삶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기업을 통해 길을 열었으며, 현재는 사회 곳곳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더 따뜻하고 공정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조선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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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이동사다리#조선규칼럼#지방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