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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관료화를 넘어 예술조직의 재창조가 필요하다
종합/공지
[KAN: Focus]

[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관료화를 넘어 예술조직의 재창조가 필요하다

최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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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현재 그리고 과거 근무한 공공예술조직은 약 40년의 역사를 가진 오래된 조직이었습니다. 지금 근무하는 국립예술단체와 과거 근무했던 세종문화회관은 40년의 역사 동안 주도적으로 예술인을 육성하고 무대에 공연을 올리며 우리 사회 예술의 공공적 가치를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저도 예술현장의 한 부분으로서 예술적 성과를 내고 공연예술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관료화: 관료주의적으로 됨. 또는 그렇게 되게 함. - 표준국어대사전

  과거 정부나 지자체의 직영사업소로 운영되고 예술인도 공무원인 시절인 공공예술조직이 이제 예술경영이 본격으로 도입되고 ‘법인화’라는 이름으로 재단법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무원이 아닌 공공의 역할을 하는 ‘민간인’이 근무하는 조직으로 변모하였습니다. 그 역사의 시작이 예술의전당이었고 이제 재단법인 형태의 공공예술조직의 역사가 30년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예술조직의 법인화 역사도 이제 길어졌고 구성원들의 평균연령도 고령화되면서 공공예술조직의 ‘관료화’문제가 심각히 대두되고 있습니다. 20대에 예술경영분야에 입직했던 필자도 이제 40대 중후반의 나이가 되었고 조직 내 간부와 선후배의 다양한 모습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도 아닌데 공공의 절차와 규정에 얽매여 있고 예술의 창의성과 다양성과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예술조직이 경직화되고 관료조직으로 변모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공공예술조직도 설립 후 시간이 지나면 왜 어김없이‘관료화’되는 것일까요? 첫째로, 창의성보다 절차를 중시하는 조직 구조로 변모합니다. 예술기관의 구성원은 민간인으로 변했지만 과거 공무원 조직의 프로세스가 이어지고 있고 관리감독을 여전히 정부와 의회 영향하에 있기에 기관의 경영환경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예술적 성과보다 수치 중심의 경영적 성과를 우선하게 됩니다. 정량적인 기관평가로 실험적인 예술 시도나 과감한 예술 창작으로 인한 경영실패를 조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셋째, 관리자 중심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만연하게 됩니다. 법인 초창기 창립멤버들이 관리자로 오랫동안 고착되어 이들의 수동적인 의사결정으로 하위 기획자의 창의적 사업제안이 가로막힐 때도 있습니다.

 

예술가의 창의성은 어디서 나오나?

   그러나‘관료화’된 예술조직에서는 더이상 예술을 할 수가 없습니다. 편하게 다니는 공공기관으로서 추락할 뿐입니다. 조직과 예술을 모두 살리는 공공예술조직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첫째, 유연한 프로세스가 있는 조직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사업정산이나 정량평가 중심이 아니라 예술적 성과를 인정받는 프로젝트형 조직 구조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둘째, 예술인과 기획자, 창작진의 적극적인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상호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속에 ‘협의체’형식으로 제도화된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가 있어야 합니다. 셋째, 관리감독자가 아니라 외부 전문가과 관객이 참여하는 경영평가와 진단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거버넌스’형태의 경영위원회를 기관 내 두어 내부 조직 입장이 아닌 예술생태계 입장에서 공공예술조직의 기관 정책이 구현되어야 합니다.

서울문화재단

 

   공공예술조직에서 20년을 근무하며 필자 역시 ‘관료주의’에 빠져있지는 않나 자아 비판과 반성을 해봅니다. 저는 예술조직에서 숨막히는 관리자로 남고 싶지 않습니다. 예술현장의 주도적인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창의적인 예술적 성과가 충만한 생명력있는 조직을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공공예술조직이 앞으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예술기관이 되길 바라며 예술과 행정의 경계에서 경쟁력있는 균형을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예술경영전문인 최준식

[이 칼럼은 제휴매체인 산타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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