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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15】 유유상종
문학/출판/인문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15】 유유상종

시인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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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조]

유유상종


김선호

 

  젊은것끼리 늙은이대로 따로따로 모여 사는디

 

  분양이라고 받은 때가 팔팔하던 소싯적이라 용빼는 재주 없으니 붙박이로 산 시월이 머리에 서릴 내리고 숱도 꽤나 뽑아 갔데이 어두컴컴한 경로당은 영락없는 유치원이라 내가 옳다 니가 옳다 티격태격 다투다가도 새참으로 나온 수박에 입을 딱 다물잖드나 그네며 미끄럼틀도 망가진 기 흉물스럽고 뛰어놀던 아가들은 어느새 자취 감추고 불콰히 취한 노인만 슬금슬금 담배 문데이

 

  아가들 보고 싶으믄 길 건너로 잠입하니라 하늘 높이 솟아올라 거만한 고층 집들이 여기는 왜 왔느나며 주책없다고 눈을 흘기제 안면 깔믄 그만인 기라 이골이 났으니께 차단기로 차나 막지 사람을 워찌 막을껴 거기를 가야 보니께 눈치가 뭔 대수드나 안 그래야제 하믄서도 생각하믄 서글프데이 젊은이는 집도 젊고 새끼도 죄다 젊은디 거기다 차도 옷가지도 모두 한통속 아니드나

 

  딱한지 한패 하자며 저녁놀이 덤빈데이

 

어느 학세권 아파트의 놀이터 [사진 : 김선호 시인]

학세권, 인근에 교육시설이 밀집해 있어 교육하기 좋은 주거지역을 일컫는다. 유치원, 학교, 학원이 있고 유흥업소나 숙박업소 등은 들어올 수 없다. 그래서 학령기 부모들의 구미를 당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매입 주도계층은 3040 세대다. 2024년 아파트 거래는 492,052건인데, 3040 세대가 259,893건을 매입하여 52.82%를 차지했다. 202246.44%, 202352.40%로 꾸준한 증가세다. 학부모들이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모여든다는 방증이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학세권의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젊다. 신축할 때 학교시설을 우선 고려하니, 학령기 부모들이 몰린다. 그들이 빠져나간 공간을 지키는 이들은 대부분 고령층이다. 자식들이 그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떠난 자리, 그 자리를 메꾸는 구도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아이들이 없으므로 놀이터는 찬밥신세다. 오래되고 망가져도 구태여 고칠 필요가 없다. 널브러진 담배꽁초와 빈 술병은, 손주가 보고 싶어 쏟아낸 그리움일지도 모르겠다. 간절함이 도를 넘으면 슬금슬금 담을 넘는다. 운이 좋아 손주를 만나면 금메달이고, 또래 아이들만 보더라도 속이 뻥 뚫린다. 끼리끼리 어울리기가 왜 이리 서툴까. 저녁놀이 동년배라며 벗하자고 아양 떤다.

 
시인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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