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15】 유유상종
유유상종
김선호
젊은것끼리 늙은이대로 따로따로 모여 사는디
분양이라고 받은 때가 팔팔하던 소싯적이라 용빼는 재주 없으니 붙박이로 산 시월이 머리에 서릴 내리고 숱도 꽤나 뽑아 갔데이 어두컴컴한 경로당은 영락없는 유치원이라 내가 옳다 니가 옳다 티격태격 다투다가도 새참으로 나온 수박에 입을 딱 다물잖드나 그네며 미끄럼틀도 망가진 기 흉물스럽고 뛰어놀던 아가들은 어느새 자취 감추고 불콰히 취한 노인만 슬금슬금 담배 문데이
아가들 보고 싶으믄 길 건너로 잠입하니라 하늘 높이 솟아올라 거만한 고층 집들이 여기는 왜 왔느나며 주책없다고 눈을 흘기제 안면 깔믄 그만인 기라 이골이 났으니께 차단기로 차나 막지 사람을 워찌 막을껴 거기를 가야 보니께 눈치가 뭔 대수드나 안 그래야제 하믄서도 생각하믄 서글프데이 젊은이는 집도 젊고 새끼도 죄다 젊은디 거기다 차도 옷가지도 모두 한통속 아니드나
딱한지 한패 하자며 저녁놀이 덤빈데이

학세권, 인근에 교육시설이 밀집해 있어 교육하기 좋은 주거지역을 일컫는다. 유치원, 학교, 학원이 있고 유흥업소나 숙박업소 등은 들어올 수 없다. 그래서 학령기 부모들의 구미를 당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매입 주도계층은 3040 세대다. 2024년 아파트 거래는 49만 2,052건인데, 3040 세대가 25만 9,893건을 매입하여 52.82%를 차지했다. 2022년 46.44%, 2023년 52.40%로 꾸준한 증가세다. 학부모들이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모여든다는 방증이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학세권의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젊다. 신축할 때 학교시설을 우선 고려하니, 학령기 부모들이 몰린다. 그들이 빠져나간 공간을 지키는 이들은 대부분 고령층이다. 자식들이 그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떠난 자리, 그 자리를 메꾸는 구도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아이들이 없으므로 놀이터는 찬밥신세다. 오래되고 망가져도 구태여 고칠 필요가 없다. 널브러진 담배꽁초와 빈 술병은, 손주가 보고 싶어 쏟아낸 그리움일지도 모르겠다. 간절함이 도를 넘으면 슬금슬금 담을 넘는다. 운이 좋아 손주를 만나면 금메달이고, 또래 아이들만 보더라도 속이 뻥 뚫린다. 끼리끼리 어울리기가 왜 이리 서툴까. 저녁놀이 동년배라며 벗하자고 아양 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