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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최계선의 "수달"외 4편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시 해설] 최계선의 "수달"외 4편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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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33]

 

수달 외 4

 

최계선

 

냇물이 단풍으로 물들 때

반짝이는 눈

 

은어

 

물 위로 뛰어올라 달빛으로 비누칠한다.

 

미더덕

 

꽉 깨문 미더덕이

뜨겁던 바다의 향기를

툭 던져주네

 

꼴뚜기

 

멸치에 뒤섞여

멸치볶음으로 볶아지다

망신이다

 

도둑게

 

발려 먹던 먹이를 통째로 번쩍 들고

게걸음으로 도망간다

말이 안 통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

 

―『은둔자들—동물시편Ⅱ』(, 2021)

 

수달을 귀엽게 그려줘요
수달 [ 이미지: 류우강 기자]

 [해설

 

  짧은 시의 매력

 

  시인은 동물을 소재로 하여 시집 3권을 낸 집념의 사나이다. 아니, 고집쟁이다. 3권 시집 중 두 번째로 낸 『은둔자들』에서 짧은 시만 5편을 추렸다. 대부분의 시는 길다. 3, 4쪽에 걸쳐 전개되는 시도 여러 편이 있는데 그중 짧은 시를 챙겨보니 5편이 된다. 4행짜리 시도 3편이 있다.

 

  족제비과의 포유류인 수달은 무척 귀엽게 생겼다. 사람들이 예전부터 수달의 모피를 탐하였고 전국의 하천이 오염되면서 1982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지만 현재 멸종 위기다. 가을이 오자 수달의 눈이 반짝인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번식기는 1, 2월이므로 그것 때문은 아니고 먹잇감을 찾기 위해서인 것 같다. 먹이는 어류, 양서류, 갑각류를 가리지 않는데 특히 배스, 블루길, 황소개구리, 미국가재 같은 난폭한 수중 외래생물을 퇴치해주는 이로운 동물이다.

 

  은어는 물고기 중에서도 유독 색깔이 예쁘다. 등 쪽은 푸르지만 배 쪽은 은빛이 나 은어라고 한다. 은어가 물 위로 솟구쳐 올라 곡예하듯이 노는 것을 본 시인은 그 모습을 달빛으로 비누칠한다.”고 표현했다. 봉화읍 내성천에서는 봉화은어축제를 하는데, 며칠 안 남았다. 아이고, 몇 마리나 죽을지.

 

  미더덕은 몸 안에 바닷물과 함께 자신의 체액이 일부 섞여 있다. 미더덕 특유의 달콤 쌉사름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데, 미더덕회는 마산이나 부산에 가면 먹을 수 있다. 미더덕은 한국 사람만 먹는다고 한다. 씹어서 터뜨려 먹으니 인간이 참 잔인하다. 앞사람 얼굴에 뜨거운 물을 내뿜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터뜨려 먹어야 한다.

 

  불쌍한 꼴뚜기.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속담이 왜 생겨났는지. 게다가 멸치와 함께 잡히기도 해 소수이지만 멸치볶음 속에 껴들기도 한다. 시인은 꼴뚜기에게 이래저래 망신살이 뻗쳤다고 보았다. 젓갈로 주로 담그는데 이래도 저래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가련한 연체동물이다.

 

  도둑게라는 게 있다. 서식하는 곳 주변의 민가에 들어와 음식을 훔쳐먹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절지동물로, 십각목(十脚目) 바위게과의 갑각류이다. 이마가 넓고 앞 가장자리는 곧은데 갑각 윗면은 앞뒤로 약간 기울었고 볼록하며 매끈하다. 양 집게다리는 대칭이다. 사람 눈에 뜨이면 뭘 먹다가도 황급히 달아나는데 옆으로 가니까 그 모양이 우스꽝스럽다. 생기기도 좀 웃기게 생긴 덕분에 애완동물로 기르는 사람들이 있다. 애완동물 가게에서는 ‘smile crab’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는데 과일 껍질, 사료, 밥풀 등을 먹이면 된다. 시인은 도둑게가 옆으로 달아나는 모습을 보고 말이 안 통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고 재미있는 추리를 했다.

 

  [최계선 시인]

 

  1962년 춘천 출생. 강원대학교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계간 《세계의 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시단에 나왔다. 시집 『검은 지층』『저녁의 첼로』『동물시편』『은둔자들』『열 마리 곰』 등을 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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