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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의 세상 보기 : 시] 빙하의 눈물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입력

빙하의 눈물 / 홍영수

 

평생 요람에 잠든 빙하가 서둘러 깨어나고 있다.

곤한 잠을 깨우는 건 새벽닭의 홰치는 소리가 아니라

얼음 구들장을 달구는 탄소의 장작불 때문이다.

23.5도 기울어진 아궁이에 함부로 군불을 지피면서

불목을 넘어가며 동면하는 방구들 심장을 데운다.

단 한 번도 강탈당하지 않았던 순백의 긴 침묵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면서 커다란 하품을 한다.

억겁 세월 누웠던 해빙의 관절이 통증을 느끼면서

흰 이부자리를 털며 눈시울을 적신다.

건너편 삼이웃 설산들도 덩달아 눈물 바람을 한다.

쉼 없이 쑤셔 넣은 소비의 잡동사니 불쏘시개로

저들이 기지개를 켤 때 해안의 늑골은 골절을 입고

내뿜는 긴 한숨에 대지는 어질 머리에 흔들린다.

화석 장작개비의 풀무질에 냉혈의 피가 들끓으면서

숲의 허파도 구멍이 뚫리고 폐는 가래를 뱉는다

우리의 지금이 저들의 눈물 속 과거를 기억하고

저들의 과거가 깨어나 지금의 눈물로 흘러내릴 때

섬은 설 수 없는 섬이 되고 뭍은 저들의 눈물에 잠긴다.

가늠할 수 없는 어두운 앞날의 곡두에서

재앙의 늪과 파멸의 길을 채찍질하는 소비의 혁명에

지구의 걱정이 뻥뻥 뚫리며 현란한 몰락으로 후끈거린다.

빙하의 눈물 _ 홍영수 시인 

시작 노트:
 

어느 날 문득,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지구가 거대한 '방구들'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조상들은 아궁이에 적당한 군불을 지펴 따스한 온기를 나눴지만, 지금의 우리는 나무 장작이 아닌 소비라는 잡동사니로 쉼 없이 23.5도 기울어진 지구의 아궁이에 불쏘시개를 밀어 넣고 있다.

 

 뜨거워진 구들장을 견디지 못한 빙하가 억겁의 잠에서 깨어나 고통의 기지개를 켠다. 그것은 더 이상 경이로운 자연현상이 아니라 비극의 전주곡이 되어 울려 퍼지고 있다. 빙하가 흘리는 눈물은 결국 해안의 늑골을 부수고 우리가 발 디딘 뭍을 집어삼킬 것이다. 차가운 얼음의 죽음에서 인간의 무분별한 욕망의 끝을 바라보았다.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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