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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엽 작가, 개인전 《숨과 숨 사이, 훔친》 개최…흰 여백 속에 생명의 숨결을 세우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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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30일부터 6월 30일까지 수원 Gallery DAOOM에서 임종엽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Gallery DAOOM의 오프닝 전시이자, 작가의 33번째 개인전으로 마련돼 더욱 뜻깊다. 포스터에 따르면 전시명은 《숨과 숨 사이, 훔친》이며, 장소는 수원시 장안구 천천로 100, 롯데 시네마타워 101이다.

임종엽 개인전 포스터

임종엽 작가의 작품은 단번에 강한 형상을 밀어붙이기보다, 비움과 침잠,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생명의 기척을 통해 관람자를 조용히 화면 안으로 이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본성을 “여백과 흰색”이라고 밝히며, 형과 색을 한없이 녹이고 가라앉혀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하얗고 하얀 여백”을 좇는다고 말한다. 그에게 흰색은 단순한 무채색이 아니라 본질에 가까운 상태이며, 비어 있는 듯하지만 수많은 생명성과 감각을 품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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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지다
내 작품의 본성(本性)은 여백과 흰색이다.세상은 다양한 형()과 색()들로 가득하다.형과 색을 녹이고 한없이 가라앉혀서 다른 것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목적이없으면서도 스스로 목적이 되는 하얗고 하얀 여백을 좇는다.천 번의 색을 올리는 동안 궁리(窮理)는 강물을 따라 흐르고 여백은 순수함으로, 형상들은 시간의 형식을 지닌 원숙함으로 다가온다.()과 양() 의 경계에서 순간을,있음에서 없음으로 드러낸다.

이번 전시 작품들 또한 이러한 조형 언어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여백을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나는 내밀한 생명력의 자리로 바라본다.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 그 찰나의 경계에서 드러났다가 사라지는 형상들을 포착하며, 존재와 부재, 안과 밖, 고요와 요동이 교차하는 순간을 화면 위에 세운다. 특히 작가노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숨과 숨 사이”라는 개념은 임종엽 작업 세계의 핵심으로, 보이지 않는 기운과 생명의 떨림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언어라 할 수 있다.

숨과 숨 사이228 90.0x72.7 Mixed Media on Canvas 2021 
여 백
여백은 아무것도 없는 듯하나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품고 있다.여백에는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나는 내밀한 생명력(生命力)이 있다., , , 바람, 그리고 어머니.음과 양이 하나에 이르고자 하는데 하나가 될 수 없기에 온갖 갈등과 고뇌가요동을 치지만, 결코 하나가 되기를 머뭇거릴 수는 없다.그 차이들을 하나의 품으로 귀결시키기 위해 천 번의 반복을 하는 동안 그 반복들은 이미 새로움으로, 그 새로움이 또 다른 반복으로 이어지며 주어진 여백에머물 때,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은 생명이라는 하나가되기 위해 어디론가숨었다 드러내기를 반복하면서 휘어진다.

임종엽 작가는 흰색을 ‘공(空)’의 차원에서 이해한다. 그는 새까만 것을 더 태우고 또 태우면 마침내 흰 것이 된다고 말하며, 흰색을 가장 본질적인 색, 곧 본성에 가까운 색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사유는 작품 속 절개된 틈, 미세하게 벌어진 균열, 그리고 그 틈 사이로 감지되는 깊은 호흡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화면은 고요하지만 정적이지 않고, 비어 있지만 결코 공허하지 않다. 오히려 그 여백은 관람자의 감정과 기억, 사유가 머무를 수 있는 넓은 숨의 자리로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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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색
흰색은 공()이다.색도 본질은 공이기 때문이다.사람미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아련함이 있다.그 아련함을 더듬고 더듬다 건들어진 미증유(未曾有)가 깨어나려는 순간,그러나 곧 사라지려하는 것들을 붙들어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품에담아내고 있다.속이 타면 새까맣게 된다고 한다.새까만 것을 더 태우고 태우면 흰 것이 된다.그래서 나는 흰색을 가장 본질적인 색이라고 주장한다.흰색은 본성이다.

작가는 또 작품이 관객 각자에게 서로 다른 영감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고 밝힌다.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언제나 목적 없는 합목적성으로 숨 쉬고 있을 때 비로소 작품은 완성된다고 보는 그의 태도는, 이번 전시를 단순한 시각적 감상의 자리를 넘어 관람자 스스로의 내면을 비추어보는 시간으로 확장시킨다. 즉 임종엽의 작품은 보는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관람자의 감각과 사유 속에서 다시 한 번 완성되는 열린 구조를 지닌다.

임종엽 작가

임종엽 작가는 지금까지 Gallery DAOOM, IACO Gallery, IMA Gallery Singapore, Gallery MOM, 옛돌박물관, 정수갤러리, Intercontinental Hotel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이번 전시는 그의 33번째 개인전이다. 또한 우제길미술관, 예술의전당, DDP, COEX Pyo Gallery 등 다양한 공간에서 250여 회의 단체전 및 교류전에 참여해 왔다. 작품은 뉴욕 코네티컷대학, 청와대, 천명재단, SBS 등 여러 기관에 소장돼 있으며, KAN한국문화예술대상 K-CULTURE 작가대상,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주목할 예술가상, 중국 국제미술제전 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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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과 숨 사이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모든 자연(自然)의 구조가 음 양적 관계로 순환적 변화를 하지만, 순간적으로는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경계가 존재한다.그 경계에 숨겨져 있으나 언뜻 비쳐지고, 드러내고, 보이는 것들이 여백 위에잠시 머물기 위해 서로 한 곳에 섞이며 밖이 되고 또 한 번 안이 된다.이 경계의 공간에서는 모아지려는 것들과 흩어지려는 것들이 서로 공존하며고요함을 유지하기도 하고, 때로는 충돌하여 생명력을 증폭시키면서 눈을 뜬다.나의 작품들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그 사이의 찰나(刹那)에서 포착된다.그리고 사라지려하는 것들을 잠시 일으켜 세운 것이다. 숲이 바람을 깨운다.

이번 개인전은 화려한 서사보다 깊은 침묵에 가깝다. 그러나 그 침묵은 멈춤이 아니라 생명이 오가고, 감정이 흔들리며, 존재가 드러났다 사라지는 미세한 운동으로 가득 차 있다. 임종엽 작가가 구축해온 흰 여백의 세계는 결국 ‘비움’이 아닌 ‘품음’의 세계이며, 그 안에서 관람자는 자기만의 숨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Gallery DAOOM의 새로운 시작과 함께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동시대 추상 회화가 어디까지 고요하게 깊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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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다
자연(自然)은 부조화와 불균형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힘이작동하며, 이것이 생명(生命)의 역동성(力動性)이다.여백의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 사이의 경계에서 무한한 고요와 요동이 그 생명을 잉태하게 된다.그 여백이 스스로 나뉘고 섞이는 반복 속에서 결국 서로를 보듬어,흰색과 흰색이, 여백과 여백이 얽혀 서로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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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지다
나는 작품이 어디언스(Audience)들에게 자신만의 영감을 촉발시키기를 바라며, 그 영감은 다양할수록 좋다는 개방적(開放的)태도를 갖고 있다.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언제나목적 없는 합목적성(合目的性)으로 숨 쉬고 있을 때비로소 작품은 완성된다고 주장한다.이것이 곧 예술의 본질이다. 그리고 가라앉힌다.그리고 일으켜 세운다.그리고 가라앉힌다. 바람이 분다. 
숨과 숨 사이 221 90.0x100.0 Mixed Media on Canva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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