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승, ‘Eternal Becoming’으로 확장된 회화의 경계
회화는 더 이상 전시장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성희승 작가의 개인전 《Eternal Becoming》은 그 경계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넘어섰다.

2026년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개인전을 넘어, 회화가 어떻게 도시의 시각 환경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전시 쇼츠 영상이 명동과 강남 테헤란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송출되면서 작품은 갤러리를 벗어나 도시를 흐르는 이미지로 재탄생했다. 이는 특정 관람객이 아닌 불특정 다수와 만나는 ‘공공적 회화’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축은 출판이다. 학고재 디자인은 전시를 기반으로 성희승 작가의 첫 ISBN 도록을 출간했다. 도록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전시—도시—기록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하나의 서사로 정리한다. 현장 중심의 전시가 시간 속에 사라지는 경험이라면, 도록은 그 경험을 축적 가능한 담론으로 전환시키는 매체다.

성희승의 작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왜 이러한 확장은 여전히 작가 개인의 역량과 의지에 의존해야 하는가. 문화강국을 표방하는 시대에도 작가의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은 여전히 불안정하며, 행정 중심의 문화정책은 실제 창작 현장과 간극을 보이고 있다.

작가는 “예술은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작동 방식의 설계 문제”라고 강조한다. 좋은 작품과 작가는 시간과 축적 속에서 만들어지며, 그 과정을 견딜 수 있는 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제도는 존재하지만 복잡하게 분절돼 있어 작가가 창작보다 행정을 먼저 고민하게 만드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서울과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성희승은 ‘하이퍼-추상(Hyper-Abstract)’이라는 언어를 통해 시간, 존재, 관계를 탐구해 온 작가다. 그의 작업은 형식적 실험을 넘어, 예술이 공공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그리고 제도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질문해 왔다.

《Eternal Becoming》은 하나의 전시가 아니라 흐름이다. 전시장에서 시작된 이미지가 도시로 확장되고, 다시 기록으로 남으며 담론으로 이어지는 구조. 그리고 그 끝에서,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용히 묻는다.
이번 도록은 그 질문을 담아낸 하나의 결과물이자, 오늘의 한국 미술이 마주한 현실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기록으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