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24】 방의 주인
방의 주인
김선호
집에서 젤로 으뜸은 잠을 자는 방이라지요
마당 부엌 사랑채 대청마루 창고까지 제 역할 다하면서 한 가정을 이루지만 은근한 절대권력은 안방에서 나온다요 집안 살림 궁리하고 식솔들 참견하고 둥글넓적한 맘씨로 곳간 열어 구휼도 하니 세상이 우러르면서 안방마님이라 부른다요 대명천지 이승에서 최고 미인 누구냐고 거울만 닦달하던 시샘 많은 계모 왕비도 거울을 끼고 살았으니 감방(鑑房)마님 아니겠소 근데 말이요 진짜 감방은 가둬놓는 방이라요 지은 죄 반성하고 개과천선 거듭나라고 수시로 들여다보며 다독이는 옥이라요 담장 높이 둘러치고 바깥세상 멀리하며 생활 불편 감내하고 마음 곧게 다스리며 수양이 성을 쌓아야 속죄의 문 열린다요 하고픈 거 죄다 하고 거리낌이 없다면야 안에서나 밖에서나 그저 그냥 그렇다면야 굳이 왜 불러들여서 밥 먹이고 재우겠소
달콤한 내실 만들어 감방(甘房)마님이라도 하실라요?

외부 침입과 비바람을 피하려고 집의 역사는 시작됐다. 동굴과 움집은 원시 형태다. 기둥과 벽 위에 지붕을 얹고 마루를 지면보다 높이는 고상식(高床式) 형태의 집은 초기 철기시대부터 등장한다. 내부공간도 분화했고, 주로 거주하는 방의 편리성에 정성을 쏟았다.
방도 가지가지다. 안방, 윗방, 아랫방, 건넛방, 사랑방 등등… 그중에서도 안방이 으뜸이다. 정부인은 안방에서 집안 대소사를 챙기고 식솔들을 관리하며 안방마님으로 군림했다. 단호하면서도 후덕한 아우라가 안방에서 흘러나왔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고, 거울에게 목을 매던 백설공주의 계모도 방의 주인이었다. 시기와 질투에 눈이 멀어 거울의 노예로 살았으니 결국 거울에 갇혀버린 슬픈 운명이다. 그는 거울방(鑑房)살이를 한 셈이다.
거물들의 수감생활에는 늘 특혜논란이 뒤따른다. 입감 직후 ‘1등급 수형자’로 분류된 전직 감사위원, 구치소 특혜청탁 시비에 휘말린 항공사 부사장, 독방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이틀 동안 사무실을 이용한 전직 대통령, 외부와 수신호로 소통하며 지시하던 논란의 교주 등 차고 넘친다. 요즘은 휴대전화 밀반입, 단독접견 과다 등 직전 대통령 수감생활로 시끄럽다. 유례없는 폭염과 열악한 환경을 이해하더라도, 모든 수형자는 똑같은 처우를 받아야 마땅하다.
김선호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신춘문예(1996)에 당선하여 시조를 쓰고 있다. 시조를 알면서 우리 문화의 매력에 빠져 판소리도 공부하는 중이다. 직장에서 <우리 문화 사랑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으밀아밀』 『자유를 인수분해하다』등 다섯 권의 시조집을 냈다.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충청북도 지역 문화예술 분야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