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침수 피해 심화 우려…보존 대책 시급

지난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반구대 암각화가 폭우로 완전히 물에 잠기는 등 침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어 보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울산 울주군 대곡리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 수위 상승으로 인해 한때 암각화 전체가 잠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물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시 기준 사연댐 수위는 57m를 기록하며, 가로 8m, 세로 4.5m 크기의 암각화 주면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
사연댐은 반구대 암각화를 기준으로 상류 약 4.5㎞ 지점에 위치하며, 수위 조절용 수문이 없어 댐 저수지가 가득 차면 암각화까지 영향을 받는다. 암각화는 해발 53∼57m에 자리 잡고 있어, 댐 수위가 53m만 되어도 부분 침수가 시작되고 57m를 넘으면 완전히 잠기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2023년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8월 10일부터 10월 22일까지 총 74일간, 지난 10년간 연평균 42일 동안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등 침수 피해가 심각하다. 수자원공사가 적극적인 수위 조절을 하기 이전인 2005년부터 2013년까지는 침수 기간이 연평균 151일에 달하는 등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러한 침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2021년 댐 여수로에 수문을 설치하는 계획이 수립됐다. 너비 15m, 높이 7.3m의 수문 3개를 설치하면 댐 수위를 암각화보다 낮은 52m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하반기에 착공하여 2030년께 준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폭우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침수가 지속되면서 세계문화유산인 암각화가 더욱 심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암각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보존대책을 서둘러 시행할 수 있도록 국가유산청과 협의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예정된 보존 대책이 신속하게 추진되지 않으면, 귀중한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