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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개인전 《재현된 생—회화적 표현》…익숙한 자연에서 포착한 찰나의 생명성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7월 28일부터 8월 2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본관 1층 포도·사과·토마토 등 일상의 열매 통해 시간의 유한성과 존재의 불안정성 탐구

서양화가 이동근의 제39회 개인전 《재현된 생—회화적 표현》이 오는 7월 28일부터 8월 2일까지 전북 전주시 교동미술관 본관 1층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과일과 꽃, 바다와 자연 풍경처럼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 표면 너머에 존재하는 시간과 생명의 흐름을 회화적으로 탐구하는 자리다. 이동근은 자연을 단순한 재현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존재가 잠시 머무는 상태와 사라짐을 드러내는 매개로 해석한다.

 

작품의 중심에는 포도와 토마토, 사과 등 친숙한 열매가 자리한다. 화면 속 열매들은 탐스럽고 생생하지만, 작가에게 그것은 풍요와 아름다움만을 상징하지 않는다. 가장 빛나는 순간에 이미 소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생명의 역설, 완전함 속에 내재한 불안정성과 시간의 유한성을 품고 있다.

특히 포도 연작은 이동근의 회화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한 알 한 알의 포도 표면에는 유리처럼 맺힌 물방울과 반사광, 미세한 색의 변화가 정교하게 표현된다. 짙은 남색과 자주색, 붉은색, 연두색과 황금빛이 한 송이 안에서 교차하며 익어가는 생명의 시간을 드러낸다.

작가는 포도의 둥근 형태와 표면의 빛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배경에는 추상적인 붓질과 물감의 흔적, 콜라주적 질감, 신문 활자를 연상시키는 문양을 배치한다. 이질적인 두 세계는 하나의 화면 안에서 충돌하고 공존하며, 현실과 기억, 자연과 문명, 생성과 소멸의 관계를 환기한다.

포도송이를 둘러싼 넝쿨과 잎, 숲의 기운은 자연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포도가 더 이상 나무에 매달려 있지 않은 순간에는 수확 이후의 시간과 단절의 감각을 드러낸다. 줄기와 분리된 열매는 풍요의 상징인 동시에 이미 쇠락을 향해 이동하는 존재가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물방울도 중요한 조형 언어다. 과일의 표면을 따라 흐르는 물방울과 파도의 포말, 빛에 반사되는 윤기는 생의 절정을 가리키지만, 그 선명함은 영속성을 약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가장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사과 한 알을 화면 중앙에 배치한 작품에서는 이러한 의미가 더욱 응축된다. 붉게 익은 사과의 선명한 색채와 매끄러운 표면은 회색조의 거칠고 불규칙한 배경과 강한 대비를 이룬다. 생명의 온기와 도시적 표면, 자연의 유기성과 문명의 파편이 맞서는 듯한 장면은 관람자에게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고 소비하는 방식에 관해 질문한다.

토마토를 담은 정물에서도 작가는 극사실적 묘사와 상징적 구성을 결합한다. 바구니에 가득 담긴 토마토는 강렬한 붉은색과 투명한 물방울을 통해 생동감을 전하며, 초록 잎과 줄기 위에 앉은 무당벌레는 화면에 작은 서사와 생명의 움직임을 더한다.

 

이동근의 작품에서 무당벌레는 장식적 요소에 머물지 않는다. 포도와 토마토, 자연 풍경에 불현듯 등장하는 작은 생명체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우연과 자연의 질서를 상징한다. 정교하게 재현된 화면 안에 예측 불가능한 존재를 배치함으로써, 작가는 자연이 인간의 시선과 소유 욕망으로 완전히 포획될 수 없음을 암시한다.

그의 회화는 극사실주의를 기반으로 하지만 사진적 재현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상을 확대하거나 비현실적인 공간에 배치하고, 사실적인 열매와 추상적 배경을 결합하면서 관람자가 익숙한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작업노트를 통해 “과일과 꽃, 바다와 같은 대상들은 일상적으로 친숙하지만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가 잠시 머무는 상태를 드러내는 매개”라고 설명한다.

이어 “사과와 포도, 꽃과 파도는 가장 생생한 순간에 포착돼 있지만 충만함은 동시에 곧 사라질 것을 전제한다”며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이미 소멸을 향해 가고 있으며, 화면은 그 경계에 머문다”고 밝힌다.

 

현실에서는 함께 존재할 수 없는 장면들이 한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바다 위에 떠 있는 포도, 파도와 꽃, 숲과 열매, 건조한 도시적 배경과 생생한 과일이 함께 등장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흔든다.

 

이러한 비현실성은 자연을 통제하고 소유하려는 인간의 인식에 대한 은유이자,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자연을 이상화하거나 서정적으로 소비하기보다, 아름다움을 극도로 강화함으로써 오히려 그 아름다움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다.

 

감각적 쾌감 뒤에는 불안정한 정서가 남는다. 관람자는 눈앞의 장면을 붙잡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이동근에게 회화는 시간을 멈추는 도구가 아니라, 시간이 멈출 수 없음을 보여주는 장치다.

 

이번 개인전은 극사실적 묘사와 추상적 화면 구성을 넘나들며 자연과 생명, 시간과 소멸의 관계를 탐구해 온 이동근의 최근 작업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

이돈근 작가

이동근 작가 소개

 

이동근 작가는 원광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39회, 2인전 2회, 4인전 1회를 비롯해 영국, 필리핀, 서울, 송도, 부산, 전주, 군산 등 국내외 아트페어 35회와 38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심사위원장, 남농미술대전 운영 및 심사, 전라북도미술대전 운영 및 심사, 충남미술대전과 벽골미술대전, 섬진강미술대전 심사 등을 맡아왔다.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전라북도미술대전 대상과 우수상, 온고을미술대전 종합대상 등을 수상했다. 군산미술협회 지부장과 2022 군산아트쇼 조직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 군산구상작가회 회장, 오픈갤러리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포스터

전시 개요

 

전시명: 제39회 이동근 개인전 《재현된 생—회화적 표현》
작가: 이동근
기간: 2026년 7월 28일~8월 2일
장소: 교동미술관 본관 1층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기전길 89
장르: 서양화·극사실주의·혼합매체 회화
주요 소재: 포도, 토마토, 사과, 꽃, 자연 풍경
문의: 010-4655-4158
이메일: [email protected]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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