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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도올, 인물기획전 《모든 것, 지금 여기》 개최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권대하·김가비·김지욱·노광·이승현·장세열·정지아·조안석·김지숙…9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의 시간’

갤러리 도올이 오는 8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갤러리 도올에서 인물기획전 《모든 것, 지금 여기(Everything, Here and Now)》를 개최한다.

 

지난 7월 31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권대하, 김가비, 김지욱, 노광, 이승현, 장세열, 정지아, 조안석, 김지숙 등 9명의 회화 작가가 참여해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한 인물화를 선보인다. 전시는 한 인간의 외형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얼굴과 몸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 감정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보이는 얼굴 너머, 한 사람의 시간을 바라보다

 

인물화는 오랫동안 인간의 모습을 기록해 온 미술의 주요 장르다. 얼굴과 몸을 닮게 그리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작가들의 관심은 외형 너머 존재하는 인간의 내면과 삶의 이야기로 확장됐다.

 

갤러리 도올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한 사람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한 인간의 삶은 하나의 표정이나 장면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택과 기억, 우연한 만남과 변화하는 감정이 한 사람을 구성한다.

 

회화 속 인물은 영화나 소설의 인물과 달리 한순간에 멈춰 있다. 그러나 그 정지된 순간은 오히려 관람자로 하여금 인물의 이전과 이후, 보이지 않는 시간까지 상상하도록 만든다.

 

전시 제목인 《모든 것, 지금 여기》 역시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한 사람의 얼굴 안에는 지나온 시간과 기억, 현재의 감정뿐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시간까지 겹쳐 있다는 것이다.

 

9명의 작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포착한 인간의 존재

권대하 作

권대하는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만난 인물들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꿈, 에너지, 이방인의 시간을 그려낸다. 도시의 풍경과 인물의 감정, 기억이 화면 안에서 겹치면서 거대한 도시 속 개인의 존재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는 도시적 정서를 담은 〈New York Story-American〉 등이 소개된다.

김가비 作

김가비의 작품에서는 현실과 기억, 꿈과 사랑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교차한다. 인물들은 현재에 머물면서도 지나온 시간과 이루지 못한 감정, 미래에 대한 기대가 중첩된 존재로 표현된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처럼 현실과 서정적 서사가 결합된 인물 표현이 특징이다.

김지옥 作

김지욱은 인물의 외형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이 지닌 삶의 궤적과 고유한 에너지를 담아낸다. 작가에게 초상은 대상을 닮게 묘사하는 작업이라기보다, 인물과의 긴 시간의 교감 속에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의 분위기를 포착하는 과정에 가깝다. 전시에는 〈명제S선생〉 등이 출품됐다.

노광 作

노광은 인물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규정하기보다 인간의 알 수 없는 면모를 오래 응시한다. 분명히 눈앞에 존재하면서도 끝내 다 파악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이 그의 화면에 남는다. 이를 통해 초상은 한 사람을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여러 시간과 감정이 한 얼굴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회화적 기록이 된다.

이승현 作

이승현은 익숙한 얼굴, 때로는 대중에게 알려진 인물에서 ‘명성’과 ‘역할’을 걷어내고 그 안에 자리한 평범한 인간의 시간을 바라본다. 이번 전시에는 배우 오드리 헵번을 소재로 한 작품도 소개돼, 유명인의 이미지 이면에 존재하는 한 인간의 내면과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장세열 作

장세열은 인체를 단순한 외형이나 이상화된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드로잉을 통해 변화하는 몸과 움직임, 순간적인 긴장을 포착하며 인간 존재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를 탐구한다.

정지아 作

정지아는 고요한 얼굴과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 인간 내면에 잠재된 결핍과 욕망을 바라본다. 화면 속 인물은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지만, 절제된 표정과 낯선 상징이 오히려 관람자의 상상과 감정적 해석을 끌어낸다. 작품 〈욕망을 고백하기 전〉에서는 인물의 내면과 욕망이 섬세하게 교차한다.

조안석 作

조안석은 인물의 외형을 세밀히 바라보면서도 그 사람의 생애나 감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규정하지 않는다. 말 대신 침묵하는 인물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어딘가를 응시하며 머물고, 작가는 관람자가 화면 속 인물과 자유롭게 관계 맺을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다. 출품작 〈겨울(Winter)〉에서도 특유의 절제된 서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얼굴 안에 겹쳐 있는 과거와 현재

 

이번 전시가 주목하는 것은 ‘닮음’보다 ‘시간’이다.

 

우리는 흔히 한 사람을 얼굴과 외형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인간은 어느 한 순간에도 완전히 고정돼 있지 않다. 감정은 변화하고 기억은 쌓이며 삶의 경험은 끊임없이 얼굴과 몸에 흔적을 남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특정 인물을 기록한 초상인 동시에, 우리 모두가 살아가며 경험하는 시간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갤러리 도올은 “셀 수 없는 얼굴은 관람자의 기억과 만나 저마다의 경험을 일깨우고, 개인의 이야기는 어느새 모두의 시간으로 이어진다”며 “빛과 색은 서로를 설명하기보다 하나의 분위기를 이루며 인물과 세계 사이의 미묘한 거리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결국 《모든 것, 지금 여기》는 지금 이 순간 화면 앞에 존재하는 얼굴을 통해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까지 함께 바라보게 하는 전시다. 한 사람의 초상을 감상한다는 것은 단순히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시간과 관계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의 세계에서 한 사람을 오래 바라보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잠시 멈춰 한 인간의 얼굴과 몸, 그리고 그 안에 쌓인 시간을 바라보도록 권한다.

 

전시 개요

  • 전시명: 모든 것, 지금 여기(Everything, Here and Now)
  • 전시기간: 2026년 7월 31일(금)~8월 23일(일)
  • 전시장소: 갤러리 도올
  • 참여작가: 권대하, 김가비, 김지욱, 노광, 이승현, 장세열, 정지아, 조안석, 김지숙
  • 관람시간: 매일 오전 11시~오후 6시
  • 입장료: 무료
  • 전시장르: 회화
  •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87(팔판동 27-6)
  • 문의: 갤러리 도올 02-739-1405~6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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