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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의 시선 4 ] 문학상의 이상한 이름 사용법

전비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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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9일  조선일보 앞에 문학인들이 모여 김동인 문학상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  Ⓒ김이하]

문학상의 이상한 이름 사용법

 

전비담(시인)

 

올해도 어김없이 동인문학상 시상식장 앞에 문학인들이 모였다. 지난 1128일이었다. 손에는 친일문인 김동인을 기리는 동인문학상을 폐지하라는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동인문학상은 작고한 문인의 이름을 딴 한국 최초의 문학상이다. 그러나 이 상의 제정과 운영 과정에서 김동인의 친일 이력은 축소·은폐되었고, 그는 근대문학의 선구자로 미화되는 성과까지 누려 왔다. 광복 80년이 된 지금까지도 친일·부역자를 기리는 상이 존속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 정의의 심각한 왜곡이다. 더구나 일왕을 황제라 부르며 태평양전쟁기에 비행기를 헌납했던 조선일보 신문사가 이 상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이 문학상은 그 자체로 식민지 협력의 기억을 덮고 미화하는 장치로 기능해왔다. ‘미당문학상은 서정주의 친일 행적이 공론화되며 2018년 폐지되었고, 김기진을 기리는 팔봉비평문학상또한 2022년부터 중단되었다. 이는 친일문인을 기리는 문학상이 한국 문단의 구조적 적폐라는 인식 아래 뜻있는 문인들이 오랜 시간 폐지 운동을 벌여 거둔 성과였다. 작가들의 조직적인 행동과 시민사회의 연대가 결합될 때 친일 청산은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제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지난 몇 년간 많은 작가와 시민들이 동인문학상폐지를 요구하며 행동해 왔다. 이는 단지 하나의 문학상을 없애자는 운동이 아니라 한국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뉴라이트적 역사 인식과 친일·부역 세력에 대한 분명한 단절을 선언하는 일이다. ‘동인문학상폐지는 두더지처럼 숨어 기회를 엿보는 반역사적 세력이 다시는 발호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식민 협력을 미화하지 않겠다는 집단적 선언이다. 우리는 이미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동인문학상을 이 땅에서 폐지시켜 친일과 부역을 미화하는 상징 구조를 해체하고 식민 협력을 기억의 중심에서 밀어내는 일이다. 이것은 역사의 요구이자 언어를 다루고 기록을 남기는 이들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윤리적 사명이다. ‘동인문학상이 사라지는 날까지 문학인들은 이 자리에 설 것이다. 왜 이 상이 문제인지, 왜 폐지가 불가피한지, 왜 조선일보가 이 상을 포기하고 친일·부역 행위를 중단해야 하는지를 거듭 말하고 또 말할 것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침묵이 아니라 기록과 발언, 연대와 실천으로 싸울 것이다.

지난 11월 28일  조선일보 앞에 문학인들이 모여 김동인 문학상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  Ⓒ김이하]

이름은 무엇인가
존재하는 순간 얻는 이름
이름은 존재다
존재의 집이다

존재가 사라져도 존재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이름은 존재의 흔적이다 흔적은 존재의 팩트다

산 자는 죽은 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호명한다
그의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순간부터 그를 존재케 하는 일이다

시간 속에 묻히지 않게 호명하여

기억하고 기념을 한다

역사 속에서 이름은 존재의 위상이다

우리는 김동인이라는 이름을 호명하여

1944116일부터 28일까지 매일신보에 반도민중의 황민화-징병제 실시 수감10회 연재하고, 20일장기 물결-학병 보내는 세기의 감격이라는 글을 발표여 직접적이고 자극적으로 전국적 차원에서 징용을 선전선동한

존재의 흔적을 기억하고 기념하게 되어버렸다

자기 민족을 팔아넘겨 일신의 안위를 도모한 자를 되살려

영원히 존재하게 해버렸다

김동인이 영원히 되살아나야 할 존재인가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인데
인터넷에 김동인의 존재를 검색하면 맨 첫 줄로 나오는 것이
일제강점기의 소설가이자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이름인데

........

이 이름은 참으로 모골이 송연한 이름인데

친일을 떼어버리고 반민족행위라는 이름만으로도

섬뜩한 이름인데
 

우리는 자손 대대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끔찍한 이름을

김동인이라는 섬찟한 존재를

역사 속에 거듭 불러내야 하는가

기념하여 되살려야 하는가

도대체 왜 그러는가
끝내 일제와 타협하지 않고 문학가의 지조를 지킨 현진건
일본을 찬양하는 글을 쓰느니 차라리 붓을 꺾고 말자던 황순원
하고많은 고결한 문학인의 이름을 놔두고
하필이면 친일반민족문학인을 되살려내야 하다니

우리가 기념할 이름이

친일 행적을 떠나서도

파도 파도 괴담만 나오는

갖가지 인성질 쏟아져 나오는
김동인의 이름이라니

문학사를 분탕질하며
독의 꽃을 피우는 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주고받는 자들에게 묻는다

이름을 기념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문학인의 이름은 도대체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전비담 시 「동인문학상의 이상한 이름 사용법에 대해 묻는다」

 

❖이 글은 20241216일 화성신문 칼럼 [시인이 읽는 세상]에 게재한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게재한다. 친일문인 기념문학상인 동인문학상은 여전히 폐지되지 않았고 문학인들은 해마다 동인문학상 시상식날이면 시상식 장소인 조선일보미술관 앞에서 친일문학상 폐지 촉구 행동을 하고 있다.

 

전비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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