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계최강 파이터 표도르와 무도의 우정이 만든 국제연대와 문화외교
[김진용 칼럼니스트 | 액터스뷰] 국가와 국가가 가까워지는 데에는 수많은 외교적 절차와 이해관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한 사람과 한 사람 사이에 오랜 세월 쌓인 신뢰가 공식 외교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길을 열기도 한다. 사단법인 아시아컴뱃주쥬츄연맹과 사단법인 대한컴뱃주쥬츄연맹을 이끄는 김장준 회장과 세계적인 종합격투기 전설 에밀리야넨코 표도르(효도르)의 관계가 바로 그러한 사례다.

두 사람의 인연은 단순히 유명 선수와 국내 스포츠단체장의 만남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김장준 회장은 오랜 기간 대한민국에 삼보와 컴뱃 스포츠를 보급하고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러시아를 기반으로 성장한 종합격투기 단체 M-1 글로벌과의 교류를 추진하고, 한국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며 국내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혀왔다.
표도르 역시 한국을 단순한 방문국으로만 대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을 찾을 때마다 김장준 회장과 협회가 마련한 행사에 참석하고, 선수들과 교류하며 대한민국 격투 스포츠 발전에 힘을 보태왔다. 협회 명예회장과 고문으로 추대된 뒤에도 양측의 관계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오랜 우정과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져 왔다.

표도르는 한 시대를 대표한 강자다. 전성기 시절 세계 최정상의 선수들을 상대로 보여준 침착함과 강인함은 전 세계 격투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그를 진정한 전설로 만든 것은 단지 승리의 기록만이 아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 과도한 과시를 멀리하는 절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이 그를 오랫동안 사랑받는 인물로 만들었다.
김장준 회장 또한 선수와 대회만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무도를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기술이자, 국가와 국가를 잇는 문화적 언어로 이해해 왔다. 이러한 철학이 있었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스포츠를 넘어 민간외교와 국제협력의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

오는 7월 25일부터 26일까지 김포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서는 ‘제1회 전국 컴뱃주쥬츄 선수권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다. 이 대회는 대한민국 컴뱃주쥬츄의 첫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세계 무대에 진출할 국가대표 선수들을 선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어 2026년 9월 9일부터 13일까지는 ‘한국오픈 컴뱃주쥬츄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추진되고 있다. 주최 측 계획에 따르면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약 400명의 선수가 참가하고, 선수단과 관계자를 포함해 총 700여 명이 함께하는 국제 스포츠 행사로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행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대회의 규모에만 있지 않다. 연맹은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연계해 ‘한·우크라이나 재건 프로젝트’를 위한 국제사절단 방한과 재건협력 포럼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현재 계획안에는 빅토르 유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 금융기관, 컨설팅 분야 전문가, 주요 기업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사절단 구상이 포함되어 있다. 모든 참석 인사와 세부 일정은 공식 협의를 거쳐 확정되어야 하지만, 스포츠단체가 국제 재건협력의 연결자가 된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상징적이다.
전쟁이 끝난 뒤의 재건은 단순히 무너진 건물과 도로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 아니다. 국가의 산업을 회복하고, 지역사회를 복원하며, 국민이 미래를 믿을 수 있도록 만드는 총체적 과정이다. 건설과 에너지, 교통, 의료, 교육, 정보통신, 금융, 보안,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국가로 성장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재건이 무엇인지 역사적으로 알고 있으며,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서 국가 시스템과 산업 기반을 만들어낸 경험도 갖고 있다. 한국의 기술력과 실행력,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재건 수요가 올바르게 연결된다면 양국은 단순한 지원국과 수혜국의 관계를 넘어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전략적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와 무도는 예상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공식 외교가 제도와 절차를 통해 움직인다면, 스포츠 외교는 사람의 마음과 신뢰를 통해 움직인다. 함께 땀 흘리고, 승패를 존중하며, 약속을 지켜온 시간은 정치적 환경이 변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김장준 회장과 표도르가 오랜 기간 이어온 우정도 바로 이러한 신뢰의 자산이다. 두 사람은 언어와 국적이 다르지만 무도라는 공통된 가치 안에서 관계를 만들어왔다. 강함을 과시하기보다 책임을 감당하고, 혼자 앞서가기보다 동료와 함께 길을 만드는 정신이 그들의 연대를 지속시켰다.
격투기 선수들의 관계는 흔히 경쟁과 대결로만 해석된다. 그러나 무도의 본질은 상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통제하는 데 있다. 자신의 두려움을 이기고, 분노를 다스리며, 상대의 존재를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무도인의 자세다. 이러한 정신은 전쟁 이후의 화해와 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누군가를 이기는 힘보다 중요한 것은 무너진 사람을 다시 일으키는 힘이다. 상대를 쓰러뜨리는 기술보다 더 높은 경지는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책임이다. 김장준 회장이 컴뱃주쥬츄 국제대회와 한·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하나의 무대에서 추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원칙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스포츠 행사의 공공성과 재건협력 사업의 전문성을 구분하면서도 서로의 장점을 연결해야 한다. 참가 인사와 기관, 사업 분야, 투자 구조, 재원 조달 방식, 계약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국제기관의 역할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재건은 국제정세와 법률, 금융, 제재, 안전, 공공조달이 복잡하게 얽힌 분야다. 상징성과 인맥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양국 정부의 공식 정책, 국제사회의 재건계획, 현지 법률과 사업 타당성, 자금 회수 구조까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스포츠가 문을 열 수는 있지만, 그 문을 통과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드는 것은 전문성과 책임감이다.
따라서 이번 포럼은 선언적인 행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국 기업이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재건 분야를 세분화하고, 우크라이나 측 수요기관과 한국의 기업·금융·기술기관을 직접 연결해야 한다. 구체적인 사업 제안과 후속 협의체, 실무 태스크포스, 현지조사, 프로젝트별 업무협약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는 선수단과 관광객의 방문을 넘어 도시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다. 여기에 재건협력 포럼이 더해진다면 해당 도시는 국제 스포츠 도시이자 평화와 재건, 산업외교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대회를 개최하는 도시는 경기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숙박, 관광, 교통, 의료, 안전, 문화행사, 지역기업 참여를 하나의 도시형 국제행사 모델로 구성할 수 있다. 지역 대학과 청년, 체육단체, 기업이 함께 참여한다면 대회가 끝난 뒤에도 교육과 산업, 국제교류의 성과가 남게 된다.
기업의 참여 역시 단순한 후원에 머물 필요가 없다. 스포츠 마케팅과 글로벌 브랜드 홍보, 우크라이나 재건시장 진출, 국제 네트워크 구축을 동시에 모색할 수 있다. 건설, 스마트시티, 에너지, 통신, 의료, 물류, 농업, 방산·보안, 문화콘텐츠 기업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협력안을 제안할 수 있다.

무도의 세계에서는 한 번의 승리보다 오랜 시간 지켜온 태도가 더 중요하다. 국가 간 협력도 마찬가지다. 어려울 때 손을 내밀고, 약속을 지키며, 상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하는 것이 진정한 연대다.
김장준 회장과 표도르의 우정은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신뢰가 얼마나 큰 국제적 가능성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두 사람의 인연이 이제 대한민국 컴뱃주쥬츄의 세계화와 한·우크라이나 재건협력이라는 새로운 무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들의 우정을 한 번의 화제성으로 소비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국제협력의 자산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선수 교류가 이어지고, 포럼이 끝난 뒤에도 기업과 기관의 협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상징적인 만남이 구체적인 계약과 공동사업, 인재 양성, 평화 네트워크로 발전할 때 비로소 이번 프로젝트의 진정한 가치가 완성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무도는 강인함만을 말하지 않는다. 예의와 절제, 책임과 인내,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정신을 가르친다. 우리는 그 정신으로 세계와 연대해야 한다.
김장준 회장과 격투기 전설 표도르가 오랜 우정으로 열어온 길 위에서, 대한민국이 스포츠를 넘어 평화와 재건의 새로운 국제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무도의 기백은 싸움에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세계를 다시 일으켜 세울 때 가장 위대하게 빛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