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자 사진전 《기억하는 풍경》 — 생태의 시간, 빛의 흔적을 기록하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인사아트에서 11월 19일부터 24일까지 사진작가 최경자의 개인전 《기억하는 풍경》(Eyes and Light — Landscapes of Memory)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충남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의 생태적 변화와 풍경을 20여 년간 기록해온 작가의 대표작들을 소개하며, 자연의 느린 시간과 미세한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막형 지형으로,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최경자는 이곳의 바람, 빛, 모래, 식생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해왔으며, 단순한 재현을 넘어 자연의 내적 리듬과 시간성을 포착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녀의 렌즈는 ‘존재했던 것의 사실성’을 넘어서 ‘존재하는 것의 감각적 리듬’을 담아내며, 풍경을 생태적 감각의 회복과 감성적 정치성으로 확장시킨다.

전시에서는 모래언덕의 기류, 해조류의 계절 변화, 사구 식생의 생장과 쇠퇴, 빛의 궤적 등 자연의 흐름을 포착한 시리즈가 대거 소개된다. 특히 《사구》, 《바람의 독백》, 《바다를 담다》 등 장기 연작은 자연의 흔적과 조형성을 감성적·리듬적 구조로 재해석하며,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주목받는다.

평론가 김화자(성균관대 영상미학)는 최경자의 작업을 “바람의 시간과 정념의 윤율이 새긴 이중 시학”이라 평하며, 그녀의 사진이 자연·환경·기억이 교차하는 다중적 감각의 필드를 시각화한다고 설명한다. 작가는 단순 기록을 넘어 생태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체화시키며, 관찰·기록·윤리·미학이 교차하는 사진적 행위를 실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생태사진의 기록성과 미학적 정치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관람자는 태안 해안사구의 환경적 위기와 생태적 다양성을 마주하며, 자연을 바라보는 감각의 회복과 사유의 확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최경자는 1955년 충남 태안 출생으로, 환경 활동가이자 문화예술인으로서 오랜 시간 태안·신두리 일대의 생태환경을 기록해온 사진가다. 주요 이력으로는 (사)환경보존포럼 전문 사진가, (사)아시아문화네트워크 이사, 신두리 해안사구 특별보호구역 사진기록 활동 등이 있으며, 국내외 환경·생태 주제 전시에도 다수 참여해왔다. 그녀의 작품은 태안군청, 국립생태원, 베트남 대사관, 예술의전당 등에 소장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