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설] 위영금의 "매미가 울어주던 8월의 어느 날"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99]
매미가 울어주던 8월의 어느 날
위영금
매미가 유난스럽게 울었던
1995년 8월의 어느 날
숨쉬기도 힘든 무더위
사탕 한 알로 하루를 살아냈던
전대미문의 가혹했던 그 시기
겪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라
누가 도덕의 잣대로
그 시기를 저울질할 수 있다더냐
그렇게 배고프다고 밥 달라고 하는
장애인 오빠의 입에 넣어 줄
한 알의 낟알도 부족했으니
윗방에서는 오빠가
아랫방에서는 엄마가 앓고 계셔서
평생 잊히지 않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해 8월과 11월에 오빠와 엄마를 잃었다
어설프게 해석과 주석 달지 말라
죽음과 고통이 무엇인지
익히고 삭혀서
향기를 내는 자만이 알 수 있으니
그해 오빠 나이 서른세 살
성한 사람도 견디기 어려운데
장애인이야 더 말해 무엇하리
어머니의 야윈 손이 아들의 눈을 감기고
덮고 있던 이불 거죽으로 감싸
산 위로 들려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며
인간의 나약함에 몸서리 쳤다
그 해 유난히 울어주던 매미 소리
지금도 잊히지 않는
8월의 어느 날
—『두만강 시간』(등대지기, 2020)

[해설]
왜 이렇게 북한을 탈출하는가
8월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6월 7일 오늘 올린다. 이 시를 쓴 위영금 시인은 고난의 행군(1996년에서 1999년 사이에 일어난 북한 최악의 식량난) 시기인 1998년에 탈북, 2006년 대한민국에 왔다고 한다. 8년 동안 어디서 어떻게 지내다가 왔는지는 물어볼 수가 없었다. 대하소설을 5분 안에 얘기해 달라는 격이었다.
고난의 행군 바로 전 시기에 장애인이었던 오빠가 먼저 세상을 떴고 석 달 뒤에 엄마가 세상을 뜨는 것을 보고 결심했던 것이리라. 조국에 미련을 갖지 말자고. 위영금 시인은 남한의 독자들에게 “겪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라”, “어설프게 해석과 주석 달지 말라”고 부탁한다. 국경을 넘는 일을 목숨을 걸고 시도, 성공하더라도 중국에 있는 동안 중국 경찰(공안)에게 들키면 그들은 탈북자를 북한으로 보낸다. 그 뒤에는 모진 형벌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에 은신처가 없다면? 브로커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돈이 없다면? 중국은 대륙이다. 대륙을 관통해 국경까지 가서 라오스나 미얀마로 들어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참으로 많은 사람이 북한을 탈출해 대한민국의 품에 안겼다. 3만 5천 명이 넘는다고 하니 정말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였다.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와 지금도 중국과 동남아 여러 나라에 있는 탈북인의 수가 얼마인지 궁금하다. 박근혜 정부 때와 윤석열 정부 때는 남과 북이 등을 맞대고 있었는데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다. 당당하게, 지혜롭게, 효과적으로 진행해야 할 텐데 북한이 과연 어떻게 나올지, 그것도 걱정이다.
5명의 탈북 문인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세미나를 가진 2023년 11월 4일에 위영금 시인도 처음 만났다.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와 남북하나재단이 주최한 ‘인천애서(愛書) 남북작가 문학기행’이 진행됐다. 남북의 작가 10명은 그날 오전,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을 돌아보며 분단 전 하나였던 근대 문학사를 되짚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자연스럽게 분단 이후 양쪽의 근대 문학 교육과 작품의 내용 및 주제의식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북한에서 살다 온 도명학ㆍ위영금ㆍ이소원ㆍ이지명ㆍ허옥희 씨와 남쪽의 김미향ㆍ박덕규ㆍ오창은ㆍ이승하ㆍ이정은 그날 인천 차이나타운을 함께 거닐었고 점심도 저녁도 같이 먹었다. 이런 만남과 대화가 하루 만에 끝나서 많이 아쉬웠다.
[위영금 시인]
1968년 함경남도 고원군 수동구 장동에서 출생. 2012년 경기 남부 통일교육센터(현 경인통일교육센터)에서 상근직 간사, 강사로 일하며 북한학 공부를 시작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2018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에서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1년부터 경기신문 오피니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 혜산문학상 아시아의 시선상을 받았다. 현재 봉사단체인 ‘내고향만들기공동체’와 문학단체인 ‘행복여정문학’에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시집 『오늘도 마음에 꽃을 심는다』 등이 있다. 수필집으로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가 있다. 2022년 혜산문학상 아시아의 시선상을 수상하였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