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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규 칼럼] 삼성전자 노사 타결의 ‘묘수’ 뒤에 가려진 세 가지 질문, 연대, 정의, 그리고 안보

조선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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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 금융시장은 유례없는 변동성을 목격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8%가 넘는 폭등을 기록하며 7,800선을 돌파한 역사적인 하루였습니다. 엔비디아의 압도적인 실적이 전 세계 AI 거품론을 잠재우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소 완화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시장을 무겁게 짓누르던 최대 불확실성인 삼성전자 노사 파업 리스크’가 극적으로 타결된 것이 결정적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사측은 경영의 원칙을 지켰고, 노측은 막대한 실리를 챙겼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은 자본시장에서 보기 드문 ‘신의 한 수’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극적인 타결이 안긴 짜릿한 승리의 취기에서 벗어나, 우리는 차분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그 너머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과연 이번 타결은 우리 사회 전반에 보편적인 정의와 지속 가능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환호성 뒤에 가려진 세 가지 본질적인 숙제를 마주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타결을 이끌어낸 세련된 조율 방식, 이른바 ‘특별 성과급 주머니’와 자사주 지급’의 구조입니다. 사측은 기존 삼성의 고유 성과급 시스템인 OPI(기본급 기반 최대 50% 캡)의 골간을 무너뜨리지 않음으로써 제도적 영속성을 확보했습니다. 만약 노조의 요구대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기준으로 고정했다면, 이는 고정비 성격을 띠게 되어 퇴직금 산정 등 경영 전반에 영구적인 리스크를 초래했을 것입니다.
 

사측은 이 명분을 지키는 대신, 오직 이번처럼 대규모 성과가 났을 때만 한시적으로 작동하는 ‘특별 성과급’이라는 우회로를 제안했습니다. 비율 또한 노조가 요구한 15%와 사측의 기준 사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12%를 살짝 웃도는 10.5%라는 상징적인 숫자로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기존 인상분을 더하면 실질적으로 12~13% 수준의 실리를 노측에 보장해 준 셈입니다.


더욱 돋보이는 묘수는 지급 방식에 있었습니다. 이 막대한 보상을 현금이 아닌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한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기존 자사주 물량만으로는 이 거대한 재원을 감당할 수 없기에, 부족분은 시장에서 직접 매입해야 합니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강력한 수급 호재로 작용하여 주가를 방어하고 일반 주주들의 이해관계와도 일치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여기에 3년 동안 순차적으로 매각을 제한하는 ‘락업’ 장치를 걸어, 직원들이 단기 차익 실현에 치중하기보다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주가 상승에 몰입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실제로 과거 현대자동차 사례처럼 자사주 가치가 상승하면 직원들이 체감할 최종 보상은 수억 원 단위에서 수십억 원까지 커질 수 있는 다중 포석의 설계입니다. 자본공학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동기부여를 극대화한 완벽한 합의점이라 불릴 만합니다. 

그러나 회계적 원칙과 보편적 조세 정의라는 저울 위에 이 합의를 올려놓는 순간,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삼성전자가 거두어들인 막대한 영업이익은 오롯이 기업과 노동자만의 노력으로 일구어진 결과물이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수십 년 동안 국가로부터 매년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에 달하는 R&D 세액 공제 혜택과 국가 연구개발 예산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아왔습니다. 그 덕분에 최고 27.5%에 달하는 법인세율 대신 실질적으로는 10%대 중후반의 지극히 낮은 법인세를 부담해 왔습니다. 즉, 삼성의 영업이익 안에는 온 국민의 세금과 국가적 지지라는 사회적 비용이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거두어야 할 세금을 떼기도 전 단계인 '영업이익'에서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몫으로 10.5%를 먼저 분할하겠다고 요구하고 이를 관철한 것은 법적·회계적 우선순위를 뒤흔드는 일입니다. 최고 50%에 육박하는 과세 부담을 묵묵히 짊어지며 자신의 노동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수많은 일반 근로소득자들과 소상공인들의 시선에서, 이러한 초거대 기업 노사의 이익 선점은 정서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공정성 리스크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숙제는 노동의 본질인 연대의 실종입니다. 노동조합의 역사적 근간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불평등과 위험에 맞서 서로의 손을 잡는 공동체적 연대에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한국의 노동 환경은 IMF 외환위기 이후 ‘임금 상승만을 위한 투쟁’은 합법으로 용인하되, 사회적 약자를 구제하기 위한 연대적 파업은 철저히 불법화하는 기형적인 프레임 속에 갇혀버렸습니다. 이번 삼성전자 내부의 성과급 배분 공식에서도 이러한 한계는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반도체 부문 내에서 적자를 기록한 시스템LSI나 파운드리 사업부에도 최소한의 균등 분배(40%)를 적용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결국 나머지 60%의 사자성격 재원은 철저히 흑자를 낸 메모리 사업부 고성과자들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최고 수령액이 6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화려한 숫자 뒤에는, 과거 반도체 희귀질환으로 스러져간 수많은 사내외 노동자들의 눈물과 1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외롭게 법정 투쟁을 벌여야 했던 유가족들의 소외된 현실이 중첩됩니다. 강한 자가 더 많이 가져가는 철저한 시장 논리가 노동조합의 깃발 아래 정당화될 때, 우리 사회의 진정한 노동 연대는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번 사태를 글로벌 패권 전쟁과 국가 안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해야 합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공언된 트럼프의 '반도체 본토 회귀' 정책은 단순한 엄포가 아닙니다.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를 빼앗아 갔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이제 반도체가 단순한 고부가가치 상품이 아니라, 과거의 '석유'와 같은 강력한 지정학적 전략 물자이자 무기가 되었음을 선언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 D램 시장의 60% 이상을 지배하는, 말하자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호르무즈 해협'을 보유한 국가입니다.
 

이 엄청난 레버리지는 우리의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가장 취약한 타깃이기도 합니다. 만약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강제하여 국내의 첨단 생산 기지와 핵심 인재들이 통째로 해외로 이전된다면, 오늘 우리가 논한 6억 원의 성과급과 탄탄한 일자리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습니다. 반도체는 이제 기업의 자산을 넘어 국가의 생존권과 직결된 방위 산업으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 협상 타결은 당장의 파업 파국을 막고 자본시장에 단기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이정표입니다. 하지만 이 타결이 남긴 상흔과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세련된 금융공학적 기법으로 설계된 성과급 주머니에 환호하기 전에, 우리는 이 이익이 사회적 배려와 국가적 지원 위에서 피어난 열매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나아가 거대 노조가 오직 내부의 이익 극대화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성숙함을 보여줄 때, 그리고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이 핵심 국가 자산을 외부의 거센 패권 압박으로부터 지켜낼 때 비로소 오늘의 폭등과 타결은 진정한 가치를 가질 것입니다. 위기와 회복의 주기가 보름 단위로 짧아진 초변동성의 시대,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눈앞의 주가 눈금이나 성과급 통장의 숫자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를 지탱하는 공정함의 원칙과 국가 안보의 단단한 주권입니다. 

조선규 | 칼럼니스트  

조선규 칼럼니스트

 

35여 년간 교육과 기업 경영, 그리고 지역 사회 발전의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성장해왔다. “삶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기업을 통해 길을 열었으며, 현재는 사회 곳곳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더 따뜻하고 공정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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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규칼럼#삼성전자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