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그림 16] 작가 김갑수의 현대서각, 생명과 진리의 흔적 -"풍요"

서각, 나무에 흔적을 남기는 예술은 단순한 조형을 넘어 인간의 감성과 진리를 담는 그릇이 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김갑수 작가의 서각 작품은 그 정점을 보여준다. 작가는 평생을 ‘오우(五友)–지필묵연도(紙筆墨硯刀)’와 함께하며 서각의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 미감과 철학을 조각해왔다.
그의 작품은 단단한 원목 위에 새겨진 문자와 형상이 단순히 기호로서의 글자를 넘어 조형 예술로 재탄생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호박의 형상과 다채로운 색채가 조화를 이루며, 풍요와 생명의 환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알록달록한 색과 정제된 선은 현대미술의 리듬감을 띠고 있으며, 그 안에는 전통의 숨결이 뿌리 깊게 자리한다.
“전시장 벽면에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내 사랑하는 것들아, 어디로 가든 나의 붉은 흔적은 의미가 있는 것들이니 이것이 내 보람이니라.”
이 문장은 김갑수 작가가 서각을 통해 남기고자 하는 흔적, 즉 예술가로서의 존재와 사유를 가장 잘 드러낸다. 작품은 곧 그의 철학이자 삶이다. ‘서각의 대중화, 실용화, 탈장르화’를 추구하면서도 그는 늘 강조한다—“전통 없이 현대는 있을 수 없고, 현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전통 또한 무의미하다.”
김갑수의 서각은 감각적 아름다움 그 이상이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색하며, 문자 속에 깃든 예술 혼을 목재 위에 새겨 넣는 진정성의 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작품은 오늘날 융복합 시대 속에서 전통과 현대의 의미 있는 조화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좋은그림 추천 이유
김갑수 작가의 이번 서각 작품은 전통적인 목조각의 질감 위에 현대적 감각이 정교하게 어우러지며, 단순한 시각적 미감을 넘어서 다층적인 이야기를 전달한다.
중심부의 호박 모양은 풍요와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며, 관람자에게 자연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도합니다. 이는 작가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조형적으로 풀어내는 고유한 방식이라고 느껴집니다.
- 선명하고 대담한 색채의 사용은 서각이 지닌 고정관념을 뛰어넘고, 현대미술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냅니다. 색과 선의 흐름이 하나의 리듬처럼 느껴지며 작품 전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 전체적으로 모던한 감각이 묻어나면서도 낙관과 서체 등 디테일한 요소들은 전통의 무게감을 유지하고 있어, 과거와 현재가 대화하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이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매력을 넘어, 관람자에게 깊은 사유의 여지를 선사한다. 서각이라는 전통 예술이 어떻게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예술이 곧 삶의 흔적이라는 사실을 고스란히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