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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의 수필향기] 황매 익어가는 날 - 김영희

수필가 김영희 기자
입력

황매 익어가는 날

 

김영희

 

    아직 남아있을까. 며칠 전 슈퍼 광고지를 보고는 깜빡하고 지나쳤다. 작년에 못 만들었던 매실청을 올해는 꼭 만들어야 하는데, 속으로 말을 삼키며 슈퍼로 달려갔다. 입구에 들어서니 매실 상자가 보인다. '아직 남아있구나, 휴~ 다행이다. 그런데 할인도 하네? 사람들이 매실을 안 사갔나?' 다 팔린 줄 알았던 매실 몇 상자가 가판대 위에 남아있다. 내겐 행운이다. 상자 속 매실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매실 삼분의 일 정도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상처도 없고 청매보다 오히려 숙성된 황매가 좋다고 하지 않던가. 잘됐다 싶었다. 먼저 카트에 매실 두 상자를 실었다. 오만 원어치 이상을 사야 집으로 배달해주니 금액을 맞추느라 필요한 상품을 이것저것 더 담았다. 

    

    집에 도착하니 벌써 매실 상자가 배달되어 있었다. 커다란 양푼을 꺼내 닦고 매실 한 박스를 쏟아부은 후 샤워기로 깨끗하게 씻었다. 여러 번 물을 바꿔 헹궈주고 물기를 쏙 뺐다. 다른 한 박스도 깨끗이 씻어놓았다. 작년에 한 번 매실 5킬로그램짜리 한 상자만 사서 매실청을 만들었더니 양이 너무 적다 싶었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에는 아예 두 박스 10킬로그램을 산 것이다. 깨끗하게 씻은 매실을 쟁반 위에 쏟아부은 후 넓게 펼쳤다. 집에 있는 쟁반을 모두 꺼내서 매실을 빨래 말리듯 평평하게 놓고, 더 빨리 마르라고 선풍기를 틀어 쐬어주고 가끔 매실을 뒤집어주었다.   

수필 : 황매 익어가는 날 _ 김영희 수필가

    청매실에서 황매실로 조금씩 변해가던 매실이 하룻밤 자고 나니 전부 황매실로 익어있었다. 집안에는 온통 향긋한 매실 향이 그득하고 코끝에 닿는 황매의 달콤함에 덩달아 내 기분도 취하는 듯 머릿속이 온통 황매향이다. 매화향기도 이렇게 진했던가. 매실 십 킬로그램의 향이 진동한다. 

   황태는 생태가 눈 맞고 얼었다가 녹는 일이 반복되어 빛깔이 누렇게 변하며 황태로 되어가는데, 청매실이 실온에서 하루이틀 지나니 여름 날씨를 견디지 못해 빠르게 익으면서 노란 황매가 된 것이다. 청매 때 나지 않던 향이, 매실이 익어 황매가 되니 향긋함이 온 집안에 가득하다.  

    역시 풋풋함을 지나 내실이 익어야만 나는 향이 있는 것이다. 사람도 그러할까. 젊었을 때는 인간다운 향보다 건강하고 젊은 모습으로 아름다웠는데, 나이가 들면서 인생의 갖은 풍파를 겪으며 삶에 익어가 향긋한 내음을 풍기게 되는 것일까. 

    

    물기가 마른 달큰하게 익은 황매를 큰 통에 담으며 상하지 않게 유기농 설탕을 켜켜이 뿌리고, 썩지 않도록 맨 위에 설탕을 더 충분히 뿌려주었다. 몇 년 전에 매실청을 담으면서 설탕이 안 좋다고 하여 설탕을 조금만 뿌렸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뜨거운 여름 날씨에 그만 곰팡이가 피어있는 것이 아닌가. 그때의 속상함이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설탕이 제대로 들어가야 매실청으로 잘 숙성될 수 있으니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해마다 만들어오던 매실청을, 한 해는 그렇게 상해서 아까운 마음에 매실청은 버리고 매실만 깨끗이 씻어 고추장에 섞어놨다. 

    오이지는 오이를 잘 씻어서 소금물을 만들어 오이를 담가두고 무거운 것을 위에 올려놓으면, 시간이 지나 오이가 소금을 먹어 절여지고 오래두어도 썩지 않게 되는데, 이 경우에도 소금을 적게 넣으면 오이가 물러지고 썩어서 못 먹게 되어 오이지 농사를 망치게 된다. 소금기를 적당히 먹은 오이지는 아삭아삭하여 물기를 꽉 짜서 양념하여 무치면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오이지무침이 된다. 벌써 입에 침이 고인다.  

    

    소금과 설탕이 약방의 감초처럼 우리의 음식에 꼭 필요한 재료이니, 무엇이든 적당히 넣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진리를 담고 있다. 연둣빛 매실 알갱이가 밝은 노란색을 띠기 시작하며, 실온에서 향긋한 향을 품은 황매로 서서히 변해 황매의 향기가 온 집안을 날아다니고, 노란 열매는 하나둘 등불이 되어 주위를 환하게 비춰 주위는 온통 빛으로 향으로 풍요롭다. 

    청매실이 노랗게 익기 전에 몸 어딘가에 상처가 생기면 가차 없이 열외가 된다. 매끄럽고 상처 나지 않은 매실 열매만이 매실청을 만드는 1등 공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상처 난 부위에 있을지 모르는 안 좋은 성분이 매실청으로 숙성되는 과정에 나쁜 영향을 줄까, 곰팡이가 피거나 변질이 될까 걱정돼서다. 

   

    매실은 시간이 가며 설탕에 절여지고 서서히 제 몸에서 매실액을 뽑아낸다. 제 몸을 태워야 만들 수 있는 매실액. 수분이 다 빠진 몸뚱이는 쭈글쭈글해지고 액은 발효되어 좋은 성분을 품은 매실청이 된다. 그 볼품없이 쭈그러진 모양은 자식들 다 키우고 늙으신 부모님의 모습을 닮았다. 

    매실 십 킬로그램을 매실청으로 담가놓으니 배부른 듯 마음이 든든하다. 소화나 피로회복에 좋은 매실청을 넉넉히 준비한 보람이 있다. 

    올해 매실농사는 풍년이겠다. 지금 황매는 부지런히 숙성 중이다. 

수필 : 황매 익어가는 날 _ 김영희 수필가

[심향 단상]

 

     3~4월에 매화꽃이 피고 져 5~6월이 되면 꽃이 진 자리에 연둣빛 매실이 맺혀 자라기 시작하여 유월 말쯤 되면 슈퍼에서 매실 판매가 시작된다. 보통 한 박스에 5킬로그램이고 갓 딴 초록색 매실(청매)을 파는데, 매실이 노란색을 띠기 시작하여 더 노랗게 되면 할인을 한다. 청매가 노랗게 익어가며 황매가 되면서 매실향이 향긋하게 나기 시작하는데, 강하지 않은 은은한 향이 난다. 향이 진하지 않아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향긋한 향. 

    

    매실청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은 편이다. 손이 많이 가는 것이면 담그기 힘들 텐데 내가 해마다 만드는 것을 보면 어렵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리라. 젊었을 때는 매실액을 가끔 사서 먹었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서 직접 만들어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매실청을 사먹으려면 훨씬 비싸고 직접 내 손으로 담아야 안심하고 먹을 수 있기도 하다. 

    

    매실은 씨에 있는 성분(아미그달린)이 여러 효소에 의해서 분해되면서 독성이 생겨서 그냥 먹으면 안 되며, 매실청을 담고 1년이 지나면 매실 씨앗 등에 있는 독성 성분이 모두 분해되므로, 1년 동안 숙성과 발효를 시켜서 먹으면 독이 없다. 그래서 매년 매실청을 담그면, 지난해에 담근 것을 사용하고 새로 담근 것은 다음 해에 먹게 되니, 끊이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청매에서 황매로 숙성되는 과정에서 몸에 좋은 구연산 함량이 늘어난다고 한다. 굳이 청매를 사서 담지 않아도 되고 익은 황매를 사면 조금 할인된 금액으로 살 수 있고, 그날 바로 담을 수 있어서 매실청 담그는 일을 빨리 끝낼 수 있다. 

 

    매실의 효능은, 1.피로회복  2.소화불량 해소와 위장기능 강화 3.해독, 살균작용 4.간 보호및 간기능 개선 5.해열, 소염작용 6.노화예방 7.성인병 예방 등이 있다. 

    

    또한 매실청은 음식 만들 때 요긴하게 쓰인다. 고기요리나 생선요리에도 사용하고 다른 요리에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매실청은 진하여 물로 마시려면 물에 희석해서 먹어야 된다. 하루 한 잔으로 건강 챙기기. 

    건강한 음식이 건강한 신체를 만든다.  

 

    매실의 종류

     1. 청매 : 껍질이 파랗고 과육이 단단한 상태.신맛이 가장 강함

     2. 황매 : 노랗게 익어 향이 좋다. 과육이 물러지면 흠이 나기 쉬움

     3. 금매 : 청매를 증기에 쪄서 말려 술로 담궈 먹으면 좋음

     4. 오매 : 청매를 껍질을 벗겨 나무나 풀을 말린 것을 태운 연기에 그을려 만듦

     5. 백매 : 청매를 옅은 소금물에 하룻밤 절인 다음 햇볕에 말림

김영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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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 공모전 입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과비평 작가회의회원                                     

코리안드림문학 편집위원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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