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21】 풀꽃 시인
문학/출판/인문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21】 풀꽃 시인

시인 김선호 기자
입력
수정
[사설시조]

 

풀꽃 시인

 

김선호

 

 

  ‘풀꽃 시인안 일러도 떠오르는 누가 있제?

 

  자시 봐야 예쁘고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며 기죽은 풀꽃에게 등을 토닥거리다가 막판에 너도 그렇다며 사람 향해 말을 건데이 입시에다 취업에다 애면글면 안달인디 위만 보고 비교하니 어깨가 늘 처졌는디 예쁘고 사랑스럽다니 눈물 나지 않겠드나 코로나로 울적할 때 파고든 트로트처럼 살림살이 팍팍하니 풀꽃으로 보듬은 기라 시인도 「풀꽃」에 실려 꼭대기까지 올랐데이

 

  풀꽃 시를 안 쓰는디도 풀꽃 시인 또 있는디 말린 풀꽃 코팅해서 책갈피를 만들고는 지나는 사람 붙들고 속정 섞어 나눈데이 시집을 받을라치면 시편들을 필사해서 풀꽃 시화 벽걸이로 시집 다시 만들어주며 더불어 공부했다고 자신을 낮추드만 혼이 깃든 그 선물을 서재 벽에 걸어두면 사시사철 풀꽃 천지 사방팔방 향 번지니 백발도 거뭇해지고 맘도 절로 젊어진데이

 

  이라믄 풀꽃 시인이라캐도 시비 걸 이 없겠제?

풀꽃시화벽결이
천숙녀 시인의 풀꽃시화 벽걸이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이 스물넉 자의 짧은 시는 국민의 무한 사랑을 받는다. 2003년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나태주 시인이, 풀꽃 그림을 제멋대로 그리는 아이들에게 하던 잔소리가 그대로 시가 됐다.

 

2012년 교보문고는 외벽에 이 시를 내걸었다. 1991년부터 계절별로 바꾸어 달던 '광화문 글판 사업'의 일환이다. 삶에 지친 시민들을 짧은 문구로 위로하려고 기획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성장 둔화세가 지속되던 국내 현실에서 「풀꽃」은 커다란 위안을 주었다. 곧바로 국민시로 등극했고, 시인도 스타 반열에 올랐다.

 

풀꽃과 함께하는 또 다른 시인이 있다. 그는 관심받지 못하는 들꽃이나 풀잎들로 책갈피를 만든다. 말려서 코팅까지 하기가 여간 번거롭지 않을 텐데, 만나는 사람마다 책 읽을 때 쓰라고 돌린다. 시집을 받으면 모든 시편을 필사하고, 말린 풀잎과 함께 코팅한 시화 벽걸이를 만들어 답례한다.

 

그는 또 남다른 독도 사랑꾼이다. 한민족독도사관 관장이기도 한 그는 전국 각지 문인들에게 독도 원고를 청탁하여 책으로 발간한다.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독도 역사문화 교실을 열고 독도 음악회도 개최한다. 수많은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독도를 더는 외롭게 두지 않겠노라고 외쳐대는 그는, 바로 천숙녀 시인이다.
 

김선호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김선호 시인

조선일보 신춘문예(1996)에 당선하여 시조를 쓰고 있다시조를 알면서 우리 문화의 매력에 빠져 판소리도 공부하는 중이다직장에서 <우리 문화 사랑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으밀아밀』 『자유를 인수분해하다』등 네 권의 시조집을 냈다.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충청북도 지역 문화예술 분야를 맡고 있다.


 

시인 김선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천숙녀시인#나태주시인#김선호시인#사설시조해설#코리아아트뉴스시조#친구에게들려주는시조#좋은시조#시조읽기